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채팅창에 문장 한 줄만 입력하면 원하는 이미지가 뚝딱 만들어지는 시대예요.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줘.” 이 한마디면 지브리스튜디오의 유명 애니메이션풍 그림을 AI가 쉽게 생성해줘요. 관련 이미지가 1주일 만에 7억 장이나 생성됐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생성된 ‘지브리풍’ 이미지들에 과연 문제가 없을까요? 원작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016년 한 다큐멘터리에서 “AI 생성 애니메이션은 생명 자체에 대한 모독”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어요. AI가 만든 ‘지브리풍’ 이미지는 과연 창작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저작권 침해일까요?
이번 생생 MZ 톡에서는 AI 생성 이미지를 직접 사용해본 2030세대의 시선으로 이 문제를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참가자
쑥떡팥떡(32세, 프리랜서)
리버(26세, 졸업유예 취준생)
예민(36세, 프리랜서)
프로도(30세, 직장인)
한입(31세, 디자이너)
깡총(32세, 직장인)
밍가(33세, 프리랜서)
Q. 챗GPT로 ‘지브리풍’ 이미지를 만들어본 적이 있나요?
쑥떡팥떡
“제 얼굴이 AI에 데이터로 쌓인다는 것 자체가 찜찜해서 사용해보진 않았어요. 지브리풍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많이 올리던데 제 눈에는 실물과 별로 비슷해 보이지 않아서 ‘이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한 AI 이미지는 많이 만들어봤어요. 다른 누리소통망(SNS)에서 마음에 드는 폰트 이미지를 AI에 학습시켰는데 정말 잘 만들긴 하더라고요.”
한입
몇 번 만들어봤는데 지브리풍 이미지를 생성할 때마다 어쩐지 남의 것을 훔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AI는 스스로 창작하진 못하지만 따라하는 건 정말 잘하니까요. 사람이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결과물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깡총
지브리풍이 나오자마자 바로 사용해봤어요. 처음에는 정말 신기했는데 지금은 흥미가 많이 떨어졌어요. 너무 많은 사람이 똑같이 사용하다보니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Q. AI 생성 이미지가 원작의 감성을 훼손한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예민
“모방은 확실하지만 대부분 가족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어서 따뜻한 감성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챗GPT를 활용한 폭력적인 이미지도 많이 만들어진다고 해요. 원작자가 보면 정말 불쾌할 것 같아요.”
리버
“AI가 만든 그림은 진짜 창작에 꼭 필요한 고민, 우연, 실수, 시행착오가 전혀 없어서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된 작업인데 AI 생성 이미지의 등장으로 가치가 너무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깡총
인간 창작과 AI 창작의 가장 큰 차이는 ‘의도’에 있다고 생각해요. AI로 만든 지브리풍이나 디즈니풍 이미지들이 원작이 가진 감성을 훼손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사람들이 원작의 따뜻한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 사용하는 게 아닐까요? 다만 저는 지브리풍 이미지를 만들어 올렸다가 공유가 너무 많이 되는 바람에 지운 적이 있어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인기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이 들었거든요.
프로도
지브리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으로서 이런 유행이 달갑지는 않아요.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드는데 AI가 비슷한 이미지를 몇 초 만에 뚝딱 만들어버리면 그 진심이 폄하되는 것 같기도 해요. 애니메이션 산업 자체가 도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AI로 이미지나 콘텐츠를 만들 때 저작권이나 윤리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예민
이런 저작권이나 윤리 문제는 기업들 사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작사나 권리자가 ‘이런 감성이나 용도로만 사용해달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개인 사용자들을 일일이 규제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밍가
“지브리스튜디오와 오픈 AI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협업 관련 계약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정말 경악했습니다. 그래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불법 다운로드’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에 음악과 영화가 디지털로 처음 풀렸을 때처럼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용 가능한 규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봐요.”
리버
“현실적으로 AI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작가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법적 장치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AI가 학습할 자료를 사용자 본인이 허용할 수 있도록 기준이 세분화되면 좋겠어요.”
프로도
지브리풍 이미지 사용은 감정적으로는 표절이라고 느껴도 법적으로는 매우 애매한 영역이에요. 예전에는 AI가 사람들의 삶을 편하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밥그릇을 두고 AI와 싸우게 될 줄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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