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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뉴스

방역·의료 현장에서 꽃피는 디지털 기술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추진위원회 위원들이 서울 은평성모병원 관계자로부터 의료 빅데이터 운영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보건복지부

바이오헬스 위한 융합형 혁신
코로나19 때문에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불안감과 갑갑함,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이다. 서울의료원은 이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 명상 애플리케이션(명상 앱 ‘마보’)을 개발해 코로나19 확진자, 자가격리자, 의료진 등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경기도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간 환자들에게 개인 건강관리(PHR) 앱을 깔아주고, 환자가 스스로 체온이나 혈압 등 자가문진 기록을 입력하면 의료진은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응에 나선다. 코로나19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가는 사이 방역·의료 현장에선 디지털 기술이 꽃피고 있다.
우리나라의 탄탄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코로나19 대응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다. 국내 방역·의료 시스템의 디지털 기술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쌓은 경험과 기술, 역량이 새로운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광범위한 진료 자료를 갖춘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의료진에게 알리는 통합 모니터링, 정해진 알고리듬(입력 자료를 토대로 원하는 출력을 유도해내는 규칙의 집합)에 따라 환자의 위중도를 자동으로 평가하는 신속대응 모듈 등이 원격지 생활치료센터의 코로나19 환자에 맞게 적용되고 있다.



‘데이터 3법’ 시행 자료 활용 길 열려
국내 주요 병원들은 방대한 진료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웬만한 나라의 인구 규모, 예를 들어 핀란드 인구 556만 명보다 더 많다. 하지만 이를 활용한 연구개발(R&D)이나 의료 서비스의 개선에는 제약이 많았다.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했고, 공공 의료정보의 민간 개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기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이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의료 대량 자료(빅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병원이 보유한 환자 개인정보를 일률적으로 가명 처리(비식별 조치)하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또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연구 범위가 확대되고, 주요 병원들이 제약사 등과 제휴해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관련 개인정보 활용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2020년 상반기 중 ‘의료 데이터 활용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침에는 세부적인 의료정보 활용 방식과 제3자 제공 시 필요한 절차, 가명 처리 절차와 필요한 보완 조치, 가명정보 활용 시스템의 요건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의료 빅데이터 활용은 정부가 2019년 5월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의 뼈대다. 의료 빅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공 플랫폼(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기반 서비스)을 구축해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복지부를 비롯한 7개 부처 연계사업으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을 추진한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만 명 규모의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10년 동안 100만 명 규모의 빅데이터 구축을 목표로 한다. 1단계 시범사업에는 서울대학교병원 등 대형 상급병원 16곳이 희귀난치 질환 중심의 빅데이터 거점병원으로 선정됐다. 이들 병원마다 따로 축적된 대규모 임상진료 기록과 유전체 정보는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희귀질환 맞춤형 신약과 의료기술 개발 등에 활용된다.
또 병원의 연구 성과와 인프라를 혁신적 기술을 갖춘 기업에 개방하고, 대학·기업·연구기관 등의 공동연구도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 이런 방식으로 단계별 빅데이터 구축과 함께, 병원 중심의 연구 집적지(클러스터)를 조성해 병원을 바이오헬스 연구생태계의 혁신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인공지능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활용
의료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적극 활용된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혁신적인 후보 물질을 발굴하더라도 효능과 안전성 검증을 위한 동물실험과 3단계 임상시험에 너무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게 문제다.
AI를 활용하면 후보 물질과 표적(타깃) 질환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신약 개발의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AI 안에 인체 장기의 특정 세포나 조직을 모사한 마이크로칩을 넣으면, AI는 후보 물질 데이터의 특성을 스스로 알고리듬으로 파악해 효능과 독성을 검증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AI가 신약 개발에 동물이나 사람 대신 참여하는 것이다. 문제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검증된 의료 데이터의 양이다. 먼저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확보돼야 하고, 임상시험 못지않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여야 한다. 정부는 2020년 안에 의료 데이터 중심병원 가운데 5곳을 선정, AI를 통한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2021년까지 임상 검증용 표준 데이터를 마련하고, AI의 실험·시험 결과에 대한 전문적인 심사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와 AI가 우리 삶 속으로, 그리고 바이오헬스 산업의 혁신 현장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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