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 비우기를 실천하는 안내상 배우. 마시던 생수를 다 비울 때까지 들고 다녔다
▶생수병 비우기를 실천하는 안내상 배우. 마시던 생수를 다 비울 때까지 들고 다녔다
배우 안내상이 말하는 물 절약 습관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유명인(에코브리티)들의 기후행동 캠페인 <불편해도 괜찮아>가 시즌2를 마쳤다. 4분 30초 짜리 영상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바꿔야 할 우리의 생활방식을 제시한다. 10개 가운데 7개를 골라 시리즈로 나눠 소개한다. 건강한 지구를 위한 작은 습관이다.
▶유튜브 갈무리
매해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극심한 물 부족에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지구 표면의 약 70%가 물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바닷물이고 실제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단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꼭지만 열면 ‘콸콸’ 나오는 물을 아껴 쓰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물을 낭비하고 있을까? 배우 안내상의 일터로 <불편해도 괜찮아> 카메라가 따라갔다. 배우 안내상이 물을 절약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새로운 습관은 무엇일까?
# 새로운 습관 1- 생수 버리지 않고 마시기
드라마 촬영으로 분주한 현장. 안내상 배우가 촬영장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며 뭔가를 찾는다.
“촬영 현장에는 마시다 남긴 생수병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빨리 일해야 하니까 다 마시지 못하고 두고 가는 거죠. 저도 그랬어요. 현장에서 하루에 생수를 다섯 병쯤 받았던 것 같은데 한 병을 다 비운 기억이 없네요.”
안내상 배우가 현장에서 찾은 것은 마시다 남긴 생수병들, 바로 잘못된 습관이었다.
생수는 이제 우리 일상과 뗄 수 없게 됐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손쉽게 살 수 있고 온라인 주문으로 문 앞에서 배달된 생수를 받는다. 한 해 약 30억L 물이 생수로 생산돼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다. 생수를 담은 페트병은 불과 수분 만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된다. 생수병을 포함해 버려지는 페트병은 연간 30만 톤이 넘는다.
촬영을 하려고 대기하면서 출출해진 안내상 배우가 빵을 사 먹는다. 목이 막히자 촬영장에서 가져온 500㎖ 생수병을 집었다. 뚜껑을 따서 한 모금 꿀꺽 마시고는 “오늘 이 물을 다 마실 때까지 들고 다니겠습니다. 그리고 다 마시고 버리겠습니다”라며 물 절약을 촬영장에서 실천해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안내상 배우는 “그냥 내 주위에 있고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언제나 잡을 수 있어 ‘물에 대해 내가 무슨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지?’ 하고 살았다”며 편리함만 봐온 자신을 돌아봤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소에 마시는 물만 낭비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수돗물이 295L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가정용 수돗물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가정용 수돗물 사용량이 늘어난 것이다.
수돗물은 강이나 댐에 있는 물을 취수하고 응집하며 침전과 여과를 거쳐 소독 및 정수처리 뒤 가정으로 공급하기까지 많은 단계의 물리·화학적 공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화학약품과 전기 사용 등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그렇게 공급된 물이 먹는 물과 생활용수 등으로 사용되고 다시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된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계수 기준으로 물 1L 사용에 0.332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물을 절약하면 물의 생산과 공급, 하수 처리를 위해 쓰인 에너지도 감소해 그만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 물 사용을 줄이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안내상 배우가 양치컵 사용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안내상 배우가 양치컵 사용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 새로운 습관 2- 양치 컵 사용하기
안내상 배우가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양치하는 습관이 있다. 집에서 챙겨 온 준비물을 꺼낸다. 칫솔과 치약, 그리고 양치 컵이다. 그 가운데 양치 컵은 안내상 배우에게 꽤나 낯선 물건인 모양이다. “솔직히 컵에 물을 받아 양치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오늘 양치 컵 사용하기는 안내상 배우에게 일종의 도전이다. 안내상 배우는 물 한 컵으로 말끔하게 양치를 마칠 수 있을까?
