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정책/뉴스

“정부의 창업 생태계 ‘마중물’ 효과 나타나”


▶서울창업허브 1층 벽에 걸린 서울창업지도 앞에선 김광현 원장. 서울창업지도는 2017년 개관 당시 43개의 각종 기관을 안내했으며 2019년 말 현재 131개로 늘어났다.

김광현 창업진흥원장 인터뷰
혁신창업의 길에는 늘 불확실성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예비 창업자에게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위험 부담을 덜어주면서 새로운 ‘기회의 창’으로 이끌 수 있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창업진흥원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2008년 정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창업진흥원은 2019년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개정에 따라 10월부터 ‘준정부 법정기관’으로 격상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범위가 더욱 넓어진 창업 지원 정책을 더욱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춘 것이다. 김광현 창업진흥원장은 “정부가 다양한 창업 지원 정책을 마련해 ‘창업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며 “자신의 생각과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창업에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김광현 원장은 ‘수요자 중심의 창업 지원 정책’을 내세우며 2018년 4월 민간 출신 최초의 창업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김 원장을 만나 창업 동향 등을 들어봤다.



“파괴적 혁신으로 더 많은 일자리 만들어야”
-문재인정부 출범 후 벤처 창업, 특히 기술기반형 창업 활성화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나.
=창업 생태계는 최근 수년 동안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이 다양해졌고, 창업 지원 기관이 많이 생겨났으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도 부쩍 늘었다. 2017년에 약 2조 원이던 벤처 투자가 2018년 3조 원을 넘어섰고, 2019년에는 4조 원을 돌파할 거라고 한다. ‘제2 벤처 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창업을 보는 시각부터 달라졌다. 2015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신용카드가 널리 보급돼 있어 핀테크가 필요 없다”는 말을 은행 간부가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나? 카카오뱅크나 토스가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은행들은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유통산업도 마찬가지다. 1, 2년 전만 해도 ‘쿠팡’에 대해 다들 “적자가 너무 크다”는 말만 했다. 물류 혁명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는 많지 않았다. 지금은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을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창업 활성화의 목적은 결국 새로운 산업의 성장동력 확대와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까지 변화가 정책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나.
=창업을 통해 혁신을 하다 보면 기존 일자리가 줄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데, 이것이 매번 순증이면 좋겠지만 순감일 때도 있다. 대부분 금융 업무를 휴대전화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 지점이 사라지고 창구 담당자들도 줄어들고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 토스 등이 나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100여 년 전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도 마부는 사라지고 운전사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겨났다. 혁신을 기피하면 외부의 혁신기업으로 인한 일자리 파괴만 있고 일자리 창출은 일어나지 않는다. 쿠팡이 없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알리바바를 이용했을 것이다.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방송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파괴적 혁신에는 국경이 없다.
통계청 기업생멸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폐업으로 연간 약 93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창업으로 126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고 한다. 폐업에 의한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창업을 촉진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을 해야 양질의 일자리도 생겨날 수 있다. 100여 년 전 마차를 버렸기에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훨씬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듯이 말이다.



“창업 행사에 대기업 사람들 많아져”
-정부는 산학 연계와 대기업까지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창업, 그리고 민간이 제안하고 공공 부문이 후원하는 민간주도형 창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창업 현장에서 이에 맞는 변화를 느낄 수 있나.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도를 생각해보자. 좋은 인재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좋은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나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이를 보고 우수 인재들이 더 많이 창업하고… 이런 형태가 선순환 구도일 것이다. 창업계는 이렇게 되길 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창업계에서는 대기업 역할이 미미했다. 인수할 만한 스타트업,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이 없다며 외면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들이 달라졌다. 창업계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창업계 행사에 대기업 명함 들고 나타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내 벤처를 양성해 내보내기도 하고, 창업 지원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며,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좀 더 활발해지고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창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창업진흥원은 2019년 들어 다섯 차례 ‘코리아 오픈 이노베이션 파티’를 열었다. 특정 분야 대기업과 스타트업 대표들을 초청해 혁신 사례를 발표하고 교류하는 행사로 반응이 아주 좋았다. 11월에는 미국 보잉사와 함께 행사를 개최했는데, 보잉사 임원들이 참석해 한국 창업자들의 발표를 듣고 얘기를 나눴다. 또 2019까지 3년째 구글과 함께 ‘창구 프로그램’을 운영해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모바일 게임, 모바일 앱 분야 유망 스타트업 60개를 발굴해 우리는 사업화를 지원했고, 구글은 기술·마케팅·홍보 등을 지원했다. 2020년에는 더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혁신 촉진하는 창업 선순환 구축이 중요”
-벤처 생태계에서 창업과 투자→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단계별 선순환이 원활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창업과 관련해 몇 가지 변화가 있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해 창업 지원 정책을 주도하게 했다. 2018년 하반기에는 예비 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당시에는 창업 전부터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든지 큰 부담 갖지 않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벤처 투자가 부쩍 늘어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정부가 모태펀드를 통해 벤처 투자 생태계에 ‘마중물’을 부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신생기업) 수가 3개에서 11개로 늘어난 것도 큰 변화다. 유니콘 11개는 세계 5위라고 한다.

