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지역 주변을 완충지역으로 묶어 축산 관련 차량의 이동을 제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남하 저지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남쪽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생지역 주변을 완충지역으로 설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10월 9일 밝혔다. 완충지역으로 설정한 곳은 고양·포천·양주·동두천·철원과 연천군 발생농가 반경 10km 방역대 밖이다. 농식품부는 “완충지역은 수평 전파의 주요 요인인 차량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고, 지역 내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정밀검사와 농장 단위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10월 10일부터 완충지역의 축산 관계 차량 이동을 통제했다. 이들 지역 안에서 축산 관계 차량의 이동 상황을 위성항법장치(GPS)로 실시간 확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제한한다. 특히 완충지역과 발생지역, 완충지역과 경기 남부권역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에 통제 초소를 세워 축산차량 이동을 통제한다. 축산차량뿐 아니라 승용차를 제외한 자재차량 등 모든 차량의 농가 출입이 통제된다.
여러 농장을 방문하는 차량은 매번 거점 소독시설에서 소독한 후 소독필증을 받아야 한다. 완충지역 경계선 주변의 도로와 하천은 집중적으로 소독해 남쪽으로 전파 가능성을 막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 파주, 김포, 연천(발생농가 반경 10㎞ 안), 인천 강화의 사료 차량은 완충지역 돼지농장으로 직접 출입할 수 없고, 지정된 하치장에 사료를 내려놓아야 한다. 하치장의 사료는 완충지역 안에서만 움직이는 사료차량에 다시 실어 농가로 배송한다.
승용차를 뺀 모든 차량은 완충지역 안의 돼지농장으로 직접 들어갈 수 없다. 완충지역 경계선 주변 도로와 하천도 집중적으로 소독할 계획이다.
완충지역 모든 돼지 3주간 매주 정밀검사
완충지역의 돼지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횟수도 늘린다. 최대 21일인 아프리카돼지열병 잠복기를 고려해 완충지역 안 모든 돼지농장에 대해 3주간 매주 정밀검사를 벌인다. 도축장과 사료 공장 등 시설에 대한 환경검사(축산 관계 차량에 묻은 분변, 사료, 도축장 안 계류장 잔여물 등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도 매달 한 차례씩 하기로 했다. 완충지역의 모든 방역 상황은 8개 반 16명으로 꾸려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특별방역단이 상시 점검한다.
농식품부는 “10일 자정부터 GPS를 통해 축산 관계 차량의 다른 지역 이동 여부를 실시간 점검할 예정”이라며 “운전자 등이 이를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등 남북 접경지역에서 헬기를 동원해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10월 4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지역인 경기 연천 중부 일대 비무장지대 안에서 헬기 방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역은 10월 2일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한테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검출되면서 감염원인 야생 멧돼지를 통한 2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방역 작업은 유엔군 사령부와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된 다음 날인 10월 3일 상황평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정 장관은 6월 시달된 군 대응 지침 준수를 다시 강조했다. 지침은 북한 야생 멧돼지가 한강·임진강 유역으로 떠내려올 경우 살아 있는 개체를 포획하거나 사살하도록 했고, 사체는 발견 즉시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만 아직까지 실제 사살된 야생 멧돼지는 없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북한 야생 멧돼지가 2중, 3중으로 되어 있는 우리 일반전초(GOP, General Outpost) 철책을 넘어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할 것으로 보이나, 군이 열상감시장비 등을 이용해 이동 유무를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가축전염병 대응체계 획기적 강화”
정부는 앞서 10월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경기도 김포·파주·연천 지역에서 돼지 수매를 이날 중으로 완료해달라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당부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방역상황점검회의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들 지자체에 대해 “8일 중으로 돼지 수매를 완료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현수 장관은 “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한 특단의 조치인 만큼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방역이 최우선”이라며 “수매·살처분 과정에서 운반차량 등은 반드시 거점 소독시설에서 소독하고 도축 후에도 철저히 소독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장관은 “돼지 수매가 끝난 농가에 대해서는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즉시 시행하고 이에 필요한 업체·인력·장비 및 매몰지도 준비해줄 것”을 지시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남쪽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이라며 “가축전염병 대응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 현장의 노고가 크다”며 “방역 담당자들과 관계 공무원들의 밤낮 없는 수고에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살처분, 이동 제한 등 정부의 방역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고통을 감내하고 계신 축산농가 여러분께도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우선 과제는 다른 지역, 특히 남쪽으로 확산을 막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는 강화, 김포, 파주, 연천 등 발생지역에서 사육하는 모든 돼지를 예방적 살처분을 넘어 전량 수매 비축하는 등 전에 없던 과감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