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으로 정시 지원 전략을 세울 때다.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12월 26일부터 시작된다.
높은 취업 문턱에서 학생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며 학과를 선택할까.
대학 입학과 취업을 한 번에 거머쥘 수 있는 학과가 있어 소개한다.
바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다. 어떤 혜택이 있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운영 중인 5개 대학의 재학생들이 전하는 생생한 학과 소개도 덧붙인다.
2020학년도 대학 입학전형이 한창인 가운데, 생소한 단어가 눈에 띈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학생부종합 전형)이다. 올해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입학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는 대학교는 경일대, 목포대, 전남대, 한국산업기술대, 한양대 ERICA 다섯 곳이다.
이들 5개 대학은 사실 2018년부터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운영해오고 있다. 2019학년도의 경우 특별전형을 통해 427명을 모집했고 4.7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부터는 정규 입시제도 안에 들어와 수시와 정시로 나눠 5개 대학이 총 561명을 선발한다. 현재 수시 전형이 이뤄지고 정시모집을 앞두고 있다. 9월 원서 접수가 마감된 2020학년도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수시모집 경쟁률은 4.51대 1이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가 도대체 뭘까?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돼요.”
“3년 만에 4년제 정규 학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죠.”
“1학년은 전액 장학금, 2~3학년은 등록금의 50% 이상을 지원받아요.”
재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의 특장점이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채용을 조건으로 대학과 산업체가 교육과정을 협약해 개설된 학과다. 학생 선발 과정부터 협약을 맺은 산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게 된다. 1993년 도입된 ‘계약학과’ 사업을 보완한 형태다.

▶창의융합센터 전경
5개 대학 참여… 내년 3곳 추가 선정
학생 선발은 지원 학생들에 대한 대학의 수학능력 평가와 채용을 협약한 기업의 인사·채용 기준을 적용한 면접 평가로 이뤄진다. 수학능력 평가는 대학의 학생 선발 기준에 따른 서면 평가로 이뤄지며, 산업체는 대학에서 뽑은 최종 선발 인원의 3~5배수 인원(대학별 일부 상이)을 대상으로 산업체 담당자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합격자는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연결된 기업과 신입생 때 채용 확약을 체결하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정식 채용된다.
기본적인 운영방식은 3년 6학기제다. 1학년 과정은 학생 신분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식 집중교육으로 전공 기초능력을 배양하는 과정이다. 2, 3학년 과정은 협약 기업의 재직자 신분으로 대학의 이론과 기업의 실무교육을 병행한다. 여름과 겨울 학기에는 창의융합교육센터를 활용해 진행된다. 기업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중심으로 지원하되 산학협력 형태에 따라 대학과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 및 기술사업화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해당 회사 채용 학생을 보조 연구원으로 참여시켜 연구개발 능력까지 기를 수 있게 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학비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전일제로 학업을 진행하는 1학년 과정에서는 학비 전액이 희망사다리 장학금으로 지원된다. 2, 3학년은 등록금의 50% 이상을 산업체로부터 지원받으며 정규직 사원으로 고졸 사원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게 된다.
학생들은 기업 수요에 따른 3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또 협약 기업에서 실제 근무하는 2, 3학년 과정이 2년의 경력으로 인정된다. 3년의 과정이 끝난 뒤는 해당 기업체에서 희망사다리 장학금 수혜 기간에 해당하는 1년 의무복무를 하는 것 외에 특별한 제약 조건은 없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을 시작한 배경은 뭘까? 교육부 관계자는 크게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 양성. 둘째는 지역 산업의 활성화와 지역 정주여건 개선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대학과 산업체 간 협력에 따른 인력 양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론 중심의 대학 교육과 산업체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실무 배양 교육이 결합될 때 산업체의 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우수한 인재가 양성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해간다” “취업 남방한계선”(대학 졸업자들 양재·기흥라인 아래로는 안 간다는 뜻)이란 말이 청년들 입에 오른 지 오래다. 지역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지만 돌려보면 지역 산업의 활성화와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이 절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참여 대학 5곳의 지역 분포를 보면 그 의미가 바로 보인다. 수도권, 대구경북·강원권, 동남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등 5개 권역에 분포되어 있다. 각 대학은 인근에 위치한 산업체의 유형 및 분포, 지역의 주력산업 등도 고려해 학과를 개설하고 그에 맞는 기업을 참여시키고 있다.

▶2019 수시 시즌 조기취업형계약학과 공동 입시설명회
문과-이공 계열 융복합 학과도 가능
상당수 학과들이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구성되어 있고, 인력을 뽑기 위해 대학과 협약을 맺은 중소·중견기업은 전국에서 533개사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환경과 미래를 위한 다양한 기술개발을 이뤄가는 ㈜파루와 자동차 헤드램프를 비롯한 부품 제조기업인 에스엘㈜을 비롯해 가상현실(VR) 콘텐츠 및 게임을 개발하는 네비웍스와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제작사 애버커스도 포함됐다.
이 제도의 실제 사용자인 학생과 학부모 반응은 어떨까? 채용석 배명고등학교 진로진학 상담교사는 “장점이 뚜렷하다. 취업 보장, 3년 만에 졸업, 경력 인정. 권유를 많이 하는데 반응이 나쁘진 않으나 크게 지원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에 대해 “대부분이 공학 계열이라 문과 애들이 갈 수 있는 과가 거의 없다, 작은 기업도 상당수인데 자세한 회사 안내가 없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 등이 꺼리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어 “8월에 열린 수시 시즌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공동 입시설명회에 안산공고는 차를 대절해서 왔다. 실업고 학생들이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내년에 참여 학교를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산업 분야에 종사할 산학협력 인력양성 사업이라는 ‘혁신성’을 높이 평가해 2020년 3개교를 추가 선정해 8개교로 참여 학교가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향후 “문과와 이공 계열이 융복합된 학과의 참여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 취업을 희망하거나 현실적인 문제로 대학 진학이 고민된다면, 둘 다 잡을 수 있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