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윤영빈 청장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이 개청한 지 6개월이 지났다. 5월 27일 초대 우주항공청장으로 취임한 윤영빈 청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6개월이었다”고 회상했다. “백년지대계의 기반을 다진다는 마음으로 그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윤 청장의 말이다.
우주청의 영문 이름은 K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실제로 윤 청장은 우주청이 나사와 같은 위상을 가지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우주의 꿈을 꿨던 국민 모두가 우주항공의 미래를 그릴 때면 떠올릴 수 있는 기관으로 자리 잡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 청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리더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한데 모여 음악이 되기 위해서 지휘자는 악기에 대해 이해하고 연주자의 역량을 파악하면서 악단을 조화롭게 이끌어야 한다. 윤 청장이 생각하는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윤 청장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오려고 노력한 만큼 각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되 조화로운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힘썼다”고 말했다.
윤 청장의 리더십 아래 우주청은 서서히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그사이 태양 코로나그래프(CODEX)를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미국과 아르테미스 연구협약을 맺었다. 우주과학 분야의 올림픽이라는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학술총회도 개최해 잘 마무리했다. 윤 청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청의 날개를 펼칠 전망”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사에서 윤 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태양 코로나그래프가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 완료됐다고 한다. 그 의미가 무엇인가?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표면에 비해 100만 배 이상 어두운 태양 대기 가장 바깥 영역인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이다. 한미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11월 5일 스페이스엑스(X)의 발사체 팰컨9에 탑재돼 발사됐다. 11월 12일 국제우주정거장 외부탑재체용 플랫폼 ELC3-3에 설치 완료돼 시험 운영 중이다. 그동안 코로나와 관련된 연구는 태양 연구의 난제로 꼽혀왔다. 코로나그래프를 통해서 우주 날씨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코로나그래프가 성공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는 것은 우주 환경 예보와 관련 연구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우주과학 분야 위상이 한층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주청 개청 이후 우주경제 분야에서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다고 들었다.
10월에 나사와 아르테미스 연구협약을 체결했다. 나사와 다섯 번째로 연구협약을 맺은 것이다.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나사 고다드 연구센터도 방문하고 한미동맹을 군사·경제동맹을 넘어 우주동맹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번 연구협약 체결로 결실을 맺었다. 아르테미스 연구협약은 달 탐사 환경 구축과 화성 탐사 준비를 위한 협력 활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달 착륙선 개발, 우주 통신·항법 시스템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으로 타당성 연구를 수행한다. 우주탐사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나사와의 협력 기회를 늘리는 것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7월에는 부산에서 우주과학 분야의 세계 최대 규모 국제행사인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학술총회가 열렸다. 이 총회에서 우리 우주청 소속 윤기창 연구사가 우주환경패널(PSW) 부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우주청 설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늦은 편인가?
전 세계 70곳 넘는 나라에서 우주항공 전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나사와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우주항공 담당인력은 1.6%에 불과하고 현재 우주항공 예산도 2% 조금 넘는 수준이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의 민간 기업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의 선두주자다. 일본에서는 기존 대형 발사체에 비해 절반의 비용이 드는 발사체를 개발해 발사에 성공했고 인도는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도 우주항공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기에 체계적·지속적 지원을 해야 한다.
전 세계 우주항공 산업의 동향은 어떤가?
