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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달리는 무인버스 보고 놀라지 마세요 완전자율주행은 인프라 산업 핵심은 사회적 수용성”

자율주행 레벨4 ‘로이’ 개발한 오토노머스에이투지 한지형 대표
수많은 차량과 사람으로 뒤엉킨 서울 청계천 도로를 작은 버스 한 대가 유유히 달린다. 정차한 트럭 사이로 짐을 들고 튀어나온 택배기사를 피해 지나가고 갑자기 끼어든 킥보드에 속도를 낮춰 길을 내준다. 불법 주정차 차량과 무단횡단 보행자가 이어지는 돌발 상황 속에서도 교통신호를 지키며 차분히 움직인다. 겉으로 보면 어디서나 볼 법한 도심 셔틀버스다.
하지만 버스 문이 열리는 순간 예상 밖의 장면이 펼쳐진다. 운전자도 운전석도 없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가 2024년 개발한 무인 자율주행 차량 ‘로이(ROii)’다. 운전자 없는 버스는 어떻게 도심 한복판을 스스로 달릴 수 있을까.
로이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최대 시속 40㎞의 9인승 버스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하고, 비상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가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완전자율주행 역시 레벨4 단계다. 로이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경주 일대에 투입됐고 현재 서울 청계천과 울산 일부 지역에서 실제 운행되고 있다.
로이를 만든 A2Z는 2018년 국내 대기업 출신 엔지니어 네 명이 창업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자율주행차 471대 가운데 가장 많은 82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적 운행거리도 94만㎞(2026년 1월 기준)로 국내 최장 기록을 갖고 있다.
A2Z는 해외시장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등에 진출한 데 이어 2025년 11월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중동에 자율주행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한 ‘2025년 자율주행 리더보드’에서는 세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양산된 차량에 적용된 자율주행 기술은 대부분 ‘레벨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차량이 가속·제동·조향을 일부 자동으로 수행하지만 돌발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A2Z가 내세우는 전략의 핵심은 ‘풀스택(Full-stack)’이다. 소프트웨어만 개발하거나 차량만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 차량과 관제·제어 플랫폼, 도로·인프라 모듈, 운영 프로세스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어 도시 단위 자율주행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A2Z가 그리는 자율주행의 미래에 대해 한지형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부는 2027년 레벨4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도시 단위 자율주행 실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레벨4는 어떤 단계죠?
레벨1은 운전자의 손이나 발 중 하나만 자유로운 단계입니다. 레벨2가 되면 손과 발은 자유롭지만 운전자는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 최근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국내에 도입한 FSD(Full Self Driving) 기능도 기술적으로는 레벨2 수준입니다. 레벨3는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지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고요. 차량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면 그건 자율주행이라기보다 주행 보조에 가깝습니다. 레벨4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도 시스템이나 제조사가 집니다. 그래서 레벨4부터는 사실상 완전자율주행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레벨1에서 기술이 발전해 레벨4로 이어지는 것인가요?
많은 사람이 레벨1에서 레벨2, 레벨3를 거쳐 레벨4로 점진적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차량이라고 봐야 합니다. 기존 차량에 소프트웨어를 조금씩 추가한다고 해서 레벨4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레벨4가 되려면 핵심 장치마다 백업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때를 대비한 보조 브레이크가 있어야 하고 조향을 담당하는 모터도 두 개가 필요합니다. 배터리도 이중 구조여야 합니다. 소프트웨어에 맞는 차량 하드웨어가 처음부터 설계돼야 하고 그에 맞는 제어 시스템도 함께 구축돼야 합니다. 성능 좋은 비행기가 아무리 높이 날아도 달까지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판단합니까?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룰 기반(rule-based) 방식입니다. 교통법규를 기준으로 사람이 운전하는 패턴을 분석해 상황별 행동 규칙을 미리 입력해 두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앞차 속도가 느리면 차선을 바꿔 추월한 뒤 원래 차선으로 돌아오거나 앞차가 급정거하면 함께 제동하는 식입니다. 문제는 모든 상황을 규칙으로 만들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규칙에 없는 1%의 예외 상황이 발생하면 차량이 스스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엔드투엔드(End-to-End) AI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지부터 판단, 제어까지 전체 과정을 AI가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차량이 주변 환경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해 조향과 제동을 결정합니다. 다만 AI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최근 로이가 불법 정차 차량을 인지해 회피 주행하는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이런 판단은 어떻게 가능한가요?
청계천 구간을 실제로 운행하면서 기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트럭 한 대가 도로 쪽으로 크게 튀어나온 채 정차해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로이는 처음에는 잠시 정차한 것으로 판단해 기다립니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도 차량이 움직이지 않으면 불법 주정차로 인식합니다. 그다음에는 차량 폭과 도로 공간을 계산해 안전하게 회피할 수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이런 판단이 가능한 이유는 결국 데이터입니다. 실제 도로에서 다양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축적된 데이터가 기술을 끌어올립니다.
완전자율주행이라고 하면 어디든 자유롭게 달리는 자동차를 떠올립니다. 상용화 영역을 도심 셔틀버스로 우선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승용차의 완전자율주행은 아직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밤중에 시속 80㎞ 이상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노면이 미끄러운 상태에서 앞차가 급제동을 하거나 화물차에서 짐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수십 미터 이상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이 안전하게 대응하려면 센서가 그보다 훨씬 먼 거리를 정밀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센서와 반도체 기술 수준에서는 이런 환경까지 안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A2Z는 로이보다 작은 무인 물류차도 개발했지만 현재는 관련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물류 업계에서 기초 주행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A2Z는 비교적 제한된 구간에서 운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셔틀 시장에 주목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분야에서 기술과 운영 경험을 쌓은 뒤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완전자율주행이 실제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외에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수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자율주행차를 얼마나 안전하게 느끼고 신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로이는 아예 운전대가 없는 차량입니다. 시민들이 로이를 보고 “이 차도 안전하구나”라고 느끼기 시작하면 인식이 달라질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공감도 커질 것이고요. 특히 지방에서는 버스기사 부족으로 노선이 줄어드는 문제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자율주행 셔틀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실증사업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실제 도로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기술과 제도를 함께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실증 과정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책임 구조와 운영체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자율주행 산업은 제조사만의 책임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차량 제조사뿐 아니라 차량을 운영하는 회사, 관제 시스템을 담당하는 회사 등 여러 주체가 역할을 나누는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A2Z는 싱가포르·중동·일본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해외시장 전략은 무엇입니까?
레벨4 자율주행 셔틀은 교통 인프라 산업이라고 봅니다. 지하철이나 트램처럼 운영·관제 시스템과 법·제도, 보험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합니다. 한 도시에서 자율주행 차량 두세 대만 움직여도 이를 관리하는 운영체계와 관련 제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아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해외시장에 먼저 진출해 운영체계와 규칙을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고령화로 버스기사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무인셔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국내 자율주행 산업은 스타트업 중심이라는 구조적 한계도 제기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테슬라의 FSD 기능이 도입되면서 “이제 자율주행 시장은 글로벌 기업이 모두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닙니다. 레벨2와 레벨4는 엄연히 다른 시장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기술 격차가 크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결정적인 격차가 벌어진 상황은 아닙니다. 지금은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키워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기술 개발과 함께 실증사업이 이어지고 정부의 관심이 지속된다면 한국도 자율주행 분야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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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