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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작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공학자로 “사람이 부족한 현장 로봇이 달려갑니다”

에이로봇 엄윤설 대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IT 전시회 ‘CES 2026’.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의 기조연설이 시작되기 전, 대형 스크린에는 세계 각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차례로 등장했다. 그 중에는 조선소에서 용접하는 한국 스타트업 에이로봇(AeiRobot)의 ‘앨리스’도 있었다. 앨리스는 산업 현장에서 마주할 ‘휴머노이드의 미래’를 보여줬다. 세계 기술기업이 주목한 이 로봇을 만든 사람은 의외로 공학자가 아니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고 움직임이 특징인 예술 ‘키네틱 아트’를 연구한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다.
엄 대표는 휴머노이드 시대는 반드시 온다고 믿었다. 에이로봇은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한재권 박사(에이로봇 CTO)가 이끄는 연구실의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2018년 창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능성을 의심하던 시절, 엄 대표는 투자를 기다리는 대신 반려로봇과 안내로봇을 개발하고 관련 콘텐츠를 팔며 연구비를 마련했다. 2024년에야 시드투자 35억 원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엔비디아의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엄 대표는 국제로봇연맹(IFR)이 선정한 ‘2026 세계 여성 로봇 리더 11인’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2026년 7월 현재 앨리스는 160㎝, 45㎏의 이족보행이 가능한 4세대까지 업그레이드됐다. 자체 개발한 리니어 액추에이터(Linear Actuator·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구동기)를 적용해 힘을 제어하고, 사람과의 물리적 상호작용 능력을 높인 게 특징이다.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다리 대신 휠을 장착한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M1도 개발했다.
기술 스타트업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를 단기간에 이뤘지만 엄 대표의 머릿속은 아직도 분주하다. 미국, 중국과 함께 패권 경쟁 중인 글로벌 로봇 산업계에서 리드를 놓치지 않으려면 더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예술가에서 글로벌 공학자로 우뚝 선 그의 다음 발걸음이 어디를 향할지 궁금했다. 에이로봇이 있는 경기 안산시 한양대 ERICA캠퍼스에서 엄 대표를 만났다.

공예를 전공했는데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뛰어들었다.
대학 때부터 로봇을 연구한 한재권 박사를 만나 자연스럽게 로봇 디자인을 시작했다. 반려로봇을 만들며 사람과 로봇이 상호작용하는 분야에 관심이 생겨 박사과정도 밟았다. 8월에 공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휴머노이드의 미래를 언제 확신했나.
2013년 미국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기획한 로보틱스 챌린지 예선에 참여했을 때다. 출전한 로봇 24대 가운데 21대가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니 DARPA에서 투자하는 기술은 15년 뒤쯤 상용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계산으로 2028년이면 시장이 열린다고 판단했다. 그 전망을 믿고 회사를 세웠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 의미가 큰 2028년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앨리스4는 어떤 능력을 갖췄나.
앨리스4는 특정 작업만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AI 학습 등을 통해 부품 조립·물건 운반 작업은 물론 손님을 응대하고 간단한 심부름도 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6자유도(DOF) 손 한 쌍을 포함하고 엔비디아급 컴퓨터를 탑재했다. 자유도는 관절이 움직이는 방향을 의미하며 대부분의 휴머노이드가 6자유도 이상이다. 앨리스4의 가격은 7000만 원 선이다. 상용화하진 않았지만 중국산보다 저렴하다. 다음 세대인 앨리스5는 조선·건설 등 특정 영역 투입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기술적인 부분에선 손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게 가장 어렵다. 손 조작 기술이 얼마나 정교하냐가 곧 경쟁력이다. 시장의 관점에선 가격 조정이 제일 어렵다. 로봇 원가의 60%가 액추에이터다. 전 세계 대부분의 로봇은 28~30개의 액추에이터가 필요하다. 액추에이터 한 개당 가격이 평균 200만~300만 원이다. 직접 만들지 못하면 액추에이터 값만 6000만 원 이상이다.