그 결과에 안내상 배우는 내심 놀란 눈치다. 양치는 물 한 컵으로 충분했다. 따라놓은 물 한 컵으로 안내상 배우는 입도 헹구고 칫솔도 씻었다. “별 무리가 없네요. 살짝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부족하지 않아요. 딱 이 정도면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물을 사용할 때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낭비되는 물이 많이 있다. 이런 물만 아껴도 상당한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실천이기도 하다.
양치 컵 사용을 습관화해 물을 아끼면 탄소중립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4인 가족이 하루 3회 양치 컵을 사용하면 물을 틀어놓을 때보다 연간 온실가스 약 12.6kg을 줄일 수 있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1.3그루를 심는 효과다. 전체 가구의 10%만 동참해도 연간 온실가스 약 2만 6000톤을 감축해 30년생 소나무 289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드라마 촬영을 마친 안내상 배우는 다시 현장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그새 버려진 생수병이 없는지 둘러보더니 깨끗한 현장을 확인하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그리고 그가 종일 들고 다니던 생수병을 다 마셔 비웠다. 오늘의 작은 실천으로 안내상 배우는 ‘생수 버리지 않고 마시기’, ‘양치컵 사용하기’라는 두 가지 물 절약 습관이 새로 생겼다.
“환경보호는 환경운동가나 정부, 기구에서 하는 일인 줄 알았지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새로운 습관을 하나씩 만들어가며 미래를 대비하면서 살아야겠어요. 불편하더라도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제이원더
▶(위) 제트펌프로 압력을 주어 7리터 이하의 물만 쓰게 만든 변기 | 한겨레 (아래) 1등급 변기, 1등급 수도꼭지, 우수등급 샤워용 수도꼭지 등 절수등급표시 예시 | 환경부
절수설비에 절수등급 표시 의무화
소비자가 변기와 수도꼭지의 절수 성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2022년 2월 18일부터 절수설비 제조·수입자는 절수설비에 절수등급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대상은 신축건물에 들어가는 절수설비, 숙박업이나 목욕탕 등 물 사용량이 많은 업종, 공중화장실 등이다. 이를 어기면 5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번 수도법 개정에 따라 절수등급은 변기는 3개 등급, 일반 수도꼭지는 2개 등급, 샤워용 수도꼭지는 단일 등급으로 구분된다. 변기는 1회 물 사용량을 기준으로 절수등급이 3등급으로 나뉜다. 대변기는 4L 이하면 1등급, 5L 이하면 2등급, 6L 이하면 3등급이다. 소변기는 0.6L 이하면 1등급, 1L 이하면 2등급, 2L 이하면 3등급이다. 수도꼭지는 1분간 나오는 물의 양이 5L 이하면 1등급이고 6L 이하면 2등급이다. 샤워용 수도꼭지는 1분간 나오는 물의 양이 7.5L 이하면 우수등급을 준다.
절수등급 표시를 위해 절수설비 제조·수입자는 수도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기관에서 절수설비를 시험·검사받아야 한다. 절수등급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1차 위반 시 300만 원, 2차 위반 시 400만 원, 3차 위반 시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정안에는 절수설비 설치 의무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를 상향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절수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는 1차 위반 시 500만 원, 2차 위반 시 700만 원, 3차 위반 시 1000만 원이다.
환경부는 1회 물 사용량이 6L인 변기 2300만 대를 절수등급 1등급 변기로 교체하면 수돗물을 연간 1억 5000만톤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115만 명이 1년간 사용하는 수돗물의 양과 맞먹는다. 돈으로 환산하면 수돗물 평균 생산원가를 적용했을 때 연간 1490억 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또한 수돗물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도 줄어 탄소 배출을 연간 1만 3700톤 줄일 수 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이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 1만 7000대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하는 효과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