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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77주년’에 만난 두 정상 원전·조선 등 "미래 핵심 파트너"

싱가포르 국빈 방문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은 3월 3일 두 번째 국빈 방문국인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도착했다. 필리핀은 한국의 동남아시아 최초 수교국이자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이자 최대 규모로 6·25전쟁에 파병한 전통적 우방이다. 이 대통령은 마닐라 도착 직후 필리핀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호세 리잘을 기리는 리잘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의 만남은 2025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두 번째다. 특히 이날은 한국과 필리핀이 수교를 맺은 지 77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회담에 의미를 더했다.
이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토대로 통상·인프라·방산 등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조선·원전·인공지능(AI) 등 신성장 전략 분야까지 양국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77년 동안 양국 관계는 역사적 연대와 우정, 활발한 실질 협력에 기반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며 “양국은 급변하는 경제·안보 환경에 대응하며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총 10건의 약정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분야별 협력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FTA 기초해 기업 애로사항 해소”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한 교역과 투자 확대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교역·투자가 한·필리핀 FTA에 기초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획기적으로 해소했다”며 “2024년 한·필리핀 FTA 발효 이후 한국의 필리핀 투자가 5배 이상 증가하며 교역과 투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체결된 지식재산·농업 분야 협력 MOU가 각 분야별 기업의 진출을 더욱 촉진하고 역내 교역과 투자를 활성화하며 FTA의 활용도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와 방산 등 전략적 산업 분야의 협력 강화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인프라 산업 관련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한국도 긴밀히 동참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특히 양국 간 ‘방산물자 조달 관련 시행 약정’에 기초해 우리 방산기업이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조선과 원전, 공급망, AI, 디지털 등 신성장 분야 협력도 구체화했다. 이 대통령은 “선박 건조량 기준 각각 세계 2위와 4위인 조선 강국으로서 양국 간 조선 협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양국이 힘을 모을수록 양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강화되고 공동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이어 “원전 분야에서도 실질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필리핀 바탄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결과 및 ‘신규 원전 사업 도입 협력 MOU’를 기초로 양국은 최적의 원전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은 첨단기술을, 필리핀은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은 핵심광물 분야에서도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이번에 체결된 ‘핵심광물 협력 MOU’에 기초해 핵심광물 및 공급망 관련 실질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적·문화 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2025년 135만 명의 한국인이 필리핀을 방문했고 61만 명의 필리핀인이 한국을 찾는 등 교류가 활발한 가운데 양국은 한국어 및 문화 협력 MOU를 통해 인적 교류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 초국가 범죄 대응에도 손을 모은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경찰서 내 ‘코리안 헬프 데스크’를 설치하는 등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필리핀 정부의 노력에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경찰 협력 MOU에 기초해 한국과 필리핀이 초국가 범죄 대응과 근절을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늘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우정과 협력이 더욱 깊어지고 양국이 ‘미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마라밍 살라맛 뽀(Maraming Salamat Po·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타갈로그어 인사로 공동언론발표를 마무리했다.
방산 협력 상징 ‘금 거북선’ 선물
이날 저녁 열린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에게 ‘금 거북선’과 공군 조종사 항공점퍼 등을 선물했다. 청와대는 “금 거북선은 주물로 거북선 모형을 찍은 후 세세한 부분을 손으로 다듬고 순금 도금한 작품”이라며 “세계 최강 수준인 대한민국 조선업의 역사와 기술력을 상징하는 거북선을 통해 양국의 방산 협력 강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공군 조종사 항공점퍼는 영화 ‘탑건’의 팬이자 어린 시절 조종사가 꿈이었던 마르코스 대통령을 고려한 선물이다. 왼쪽 가슴에는 양국 국기를 장식하고 오른팔에는 한·필리핀 수교 77주년 기념일인 3월 3일을 의미하는 ‘3377 패치’를 부착했다.
영부인 리자 아라네타 마르코스 여사를 위한 선물로는 비취와 호박, 산호를 조화롭게 장식한 ‘정홍 금화 노리개’와 한국 화장품 세트 등을 준비했다.
강정미 기자

