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5일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3차 발사에 성공했다. 발사체 분야에서 설계·제작·시험·발사운용 등 발사의 모든 주기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돼 향후 위성 발사 등 국가 우주 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2022년 8월에는 달 탐사를 위한 ‘다누리’ 발사에도 성공하며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정부는 여기에서 나아가 ‘2045년 세계 5대 우주강국’ 도약을 목표로 혁신적 연구개발(R&D)과 산업 지원을 확대하고 1000억 원 규모의 우주 펀드 조성과 우주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은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뉴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5월 27일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 우주청은 2045년까지 우리나라가 우주항공 5대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놨다. 5월 30일 경남 사천시 우주청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윤영빈 초대 우주항공청장은 ‘우주항공 5대 강국 입국을 위한 우주항공청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우주수송 ▲인공위성 ▲우주탐사 ▲미래항공이 4대 우주항공 기술분야로 정부는 이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다.
우주항공산업 국가 주력 산업으로
먼저 우주수송 분야에선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X)의 ‘팰컨9’과 같은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조기 확보하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별도의 제2 우주센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우주수송 기술, 발사장, 제조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고 재사용 발사체 기술의 조기 확보를 통한 누리호 반복 발사와 성능 개량에 들어간다.
인공위성 부문에서는 위성 개발·활용 생태계를 조성한다. 과학 임무부터 사회문제 해결, 공공서비스 개선까지 다양한 목적의 위성을 개발하고 민간 주도의 위성정보 활용 생태계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우주광통신·우주인터넷 등 미래 위성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기반을 구축해 위성정보 활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신산업·신서비스 창출 등을 추진한다.
정부는 달·화성을 비롯한 우주 전반으로 탐사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우주탐사 로드맵을 수립하고 달 착륙선 개발과 달 기지 확보 등으로 달 관측·탐사에 나선다. 나아가 화성과 소행성을 탐사하기 위한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관련 임무를 발굴한다. 미래항공 부문에서는 항공 분야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첨단제조를 혁신해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함으로써 미래 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한다. 하이브리드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첨단항공엔진 등을 개발하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핵심 기술과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 기술 확보로 세계 생산 기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앞으로 민간과 정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글로벌 수준의 민간 주도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우주항공산업을 국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주항공 기업 육성을 위한 사업·펀드에 투자하고 경남과 전남·대전으로 이어지는 우주산업 삼각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다. 민간 대상 우주항공 분야 조달 등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절차·제도 장비를 추진한다.
우주청은 이를 위해 내년 예산을 2024년도 7598억 원 대비 27% 증액된 9649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우주청의 2025년 예산은 ▲우주수송 역량 확대 및 경제성 혁신 ▲첨단위성 개발 ▲달 착륙선 본격 개발 및 국제 거대 전파망원경 건설 참여 ▲첨단항공산업의 주도권 확보 ▲민간 중심 산업 생태계 조성 등 5개 분야에 집중 투자된다.
윤 청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5대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우주항공 경제 창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와 산업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며 “2025년 우주청 사업 예산이 9649억 원 규모로 커진 만큼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5대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주산업·안보 총괄 ‘컨트롤타워’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우주항공 분야의 연구개발 및 산업 육성 등을 강조해왔다. 우주항공 산업은 앞으로 세계 질서와 경제를 주도하게 될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분야로 모건스탠리 등 해외 기관에서는 2030년까지 관련 분야 시장 규모가 2020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우주강국 도약 및 우주시대 개막’을 목표로 역대 정부 처음으로 우주청 신설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2022년 11월에는 직접 ‘미래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을 설치해 본격적인 출범 준비에 들어갔다. 올해 1월 우주청 관련 법률안 세 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개청은 급물살을 탔다. 이후 과기정통부와 행정안전부는 하위법령 및 청사부지 마련, 예산·전문 인력 확보, 연구기관 이전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했다.
한편 우주청이 둥지를 튼 경남 사천은 국내 유일한 항공기 제작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자리한 곳이다. 국내 우주항공 산업 매출액의 50%가 이 지역에서 발생할 정도로 관련 산업이 집적돼 있다.
‘한국판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청은 그간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우주항공 분야의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모아 국제협력 및 우주안보 등을 총괄하는 ‘우주항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우주항공정책 수립 ▲연구개발과 기술 확보 ▲우주항공산업 육성 ▲민·군 협력 ▲우주 안보 ▲국제협력을 도모한다. 정부는 우주청을 통해 혁신 우주항공 기업을 2000개 이상 육성하고 50만 개 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향후 목표로 제시했다.
5월 27일 ‘우주항공의 날’ 지정
우주청은 11월 25일 “우주청 개청일인 5월 27일을 ‘우주항공의 날’로 지정함으로써 ‘우주항공 5대 강국’ 실현과 다가올 우주항공 경제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우주청은 이날 우주청 개청일인 5월 27일이 ‘우주항공의 날’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우주청 개청은 민간이 우주항공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국내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를 조성·육성할 수 있는 기틀을 확립한다는 의의가 있다.
우주항공의 날은 올해 6월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 일부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산·학·연·지방자치단체·국민 등 1만여 명의 의견수렴을 거쳐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우주청은 내년 5월 27일 제1회 우주항공의 날을 기념해 다양한 과학기술 문화 프로그램과 연계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 등 주요 일정과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등 유관기관과도 연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강정미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 준비 착수
“다시 한 번 우주로”… 내년 하반기 발사 목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0월 1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누리호 4차 발사를 위한 ‘단 조립 착수 검토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단 조립이란 총 3단으로 이뤄진 누리호 동체를 장난감 블록을 결합하듯 끼워 맞추는 일이다. 지금은 각 단을 따로따로 제작 중인데 이를 한데 모아 ‘완전체’로 만들기 위한 핵심 과정이다. 조립 절차가 시작되면 발사 준비도 본격화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우주청과 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들은 발사체 구성품과 장비 입고 현황 등을 파악한 뒤 품질 보증과 안전관리 계획을 점검했다.
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1월부터 단 조립에 착수했다. 누리호 4차 발사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025년 하반기에 시행될 계획이다. 누리호는 기술 안정화를 위해 2027년까지 총 여섯 번 발사될 예정이다.
우주청은 네 번째 발사되는 누리호에 실릴 ‘차세대 중형위성 3호’도 본체 조립과 기능 시험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재성 우주청 우주수송부문장은 “향후 품질·안전·일정 등을 철저히 관리해 4차 발사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첫 달 착륙선 개발 본격화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목표”
한국형 달 착륙선 개발 사업도 본격 추진된다.
우주항공청은 10월 30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달 탐사 2단계(달 착륙선 개발) 사업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우리나라 최초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1월 4일 밝혔다.
달 탐사 2단계 사업은 한국의 첫 달 착륙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달 착륙선의 독자적 개발, 달 표면에 안전하게 착륙하는 기술 실증, 과학·기술 임무 수행을 포함한다. 사업 기간은 2024년 10월부터 2033년 12월까지며 2032년 달 착륙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앞선 1단계 사업은 한국 최초 달 궤도 탐사선인 다누리를 발사하는 프로젝트다. 다누리는 2022년 성공적으로 발사돼 현재 과학 임무를 수행 중이다.
달 탐사 2단계 사업은 혁신도전형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지정돼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사업 운영을 통해 국가적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혁신도전형 R&D 사업은 세계 최고 또는 최초 수준을 지향해 실패 가능성은 높으나 성공하면 혁신적 파급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R&D 사업을 말한다.
한편 달 착륙 임무에 필요한 탑재체는 과학·기술 수요에 기반해 관련 기획연구를 통해 선정하며 착륙지와 함께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