뉴스페이스, 즉 우주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는 일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우주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공공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우주기술을 창출하는 중이다. 탐사계획도 달에서 화성까지 확장되고 있고 달 경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2000년만 해도 360억 달러였던 글로벌 우주개발 투자 규모가 2021년에는 92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우주항공의 가치가 환경이나 위치·시각정보 확보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인프라로 확장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청 개청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우주청은 대한민국이 우주항공 5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우주항공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30여 년의 짧은 우주개발 역사에도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한 나라다. 독자적인 위성과 발사체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형 발사체나 우주탐사·관측 등 유망 첨단 영역에는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항공 분야에서도 독자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군 소요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청 설립은 정책을 수립·조정하고 연구개발(R&D), 핵심기술을 확보하며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우주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우주청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주항공 5대 강국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우주경제를 창출해 지금 전 세계 시장 1%에 불과한 점유율을 2045년에는 10%, 규모로는 420조 원을 달성하겠다. 현재 R&D 위주로 이뤄진 정책을 산업육성으로 변화시키고 정부·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R&D를 민간 주도로 바꾸려고 한다. 제한적으로 이뤄지던 국제협력도 적극적인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나아가 우주항공 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해 한강의 기적, 반도체의 기적에 이어 제3의 기적을 이뤄내고자 한다.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우주항공 기술 분야에서는 우주수송시장 선도와 위성개발·활용 생태계 조성으로 달을 넘어 화성·심우주로 탐사를 확대하는 것이다. 새로운 항공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주항공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주항공경제를 본격적으로 창출하고 국가 우주항공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을 강화하며 우주항공의 국제 영향력을 키울 예정이다.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을 얘기하자면 먼저 세계 수준의 우주산업 삼각 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경남을 위성특구로, 전남을 발사체특구로, 대전을 연구·인재특구로 지정해 정부·지방자치단체·민간의 역량을 결집할 것이다. 우주청을 중심으로 우주항공 정책 거버넌스도 체계화한다. 우주항공 분야의 법과 제도도 정비하고 투자도 확대한다. 2027년 정부 예산 1조 5000억 원, 2045년 국가 투자 100조 원이 목표다.
요즘 특히 주목받고 있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 등 뉴스페이스 발사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한 계획도 궁금하다.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바탕으로 우주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한다. 경부고속도로가 경제발전의 기틀이 됐듯이 재사용 발사체를 기반으로 지구·우주, 우주·우주, 우주·지구의 입체적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 지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수송 비용은 ㎏당 2만 4000달러 수준인데 미국 스페이스X의 경우 ㎏당 2000~3000달러다. 우리는 2030년대 중반까지 지구 저궤도 수송비용을 ㎏당 1000달러 이하로 달성해 우주경제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다. 우주 궤도에서 물자나 인력을 다른 궤도로 수송하기 위한 궤도수송선과 우주에서 지구로 진입하는 재진입 비행체 개발도 2026년 선행 R&D로 추진할 계획이다.
달 탐사 등 우주탐사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계획을 위해 달 착륙선 개발, 즉 달 탐사 2단계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달 착륙선을 독자개발하고 달 표면 연착륙 실증 등을 통해 독자적인 달 표면 탐사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1단계 사업인 달 궤도선 다누리는 2022년 성공적으로 발사돼 2025년 12월까지 과학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2040년대에는 달 자원을 활용하고 심우주 탐사 교두보가 될 달 기지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태양관측 L4 탐사선 개발도 추진한다. L4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과 위성의 원심력이 상쇄되는 평형점, 라그랑주 지점 L1~L5 중 아무도 탐사하지 않은 미개척지다. 2034년 최초로 우주관측소 구축을 목표로 국제협력을 이어갈 것이다.
화성 탐사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국제 화성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심우주 탑재체 제작기술을 확보하고 화성의 대기와 지형을 관측하는 궤도선을 2035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2045년에는 화성에 착륙해 화성을 탐사할 것이다.
김효정 기자
*뉴스페이스
국가가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우주개발을 선도하는 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에 따라 우주산업은 2040년 1조 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
기존의 우주발사체는 한 차례만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발돼 대기권에 재진입하면 파괴·분산됐다. 재사용 발사체는 손상 없이 회수할 수 있는 발사체로 여러 번의 발사에 쓰이게 된다.
*ELC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현 및 좌현 등 두 곳에 설치돼 코로나그래프와 같은 외부 탑재체를 지원하도록 설계된 플랫폼을 말한다.
*우주환경패널(PSW)
국제사회에 우주환경에 대한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우주환경 변화에 따라 태양과 지구에서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도록 기술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