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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 0 1 9년 11월 22일 충남 천안의 MEMC코리아 공장을 방문해 불화수소를 이용한 반도체 웨이퍼 에칭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R&D 투자 노력과 성과
일본의 경제 도발이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수출제한에 이어 8월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내릴 당시에는 국내 관련 산업에 큰 피해가 우려됐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설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이 불러일으킨 위기적 상황이 오히려 기회로 바뀐 듯한 모습이다. 8개월여 동안 정부와 업계가 함께 쏟은 위기 대응 노력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경쟁력위원회는 1월 22일 열린 3차 회의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리한 성과 내용을 보면,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생산 차질 없다’는 게 바로 눈에 띈다. 수출제한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가장 컸던 3개 품목(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은 국내 기술개발과 생산설비 확대, 외국기업 투자 유치, 수입국 다변화 등을 통해 공급 기반이 빠르게 안정된 것으로 산업부는 평가했다. 정부가 2019년 8월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에서 선정한 100개 전략품목도 기술개발, 수입국 다변화, 기업 간 협력모델 추진 등으로 수급 상황이 안정적이다.
제품과 생산공정 전반에 독자 기술 확보
소부장 산업의 국내 분업 생태계에 가장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은 R&D를 통한 대응이다. 제품과 생산공정 전반에 대한 독자 기술의 확보가 근본적인 대처법이다. 문제는 독자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다. 일각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를 위기로 받아들인 이유도 1~2년 안에 대체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소부장 업계의 ‘숨은 강자’가 속속 등장하며 위기론을 불식하고 있다. 국산화의 첫 성공 사례는 중견기업에서 나왔다. 반도체와 전자제품 전용 화학 소재 전문기업인 솔브레인은 ‘99.999999999%(일레븐 나인)’의 순도를 충족하는 불산액(액체 불화수소)을 개발해 2019년 10월 공장 신증설을 완료하고 시제품 생산, 수요 기업과 시험까지 마쳤다. 이 회사의 불산 생산 능력은 국내 수요의 70~80%를 충족할 수 있는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머티리얼즈도 자체 개발한 불화수소가스 생산설비를 구축해 수요 기업과 시제품 검사에 들어갔다. SK머티리얼즈는 또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 사업부문을 2월 초 인수하면서 반도체 공정의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제조·판매업 진출을 선언했다. 폴리이미드의 경우 수도권의 한 중견기업이 새로운 제조공법을 적용한 설비를 완공해 시제품을 생산 중이다. 이로써 일본의 수출 허가 대상 3개 품목은 국내 기업의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양산 체제가 2020년 안에 모두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집계에 따르면, 2019년 8월 이후 연말까지 국가 R&D 예산으로 국산화 기술개발이 진행 중인 소부장 관련 품목은 25개에 이른다. 또 개발한 제품을 수요 기업의 생산라인을 통해 품질 및 양산 평가를 받고 있는 경우가 150건으로, 기술 자립을 위한 기업 간 협력도 활발하다.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올해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투자만 해도 2019년보다 2.5배 늘어난 2조 10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약 1조 7000억 원이 R&D 관련 예산이다. 정부는 이를 활용해 100대 전략품목 중심으로 기술개발, 품질 검사, 양산 테스트, 시설 구축 등 연구개발부터 최종 생산까지 전 주기 단계별로 맞춤형 밀착 지원을 할 방침이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소부장 산업으로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 협력모델 개발은 2019년 4개에서 올해 2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주로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초·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이 함께 제조기술 개발, 제품 검사, 상용화까지 연계해서 일괄 추진하는 방식으로 협력모델을 발굴한다. 이런 협력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해당 품목의 국내 수급 안정화는 물론, 투자와 고용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협력사업에 대한 정부의 R&D 지원은 관련 부처 협업을 통해 정책금융, 인력 양성, 규제특례 적용 등을 종합한 묶음(패키지)형 정책 조합이 함께 제공된다. 정부는 R&D가 제품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15개 공공연구기관에 1500억 원을 투입해 시험대(테스트 베드)도 구축한다. 또 모든 기술개발 과제에 대해서는 산자부와 특허청 공동으로 지원하는 사업인 ‘특허 기반의 연구개발(IP-R&D)’을 적용한다. 이는 R&D 초기부터 전 세계 특허 분석을 통해 기존 특허와 충돌을 피하고 우수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전략적인 방향을 제시해주는 지원이다.
개발이 끝난 다음에는 기술가치 평가와 특허출원 비용까지 지원해준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R&D를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갖춰졌다. 20년 만에 전면 개편된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소부장 특별법)이 4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핵심 전략기술 선정, 기술개발, 기술 이전 및 상업화, 실험·실증 공간의 개방과 활용 등을 주관하고 지원하는 조직을 탄력적으로 구성·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국제 통상 규범에 어긋나는 부당한 조치다. 일본 정부의 태도로 봐서는 당분간 원상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더라도 국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반드시 이뤄야 할 국가적 과제다. 국익을 앞세운 보호무역주의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잠재적 상수’로 여겨야 한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소부장 산업은 아무나 따라올 수 없는 기술과 제품 개발에서 나온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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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