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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안 먹으면 못 나가는 ‘문턱 없는 밥집’



 

점심시간이 되자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자리한 ‘문턱 없는 밥집’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곳의 점심 메뉴는 ‘시골 유기농 비빔밥’ 딱 한 가지다. 주방 앞에 밥과 국, 야채 3가지, 유정란, 강된장이 놓여 있다. 그야말로 소박하다. 그리고 그 끝에 숭늉과 무가 놓여 있다. 국과 채소는 매일 바뀐다.

사람들이 직접 그릇에 밥과 채소를 담는다. 그런데 한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직장 동료를 따라 오늘 처음 온 손님이 다른 사람이 썼던 그릇과 숟가락을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만하다. 다 먹고 쌓아둔 그릇과 숟가락은 양념 하나 묻지 않고 깨끗하기만 하다.

2007년 5월 문을 연 ‘문턱 없는 밥집’은 부담 없는 가격의 유기농 음식점으로도 유명하지만 빈 그릇 운동을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유기농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소비하는 것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것.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직접 덜어 먹고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이곳의 원칙이다. 게다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치 발우공양처럼 다 먹은 그릇을 숭늉과 무로 깨끗이 헹궈야 한다.

인근의 직장인 신정철 씨는 “여기는 아주 무서운 곳”이라며 웃는다. “여기는 빈 그릇 운동을 대충대충 흉내만 내지 않아요. 음식을 남기면 절대로 나갈 수가 없어요. 음식을 남겼다고 못 나가게 하는 것을 몇 번 봤죠. 끝내 다 먹고 나니까 그제야 보내주더라고요.”
 

이곳에서 빈 그릇 운동을 실천하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 외에 세제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도 있다. 한국인이 1년 동안 먹게 되는 평균 주방세제의 양이 밥숟가락으로 2, 3숟가락이라고 한다. 그것이 오랫동안 몸속에 축적되면 당뇨병이나 불임, 췌장암 등을 유발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주방세제는 자연을 병들게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친환경 세제를 사용한다. 친환경 세제는 물과 섞이면 이틀이면 98퍼센트 자연분해된다고 한다.

딸각딸각 밥그릇 비우는 소리를 들을 때 행복하다는 이곳의 매니저 심재훈(46) 씨는 그릇에 고춧가루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손님을 붙잡고 잔소리를 한다.

“처음엔 설명을 듣고 그냥 나가는 손님도 있고, 고춧가루까지 남기지 말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평하는 손님도 있어요. 그런가 하면 여기 와서 밥 먹고 가면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 버릴 때 죄스럽다는 주부 손님도 있고요. 또 여기가 공산당이냐고 밥도 마음대로 못 먹게 한다며 성을 내고 가더니 얼마 후에 친구들을 데려와 여기서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며 시범을 보이는 할아버지 손님도 있어요. 그런 분들 만나면 정말 기분 좋죠.”

그는 빈 그릇을 감시(?)하느라 계산대는 신경도 안 쓴다. 밥값은 손님들이 ‘알아서’ 나무로 만든 돈통에 넣고 간다. 사실 이곳의 점심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냥 형편껏 내면 된다. 이름 그대로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문턱 없는’ 밥집인 것이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인근의 직장인들뿐 아니라 멀리서도 사람들(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나 외국인 근로자들, 노인들)이 찾아온다. 요즘 점심시간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평균 70~80여 명. 많을 땐 1백60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손님이 많아도 점심 장사(낮 12시~오후 1시 30분)는 항상 적자다. 변산공동체 등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유기농 식재료 값만 한 끼당 4천7백~5천원 정도 든다고 한다. 그런데 들어오는 돈은 한 끼당 평균 2천5백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녁 장사(오후 4시~밤 10시)는 괜찮다. 저녁식사는 점심처럼 셀프가 아니라 주문 방식으로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도 정해져 있다. 푸짐한 잔치상 세트(5만원)와 참살이 주안상 세트(3만5천원)가 인기다. 매니저 심씨는 옛 맛 그대로인 된장찌개(6천원)가 일품이라고 추천한다.

저녁에는 음식을 남긴다고 안 보내주는 일도 없다.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는 다른 음식점의 10분의 1 정도 수준이다. 가장 작은 쓰레기봉투 하나면 충분하다고 한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홀에서 손님들이 빈 그릇 운동을 한다면, 주방에서는 식재료 남기지 않기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 오이, 당근, 감자, 도라지 등 대부분의 식재료를 껍질째 사용합니다. 다만 달걀과 양파 같은 것은 예외인데, 양파 껍질은 천연 염색을 하는 곳으로 보내지고 달걀 껍데기만 버려집니다. 생선도 버려지는 부위가 거의 없어요. 생선 꽁다리 부분은 육수(이곳에서는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육수를 쓴다)를 만드는 데 쓰거나, 전을 만드는 데 쓰죠. 그러니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거의 없어요.”

심 씨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일 년에 16조원”이라며 “도시에 공원 대신 텃밭을 만들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내 몸만 좋아지는 웰빙은 진정한 의미에서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 너와 나, 인간과 자연이 ‘함께’ 좋아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비움과 함께 나눔 운동을 실천하는 ‘문턱 없는 밥집’은 수익금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쓴다. 2009년 7월 인천 계양구청 부근에 ‘문턱 없는 밥집’ 2호점이 문을 열었다. 앞으로 3호점, 4호점, 5호점 등이 계속 문을 열 계획이다.
 

글·백경선 객원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1호점(서울 마포구 서교동) 전화 02-324-4190

2호점(인천 계양구 계산동) 전화 032-543-6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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