한국전쟁 참전기념비 헌화
“필리핀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에 감사”
이재명 대통령은 3월 4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한국전쟁 참전기념비를 방문해 참전용사의 넋을 기렸다. 필리핀은 6·25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해 한국을 지원한 국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참전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참전용사들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했다. 휠체어를 탄 참전용사를 향해서는 직접 무릎을 꿇고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이 자리에는 벤자민 산토스, 로드리고 에레니오, 프루덴시오 마누엘 등 참전용사와 가족들이 참석했다.
산토스 씨는 이 대통령에게 한국전쟁 당시 촬영한 사진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사진 뒷면에 ‘귀하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적고 서명을 남겼다. 산토스 씨는 “대통령을 만나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며 이 대통령에게 축복의 인사를 전했다. 에레니오 씨는 “한국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국에 한번 오시라”며 초청의 말을 건넸다. 마누엘 씨는 자신의 손자가 최근 한국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며 “참전용사를 국내로 초청하는 행사가 있으면 이분들도 꼭 초대하라”고 참모진에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찾은 참전기념비는 한국전쟁 전사자 112명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됐다. 필리핀의 현충원인 영웅묘지 내 세워진 기념비에는 전사자 명단과 함께 양국 전직 대통령들이 남긴 추모 글귀가 새겨져 있다.

동포 오찬 간담회
이 대통령 “재외동포 치안 문제 해결에 많은 관심”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는 3월 4일 필리핀 마닐라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동포들이 겪고 있는 치안 불안과 관련해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에게 요청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에서 징역 6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마약왕’ 박모 씨의 한국 임시 인도와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요청했다고 밝히고 필리핀 대통령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치안 문제인 것 같다”며 “대한민국은 재외국민 범죄 피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사람을 건들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공언했고 현지 언론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알리고 있다”며 “내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행위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 사람을 상대로 한 국제 스캠(사기) 범죄,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22% 줄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당국이 ‘코리안 헬프 데스크’를 별도로 운영할 정도로 대한민국 정부에 우호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필리핀 정부의 협력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지 동포들과 간담회를 마친 이 대통령은 3월 1일부터 이어진 3박4일의 싱가포르·필리핀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혜경 여사는 3월 4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열린 K-팝 커버댄스 경연대회 ‘모두의 K-팝’ 축제에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약 1000석 규모의 관객석이 가득 찬 가운데 김 여사는 “K-팝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며 “K-팝을 사랑하는 필리핀 청년들에게 매우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
“필리핀 핵심광물 한국 첨단산업 협력 잠재력 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4일 필리핀에 “양국 협력 수요가 높은 조선, 전기·전자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필리핀의 풍부한 핵심광물(니켈·코발트 등)과 이 광물을 활용하는 한국의 첨단산업은 협력 잠재력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은 16~19세기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하는 글로벌 무역의 대동맥 역할을 해왔다”며 “우리 기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이 필리핀 제품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것처럼 양국 간 상호보완적 경제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협력의 중심축에는 제조업, 에너지, 인프라 현대화의 협력 강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아세안 지역에서 열린 첫 번째 비즈니스 포럼이다. 행사에는 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필두로 한 양국 정부 인사들과 기업인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 경제 인사로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HD현대그룹 정기선 회장, SK그룹 이형희 부회장,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 삼성전자 김원경 사장, LG전자 정대화 사장 등이 자리했다. 필리핀 측에선 SM Prime 한스 시 회장, 알리안스 글로벌 그룹 케빈 앤드류 탄 사장, 케세이퍼시픽 데이비드 추아 사장 등이 참석했다. 기업인들은 핵심광물, 조선·방산, 문화·소비재 관련 주제 발표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신규 원전 협력 MOU’와 ‘조선산업 기술 발전 협력 MOU’를 비롯해 조선, 원전, 식품, 의료기기 등 분야에서 총 7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포럼 부대행사로는 국내 기업과 필리핀 바이어 110여 개사가 참여한 ‘한-필리핀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열렸다. K-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주제로 한 한류 우수 제품 쇼케이스와 의약품·의료기기, 식품, 뷰티 분야 일대일 상담회도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총 164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고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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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