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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난방·온수 등 자급자족 저탄소·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자립 ‘그린 뉴딜’
▶6월 2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이지하우스에서 주민 주재환 씨가 자신의 텃밭을 소개하고 있다.그린 뉴딜 선도하는 ‘이지하우스’
6월 26일 오후 서울 노원구에 있는 국내 최초의 에너지제로 주택인 이지(EZ)하우스 앞에 서자 7층짜리 아파트 벽면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 1m, 세로 1.6m 크기의 패널들이 벽면과 옥상을 촘촘하게 채우고 있었다. 2017년 가을부터 121가구가 아파트, 연립주택, 땅콩주택, 2층 단독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건물에 입주해 사는 이지하우스 단지에는 모두 1000개가 넘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이날 이지하우스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이종구 씨는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채 이지하우스에서 세 번째 여름을 맞고 있다고 했다. “큰 기대 없이 입주했는데, 단열이 잘돼서 그런지 한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아 선풍기만 틀어도 괜찮아요. 겨울에는 보일러를 잠깐씩 트는데 반바지, 반팔 입고 살아요.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보일러를 계속 틀어도 긴팔을 입어야 했는데, 여기서는 전기를 마음 편히 쓰며 지낼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 25일 오후 ‘그린 뉴딜’ 첫 현장 방문지로 이지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 기획재정부공동주택 최초 ‘열 회수 환기장치’ 설치
이지하우스는 일단 단열 공법부터 기존 아파트와 다르다. 국내 아파트 대부분은 11.5㎝ 정도의 단열재를 콘크리트벽 안쪽에 붙이는 ‘내단열’ 공법을 쓰는데, 내부 콘크리트 벽체 표면 온도가 낮아 결로와 열이 드나드는 열교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이지하우스는 다른 아파트와 달리 22.5㎝ 두께의 단열재를 건물 구조체 외부에 설치해 건물을 감싸는 ‘외단열’ 공법을 적용했다. 외단열이 내단열보다 단열 효과가 뛰어나고 열교 현상도 적지만 방수, 방습, 내화(불에 타지 않고 견딤) 등의 성능을 갖춘 국산 외단열 제품이 거의 없어 자재비와 시공비가 비싸다.
이지하우스는 국내 공동주택 최초로 실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할 때 열에너지 보존과 함께 공기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열 회수 환기장치’도 동마다 설치했다. 연간 40만 7503㎾h의 전기를 만들어내는 태양광 발전설비 말고도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을 이용해 연간 36만 7921㎾h의 열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지름 15㎝ 크기의 U자형 관 48개를 지하주차장 등에 160m 깊이로 묻고 이 관에 열 교환 매체를 보내는 방식이다. 겨울철 난방은 물론, 여름에는 7℃의 냉수를 공급해 각 세대 냉방에 기여하고 있다. 또 공기가 새지 않는 기밀 효과를 위해 수축·팽창이 적은 자재를 쓰고, 발코니나 이음새 등에 틈새가 없도록 설계와 시공을 했다. 단열문과 삼중 유리 창호 등을 사용해 에너지 손실도 막았다.
이처럼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패시브(passive) 기술과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액티브(active) 기술 등 최신 기술이 총집합한 이지하우스는 2017년 국내 녹색건축인증 최우수(그린1) 등급과 건축물에너지효율 최우수(1+++) 등급을 받았다. 이어 2018년에는 국내 공동주택 최초로 독일 패시브하우스 인증까지 취득했다. 패시브·액티브 기술을 활용해 별도의 냉난방을 하지 않아도 실내 온도가 여름에는 26℃, 겨울에는 20℃를 유지할 수 있다.