에이로봇은 액추에이터를 직접 만드나.
2021년 개발에 착수해 2024년 완성했다. 액추에이터는 가장 안쪽에 회전을 발생시키는 모터, 감속기, 제어기를 다 갖춰야 한다. 발열도 잡아야 한다. 제작이 어렵다 보니 만드는 곳이 많지 않다. 사서 쓰면 로봇 가격이 1억 원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
기술력에 비해 투자 유치가 늦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한동안 ‘돈이 안 되는 분야’라는 인식이 강해 민간 투자를 받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기술을 개발하려면 자금이 필요했다.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활용해 기술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한 자금으로 버텼다. 첫 과제는 지능형 감성 로봇을 활용한 전시·공연 콘텐츠 개발이었다. 이를 통해 만든 로봇과 콘텐츠를 프로그램화해 과학관이나 체험관 등에 공급하며 수익을 냈다.
기술은 좋은데 팔지 못하는 회사도 많다. 뭐가 달랐나.
오히려 로봇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관점으로 사업을 볼 수 있었다. 엔지니어는 자신의 기술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기술을 어떻게 시장과 연결할지 고민했다. CTO는 원천기술을 만들고 나는 투자와 사업화를 담당하면서 역할 분담이 잘됐다.
M.AX 얼라이언스에도 참여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은 액추에이터, 배터리, 인공지능(AI) 반도체다. 이 세 가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정도다. 중국은 2015년부터 국가 주도로 산업을 키워왔지만 우리는 개별 기업이 각자 움직였다. 그러다 2025년 산업통상부 주도로 ‘K-휴머노이드 연합’이 출범했고 그것이 지금의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제조업의 AI 전환) 얼라이언스’로 확대됐다. 궁극적으로는 부품 공급부터 로봇 제조, 판매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공장에 들어가기까지 가장 큰 벽은 무엇이었나.
정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처음으로 산업 현장에서 실증을 진행했다. 기존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할 안전기준 자체가 없어 공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규정이 없으니 기준을 맞출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정부가 대신 책임을 져줄 테니 해보라고 문을 열어줬다. 실증을 거치면서 실용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사고 위험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안전장치는 충분히 갖춰져 있다. 로봇 등에 사람이 가장 쉽게 누를 수 있는 위치에 비상정지 버튼을 설치했고 원격으로 전원을 끌 수도 있다.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해놨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할 곳이 많나.
투자 설명을 할 때마다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다. ‘어디에 쓰느냐’고 물으면 오히려 ‘어디에 쓰고 싶으신가요?’라고 되묻는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물을 사용하는 작업도 문제없다. 사람이 고무장갑을 끼고 일하듯 로봇도 작업 환경에 맞게 방법을 찾으면 된다. 무엇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별도의 설비를 만들 필요 없이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다’는 우려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필요한 곳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터가 아니다. 사람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인건비는 오르고, 노동 가능한 인구는 줄고, 외국인 노동력은 비자 문제 때문에 제약이 많다. 숙련공은 고령화되고 있지만 기술을 전수할 인력은 부족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목적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사람이 없는 곳에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산업적 관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시간과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은 기술력이 앞서 있지만 더 경계해야 할 상대는 중국이다.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르다. 중국 엔지니어는 스스로를 ‘007(0시 출근, 0시 퇴근, 주 7일 근무)’이라고 부를 정도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국가첨단전략산업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한해 근로시간 유연성을 검토하면 좋겠다. 보조금도 중소기업이 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거나 제조사가 국산 부품을 사용할 때 지원하면 국내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0년 뒤, 우리 집에도 로봇이 있을까.
각 가정마다 돌봄, 요리, 청소 등을 도맡는 올인원 로봇이 한 대씩 있지 않을까. 지금은 각 기능마다 다른 로봇을 쓰지만 따로일 필요가 없지 않나.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로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
고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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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