-그래도 아직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취약한 영역이 있을 텐데, 창업 지원 업무 현장에서 느끼는 취약 영역이 무엇인지 개선 방안과 함께 얘기해달라.
=창업 생태계가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대규모 인수합병(M&A) 사례가 많지 않고 기업공개(IPO)도 적은 편이다. 한마디로 투자 회수(엑시트·Exit)가 부족하다. 유망 스타트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 대기업을 위협한다면, 대기업으로서는 똑같은 방식으로 혁신을 꾀하거나 위협이 되는 스타트업을 큰돈을 주고 인수해야 한다. 현재 대기업들이 창업계를 기웃거리는 것은 자기네를 위협할 만한 스타트업이 있는지, 인수하거나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엑시트 부족 현상도 머잖아 해결될 것이라 본다.
창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도 아쉽다. 최근 수년 동안 정부가 창업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렸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다급해지다 보니 창업기업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예산은 크게 늘렸는데, 창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은 늘리지 않거나 오히려 줄였다. 예컨대 창업진흥원이 하는 실전 창업교육 같은 프로그램은 저변 확대 사업인데, 수요자 반응이 매우 좋다. 창업하기 전에 퇴근 후나 토요일에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준비 없이 창업했다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폐업하기 쉽지만 창업교육을 받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실전 창업교육 예산을 활용해 육군 장병에게도 창업교육을 하고 있다. 예산을 늘려 교육 대상을 전군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창업 국가’ 이스라엘에서는 젊은이들이 군복무 기간에 ‘창업 전사’로 거듭난다고 한다.

“창업 지원 전 과정 끊임없이 개선해나갈 것 ”
-정부가 창업 지원 정책을 확대·강화하면서 창업 여건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창업자들의 정책 활용도는 여전히 낮다는 평가도 있다. 창업 정책의 수혜층을 좀 더 넓히고 전반적인 전달체계를 더욱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정책을 집행하면서 미흡한 점을 보완해 수요자 만족도를 높여야 하고, 환경 변화에 맞춰 매년 다듬어야 한다. 창업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예비 창업자나 창업자한테 돈을 듬뿍 안겨주기만 하면 창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 대상 창업기업을 선정하는 방식과 지원 방식을 개선해야 하고 창업교육 방식, 창업자 멘토링(자문) 방식도 끊임없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창업진흥원은 올해 창업교육 시스템과 멘토링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했다. 개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테스트를 거쳐 내년부터 창업 지원에 활용하려고 한다. 창업교육 시스템은 사용하기 편하고 관리하기 편하게 바꿨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40, 50시간 창업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창업자들은 짬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프라인 창업교육을 점차 온라인 창업교육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또 개선된 온라인 멘토링 시스템을 활용하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얼굴을 보며 멘토링할 수 있고, 관리도 편해진다. 창업자들이 멘토를 역평가해 좋은 평가를 받은 멘토를 먼저 연결해주게 된다. 평가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지원대상 창업기업을 제대로 선정하려면 능력 있는 평가위원들이 평가해야 한다. 아무에게나 평가를 맡기면 안 된다. 다른 창업 지원 기관들과 평가위원 풀(Pool)을 공유하면서 창업자한테 평가위원들을 역평가하게 해 그 결과를 자료로 만들 계획이다. 그러면 평가위원의 수준이 좋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창업진흥원에서 하는 업무와 주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창업진흥원은 중소·벤처기업의 창업 지원 정책을 집행하는 전담 기관이다. 중기벤처부를 대신해 20가지가 넘는 창업 지원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크게 나누면, 창업 저변을 확대하는 일과 창업기업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일이다. 청소년 비즈쿨(청년 대상 경영교육), 실전 창업교육, 대학 기업가센터 등을 운영하고, 1인 창조기업과 중장년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 메이커 스페이스(소비자가 원하는 사물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공동작업 공간)를 지원하는 일도 한다. 재도전자 지원, 창업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창업 관련 조사·연구·정책 제안 등의 일도 한다. 창업에 필요한 자금도 지원한다. 창업 직전에는 ‘예비창업 패키지’로, 창업 후 3년 이내에는 ‘초기창업 패키지’로, 3년 후 7년 이내에는 ‘창업도약 패키지’로 지원한다. 사업화 지원은 전국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선도대학 등 200여 개 주관기관과 함께 손잡고 한다. 지원금은 창업기업 한 곳당 평균 4000만 원에서 1억 원쯤 된다. 해외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글 박순빈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