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는 반려동물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외모는 입양할 때도 주요 조건이지만 버릴 때도 크게 작용되는 요건이다. 예쁘면 선택받고, 못생겨지면 버림받는다. 이들을 생명이 아닌 소유물로 여기는 태도 역시 동물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 유기견보호센터는 사회의 부조리가 극명히 드러나는 곳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자정의 목소리는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물권단체 케어다. 케어는 동물 구조입양법 개정 등 동물의 권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청와대에 유기견 ‘토리’를 입양 보낸 곳이기도 하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케어 입양센터(답십리점)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동물 직접 키우지 않아도 교감 나눌수 있는 통로 많아지길”
강아지를 좋아하고 본가에서도 기르고 있지만, 지금은 자취를 하기 때문에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케어로 봉사를 오고 있죠. 봉사자들은 보통 산책, 청소와 빨래, 대형견과 놀아주기 등을 합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 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유기견센터로 봉사를 가거나 대부 대모 제도를 통해 특정 견을 후원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입양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요. 동물을 사랑하고 지원하는 통로가 보다 다양해져서 더 많은 동물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최다운(20, 자원봉사자)
“동물 보호 법 강화 사람에게도 유익하죠”
최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안으로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된 큰 돌고래의 국내 수입이 금지되었죠. 일본 다이지는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돌고래 습성을 이용해 부모는 식용으로 사냥하고, 새끼 돌고래는 수족관에 파는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포획을 일삼는 곳입니다. 발의된 법안으로 이런 일을 막을 수 있게 되었죠. 개정된 동물법도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기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습니다. 이러한 법 개정은 결국 사람에게도 유익한 일입니다. 동물의 권리까지 신경 쓰고 살피는 국가에서는 사람에 대한 생각과 자세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을 존중하고 공존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순간,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성숙하리라 생각합니다.
조중희(27, 케어 입양센터 활동가)
“동물원에서 전시 부적합 동물을 만나지 않기를”
동물원을 없애는 일은 어렵습니다. 동물원의 동물 복지를 단계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부적합 동물의 전시를 막는 일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아니지만 자의식이 있는 동물을 ‘비인간 인격체’라고 부르는데, 비인간 인격체인 침팬지나 오랑우탄, 돌고래, 코끼리, 범고래 등은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 갇혀 살게 해서는 안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돌고래와 범고래의 수족관 내 번식과 추가 도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죠. 극지에서 사는 북극곰이 우리나라 기후에서 여름을 지낸다는 것도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동물원을 유지해야 한다면 서식환경을 그 종의 특성에 맞게 최대한 재현하고, 전시 부적합 동물들은 전시하지 않도록 하는 일부터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이영신(22, 케어 입양센터 활동가)
“반려동물 양육 전 필수교육 이수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기르고자 하는 동물을 잘 모르는 사람은 키우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독일의 경우 반려동물정책이 마련돼 있어 개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반려견 역시 사회화를 위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반려견이 짖거나 무는 일로 주변과 마찰을 빚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 문제들 역시 개의 습성과 특성에 대해 주인이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사회화가 잘된 개와 교육을 받은 주인은 문제될 일이 없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알지 못할 때 짖는다고 성대수술을 하고, 체고 40cm 이상의 개는 무조건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발상을 하게 되죠. 반려동물 문화를 성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도교육과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이 필수입니다.
유민희(43, 케어 입양센터 정책기획팀장)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법적 규제 필요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외로워서 입양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경우 외로움이 해소되면 반려동물이 방치되고 혼자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케어의 경우 입양신청서 항목에 ‘가족 중에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있는지, 임대일 경우 집주인의 동의를 받았는지, 반려견이 질병에 걸렸을 때 연간 어느 정도의 병원비를 지출할 수 있는지’ 등 세세한 항목에 답하도록 돼 있어요. 입양 후에 6개월마다 반려견의 사진을 보내는 일도 입양 견주의 의무 중 하나죠. 입양 절차가 이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우면 입양에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단순 충동으로 입양을 하는 것을 막고, 입양에 책임을 갖도록 만들죠. 유기견과 파양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제도가 의무적으로 시행되었으면 합니다.
최원진(23, 케어 입양센터 활동가)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도적인 조치 필요해”
제가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중에 하나는 길고양이 혐오로 어미를 잃은 사연을 갖고 있어요.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고양이 밥에 약을 탄 거죠. 그 일로 어미 고양이는 죽었고, 새끼 고양이는 데리고 와서 키우게 되었죠. 이런 일을 겪으면서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불호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혐오가 그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길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어서 일부러 집안에 들이기도 했다는데, 도시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서 안타깝습니다. 주택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어지럽히는 것도 마땅히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죠. 길고양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주택가와 떨어진 일정한 장소에서 정기적으로 사료를 주는 방법을 고려해봤으면 합니다.
유예니(22, 자원봉사자)
“유기견 입양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15년 동안 키우던 시츄를 2016년 1월에 보내고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케어로 봉사를 다니던 딸이 원해서 나샘과 인연이 되었네요. 나샘은 남양주 뜬장(배설물 처리를 위해 바닥이 뚫려 있는 철제 사육 박스)에서 어미와 함께 구출된 새끼예요. 저는 이런 입양이 더 많아져야 강아지 공장들이 근본적으로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강아지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강아지 공장들이 성행하는 것이죠. 강아지 공장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면 새끼들 또한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합니다. 여러 질병으로 많은 의료비가 들어가면 유기 문제까지 발생하기도 하죠. 그뿐만 아니라 케어의 입양은 소유권이 케어에 있고 입양 가족이 평생 맡아서 기르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가요. 저와 케어 둘이 나샘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니까요. 케어에서 반려동물을 보증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입양 문화가 앞으로 더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유기견 입양 가족 박강원(60)·최영인(28)
케어 후원 문의 02-313-8886 http://fromcare.org
강보라 | 위클리 공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