일상생활과 직결된 냉난방 자급자족
일상생활과 직결된 난방, 냉방, 온수, 조명 등을 자급자족하기에 가구당 에너지 요금도 아주 저렴하다. 전용면적 59㎡ 기준 가구당 에너지 요금이 월 4만 원대 수준이다. 이지하우스로 이사 오기 전까지 약 100㎡(30평) 크기의 단독주택에 살았던 주재환(78) 씨는 “전에는 한겨울에 석유 보일러를 돌리면 기름값이 40만, 50만 원도 나왔다. 여기는 난방비까지 포함해도 관리비가 20만 원을 넘지 않는다. 겨울에 실내 온도가 20℃가 넘어 낮에는 난방 안 해도 살겠더라. 지금도 실내 온도가 24, 25℃를 유지해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주 씨가 이지하우스에서 가장 만족한 건 텃밭이다. 단지 곳곳에는 정원과 함께 텃밭 상자들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세대마다 2개의 텃밭 상자가 제공되는데, 각 상자에는 동호수와 함께 ‘작은 가족 텃밭’ ‘수아공주 무럭무럭 쑤욱’ ‘슬기로운 채식 생활’ 등 재치 있는 별칭을 적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주 씨는 “텃밭에서 고추, 상추, 쑥갓 등을 직접 키워서 먹는다”며 “텃밭을 가꾸느라 밖에 자주 나오고, 이웃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민도 있었다. 어린 자녀 두 명과 함께 산책하던 30대 부부는 “지열 냉방이 시원하게 잘 나오는데, 한창 더울 때는 그걸로 조금 부족하다. 요리하거나 애들이 뛰어놀면 땀이 나니까 에어컨을 안 켤 수 없다. 게다가 세대수가 121세대로 적어서인지 전체 관리비는 그렇게 적게 나오지 않는다. 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오히려 2만, 3만 원 더 나온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겨울철 난방은 대만족이다. “겨울에는 정말 살기 좋아요. 난방은 거의 안 해요. 앞마당에 텃밭까지 제공해줘서 아이 키우기에는 참 좋아요.”
▶이지센터 뒷벽에는 이지하우스의 에너지 생산량과 소비량을 보여주는 전광판이 있지만, 휴관 중인 6월 26일에는 전광판이 꺼진 상태였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
이지하우스가 지향하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은 우리 경제·사회가 추구할 방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6월 25일 오후 이지하우스를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지하우스는 제로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등 최신 기술의 총집합으로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상징적 건물이어서 ‘그린 뉴딜’의 첫 현장 방문지로 찾았다”고 설명했다.
제로에너지 체험하우스 등을 돌아본 뒤 이명주 노원이지센터 명예센터장, 윤순진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 이영호 솔라커넥트 대표, 전희권 에스퓨얼셀 대표, 민경천 지엔원에너지 대표, 박정호 큐브플러스테크 대표 등 에너지 스타트업 관계자, 전문가 등과 간담회를 가진 그는 “아파트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지열 히트 펌프를 활용해 난방을 자체 해결하는 이지하우스는 난방·온수·냉방·조명·환기 등 다섯 가지 분야의 에너지를 자급자족, 에너지 제로를 추구하는 친환경 건축의 모범사례이자 본보기”라며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에까지 국내 제로에너지 기술력이 통한 점은 실로 고무적이며 이를 계기로 향후 더 많은 모델이 개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 차원에서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의 중요 축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친환경 에너지 생산·소비·활용의 혁신을 이끄는 그린 뉴딜이다.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저탄소·친환경 녹색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해 선도 100대 유망기업을 육성하고 그린 스타트업 타운 조성 등으로 혁신 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 주력 제조업의 녹색 전환을 위한 그린 산업단지 조성, 스마트 생태공장 등도 만든다. 정부는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친환경 차량·선박 확대 등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들을 그린 뉴딜에 담았다.
▶이지하우스단지에는 아파트, 연립주택, 땅콩주택, 2층 단독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건물이 있다.그린 뉴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중심축
홍 부총리는 “그린 뉴딜은 이지하우스 같은 선도 사례뿐 아니라 저탄소 사회의 밀알이 될 유망 에너지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많이 탄생할 때 가능하다”며 “제로에너지 주택이 지향하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은 우리 경제와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건물에서 쓰는 에너지로 인해 나오는 온실가스는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2%로 산업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가운데 산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5%, 건물이 22%, 수송 14%, 농·축산 3%, 공공 분야 등 기타 부문이 6%다. 그는 “이러한 차원에서 이지하우스와 같은 민간의 제로에너지 건축 확산은 물론 공공건축물의 제로 에너지화 전환 등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초기인 만큼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고 정부도 그린 뉴딜의 핵심 과제로 이를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시설을 제로 에너지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생활의 그린화도 그린 뉴딜의 핵심이다. 어린이집·보건소·공공 임대주택 등 공공건축물을 친환경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체육센터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고효율 에너지 시설로, 유·초·중·고를 그린 스마트 학교로 전환한다.
홍 부총리는 이날 현장 방문을 마친 뒤 “경제 생태계의 친환경 전환, 신재생에너지 생산·소비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 생활의 그린화 등 우리가 추구하는 그린 뉴딜은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갈 국가적 프로젝트이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심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