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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세계 최대 항공사인 보잉의 에버렛 활주로. 보잉사의 차세대 항공기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몇 차례의 지연 끝에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드림라이너의 출현은 항공업계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획기적인 사건이다.

드림라이너는 비행기 몸체의 절반가량을 탄소섬유와 같은 복합소재로 만들어 덩치가 비슷한 기존 항공기보다 무게를 20퍼센트 줄였다. 연료 효율도 보잉 777에 비해 20퍼센트 더 높인 ‘녹색 항공기’다.

과거 기름 값이 비싸지 않을 때만 해도 덩치가 큰 비행기에 많은 기름을 담아 멀리 날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1970년 오일쇼크와 1990년 이후 에너지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적은 기름으로 멀리 나는’ 항공기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기름 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항공사 매출의 30퍼센트 이상이 기름 값으로 나갈 정도다.

결국 녹색 비행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항공기 무게를 줄이는 것이 업계의 공통 관심사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연료 효율을 20퍼센트 높인 787 드림라이너의 등장은 녹색성장 역사에 큰 획을 긋는 계기가 된 셈이다.

세계 1위의 항공화물업체인 대한항공의 녹색성장 우선순위도 연료 절약형 또는 승객당 연료 효율이 높은 신형 항공기 도입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한항공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787 드림라이너 10대를 주요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로부터도 초대형 항공기인 ‘380’ 기종 10대를 내년부터 5년간 들여올 예정이다. 787보다는 연료 효율이 떨어지지만 기존 대형 항공기보다 승객을 최대 35퍼센트 이상 더 실을 수 있어 승객당 에너지 효율이 높다.
 

저탄소 운동의 다음 단계는 항공기를 어떻게 운용하느냐다. 대한항공은 항로가 통과하는 국가와 협의해 항로 단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예컨대 지난 11월에는 히말라야 산맥을 통과하는 항로를 개발해 연 9백 톤의 항공유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산화탄소 감축량으로 치면 6천7백 톤이다. 앞서 2월부터는 중국 동북지역 항로를 줄여 연 1천2백 톤의 연료를 절감하고 있다. 비행시간 단축을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2위인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대다수 항공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녹색 경영에 적극적이다. 상대적으로 아시아권 노선이 많은 만큼 중대형급 신형 비행기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오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도입하기로 한 총 30대의 에어버스 ‘350’이 그것이다. 380보다는 작지만 연료 효율이 기존 비행기에 비해 20퍼센트가량 높은 게 장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사내 활동을 통한 환경 경영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탄소 상쇄 프로그램’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임직원들이 국내외 출장을 항공기를 이용해서 갈 경우 출장거리만큼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일정 가격으로 환산해 회사가 내부에 적립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일찍 눈을 뜬 미주와 유럽의 항공사들이 먼저 이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2005년 영국항공이 세계 최초로 실시하기 시작해 스칸디나비아항공, 에어캐나다,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스위스항공, 컨티넨탈항공을 비롯해 아시아에서는 캐세이퍼시픽이 먼저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울러 환경부로부터 국내 항공운송 서비스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김포~일본 하네다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기(A330-300)에 대해 탄소성적표지 인증서를 받았다. 이는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한 저탄소 녹색성장과 녹색 소비를 지원하기 위해 제품의 생산, 수송, 사용, 폐기 등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라벨 형태로 제품에 부착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배출 정보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반을 좀 더 빨리 조성한다는 차원이다.

이 밖에도 녹색 비행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활주로에 착륙한 뒤 지상에서 이동할 때 엔진을 적게 써 기름 낭비를 없애거나 기내에는 되도록 꼭 필요치 않은 물건의 탑재를 최소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천 방식은 항공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이 선호한다. 예컨대 제주항공은 무게 감소가 곧 탄소 감축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에 기내에 배치하는 인쇄물 재질을 가벼운 것으로 바꿔 총 1백89석인 ‘B737-800’의 경우 편당 17킬로그램의 무게를 줄였다.

진에어는 올해 초 친환경 경영을 선포하고 ‘세이브 디 에어(Save the Air)’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디자인한 세이브 디 에어 티셔츠를 판매해 수익금을 유엔환경계획(UNEP)에 기부하는 활동이다. 에어부산은 짐 없이 탑승해 항공기 무게를 절감케 해준 고객에게 포인트 적립을 통해 그 기금을 나무 심기에 사용할 계획이다. 군산에 기반을 둔 이스타항공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연료 효율이 높은 기종을 들여와 장기적인 탄소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특송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최대 특송업체인 미국 페덱스는 자체 분석을 통해 앞으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0퍼센트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비행기 교체다. 영업활동 과정에서 배출하는 전체 탄소량 중 82퍼센트가 항공기 운항에서 비롯되는 만큼 자체 보유한 구형 항공기를 ‘탄소 감축’ 비행기로 바꾸고 있다. 현재 보잉 727 항공기를 757로 바꿈으로써 매년 35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
 

페덱스는 특송 화물을 육상에서 배달하는 데 쓰이는 차량 분야에서도 에너지 절감을 실천 중이다. 2004년부터 하이브리드 트럭을 도입했다. 가격이 비싸지만 분진 오염을 96퍼센트, 온실가스 배출량을 25퍼센트 각각 줄였고, 연비 또한 42퍼센트 뛰어나다. 항공과 트럭 노선을 화물 규모 등에 따라 최적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 DHL도 ‘고그린’(Go Green)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202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7년 대비 30퍼센트 줄이는 내용이 골자다. 먼저 기존 항공기의 90퍼센트를 2020년까지 연료 효율이 높은 기종(보잉 757-SF)으로 교체함으로써 연료 효율을 높이고, 2008년부터 독일과 영국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업무에 투입했다.

아울러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회사 내에서는 독일 라이프치히 허브 터미널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했으며, 사외에서는 라틴아메리카 재산림화 지원, 인도 및 스리랑카의 태양 에너지 프로젝트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체 비용에서 기름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아 저탄소 녹색 경영이 필수적인 업종”이라며 “비용 절감 차원에서라도 친환경 활동이 꾸준히 늘 것”이라고 밝혔다.
 

글·박기수(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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