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0일(현지시간)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202/한일정상회담_640.jpg)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7월 10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비롯해 각국 정상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다.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해 글로벌 안보 위기가 고조된 만큼 정상회담의 초점은 이에 대한 대응책에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 상대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글로벌 현안과 독일의 유엔사 가입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한 파트너이자 가치 공유국인 한국과 독일이 양자 협력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원, 공급망 교란, 기후위기 등과 같은 글로벌 현안에서 공조를 더욱 긴밀히 하기를 희망한다”며 “이를 위해 양국 간 다양한 레벨에서의 소통과 협력을 계속 심화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북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체결을 통해 상호 군사·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러·북 군사협력에 대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단호히 대처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숄츠 총리에게 “독일의 유엔사 가입 신청을 환영한다”는 뜻도 밝혔다. 양 정상은 “독일의 이러한 이니셔티브가 규범 기반 국제질서 수호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더욱 많은 기여를 하겠다는 독일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장소에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양 정상 간 상호 방문을 포함한 활발한 고위급 교류를 통해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확대·심화되고 있다”며 “2022년 9월 정상회담 후속조치인 ‘2+2 외교·국방 고위급 회의’ 개최를 통해 양국의 안보협력을 더욱 제도화하고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한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가치 공유국들이 연대해 역내·글로벌 안보를 수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파트너인 한국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양 정상은 또 캐나다의 향후 국방력 증강과 관련 방산 분야에서 호혜적인 협력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는 “러·북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체결을 통해 상호 군사·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러·북 군사협력에 대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단호히 대처해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딕 스코프 신임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와 글로벌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스코프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는 인사로 시작한 정상회담은 러·북 군사협력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양 정상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지속된 도발과 러·북 간의 군사협력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과 유럽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북한의 비핵화와 러·북 군사협력 대응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나가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에서 열린 각국 정상회담에 임하고 있다. 왼쪽부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딕 스코프 네덜란드 총리. 사진 대통령실](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202/noname-side.png)
러·북 군사협력에 공동 대응 방안 논의
윤 대통령은 울프 크리스터손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글로벌 안보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스웨덴의 역사적인 나토 가입을 축하한다”며 “2024년 한·스웨덴 수교 65주년을 맞이해 양국 관계가 원전, 방산, 핵심광물 등의 분야에서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협력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크리스터손 총리는 “2023년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다시 정상회담을 갖게 돼 기쁘다”고 답하며 “양국이 방산과 원전 등의 분야에서 호혜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러·북 간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은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러·북 군사협력 대응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이처럼 아시아와 유럽의 안보가 연계되는 시대에 양 정상은 나토와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국(IP4)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며 “나토·IP4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과 재건 지원에도 계속해 기여하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양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과 같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거듭나게 됐다”고 평가하며 “방산, 원전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확대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협력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유럽과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직면한 공동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에서 열린 각국 정상회담에 임하고 있다. 왼쪽부터 울프 크리스터손 스웨덴 총리,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202/noname-side2.png)
한 달 반 만에 다시 만난 한일 정상
이어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회담은 5월 서울에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렸던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 달 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양 정상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 에너지, 미래세대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점을 평가했다. 6월에는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의 경제산업성 등이 모여 한일 수소협력대화를 열었고 한일 재무장관회의·교육장관회의·외교차관전략대화도 잇따라 개최됐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러·북이 상호 군사·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적·경제적 밀착을 가속하는 움직임은 동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렇게 나날이 엄중해지는 국제안보 상황 속에서 양국이 3년 연속 IP4 일원으로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그 전략적 함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러·북의 밀착은 한·미·일의 캠프 데이비드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나토 회원국들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결코 북대서양의 안보와 동북아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우방국들과 단합된 대응으로 확인시켜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오늘날의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우리 양 정상이 견고한 신뢰 관계와 전략적인 문제 인식을 공유하며 이렇게 긴밀히 논의·공조하는 것은 뜻깊다”며 “미국·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나토와 IP4의 공조를 깊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각국과 원전·반도체 등 경제협력 방안 다뤄
윤 대통령은 체코, 네덜란드 등 정상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원전건설 수주와 반도체·핵심 광물 협력 등 각국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스코프 네덜란드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2023년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시 합의에 따라 2024년 상반기 양국 간 반도체 대화와 반도체 아카데미가 개최되고 2025년에는 삼성·ASML 연구개발(R&D) 센터가 착공될 예정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메모리반도체 제조에 강점이 있는 한국과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가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자”고 했다.
이에 스코프 총리는 “네덜란드 정부도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심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양국 간 반도체동맹, 과학기술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되도록 협력을 강화하자”고 답했다. 양 정상은 한국과 네덜란드가 9월 서울에서 제2차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 회의(REAIM)’를 공동 개최할 예정인 만큼 이 회의에서 군사분야 AI의 책임 있는 이용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는 원전건설 수주와 관련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체코가 다양한 경로로 교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고 특히 양국 간 교역 규모가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의 체코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9월 유엔총회에서 한·체코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을 계기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체코를 공식 방문하고 2024년 4월에는 한·체코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등 체코와의 교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체코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 사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과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체코가 추진 중인 고속철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의해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파벨 대통령은 “양국이 상호 관심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더욱 확대하길 기대한다”며 “기존의 협력 분야를 넘어 디지털, 사이버, 전기차 배터리, 철도, 첨단기술 등의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하루에만 7개국 정상과 정상회담을 가진 윤 대통령의 행보가 “글로벌 중추국가로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하며 “원전과 방위산업, 디지털 분야에서 역량 있는 기업이 더 큰 운동장으로 진출해 뛰어다닐 수 있도록 디딤돌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