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아킴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8월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녹색성장 국가비전에 대한 평가’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참석했고, 우기종 녹색성장위원회 기획단장, 박태주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슈타이너 총장은 “한국은 전 세계 국가 중 최초로 녹색성장 비전을 국가발전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선정했고 이것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한 지난 1년간의 성과에 대해 “다른 나라에 비해 체계적이고 잘 기획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녹색성장 정책이 향후 미래기술 분야 투자 유치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시켜 주는 등 한국에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 최초의 ‘녹색 호랑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국가비전으로 제시된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고 환경에 기여하는 경제회복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며 “한국의 녹색성장이 국가 경제의 회복에도 기여하고 세계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국내 언론 기자들 외에 10여 명의 외신 기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녹색성장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며 한국 환경정책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현했다. 다음은 슈타이너 총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은 세계 15대 경제대국임에도 도쿄협약에서 정한 의무감축국이 아니다. 올해 말 열리는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서 한국의 의무감축국 포함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전망하는가.
개인적인 소견을 말하자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 속도가 빠르다. 1백50년간 탄소 배출량의 축적 추이로 볼 때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코펜하겐 총회에서 한국도 입장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한국이든 아니든 탄소 배출량에 대한 문제를 다루지 않는 국가는 장기적으로 큰 실수를 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한국은 개발도상국과 후발 개도국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교토의정서에 가입돼 있음에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은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현재 교토의정서에 가입한 많은 나라들이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경제적 이익과 온실가스 감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 수준을 감안하면 별도의 기준을 정해 엄수하도록 강요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일정 수준 이상의 감축계획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세계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8월 4일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 목표를 시나리오별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의견수렴 작업에 들어갔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이익이 큰 감축 수단을 주로 적용하는 경우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21퍼센트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의 시나리오에 온실가스 1톤당 5만원 이하의 감축 수단을 추가로 적용할 경우 BAU 대비 27퍼센트를, 세 번째는 감축 비용이 높은 수단을 공격적으로 도입할 경우 BAU 대비 30퍼센트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적인 평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며 한국에서는 현재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리뷰가 잘 이뤄지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일종의 ‘경제 진흥 패키지’로서 시행되면 경제발전의 촉매제 역할도 할 것이다.
총장의 모국(母國)인 독일에 비하면 한국은 복지재정이 다소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투자로 복지에 쓸 사회적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공부문 투자를 위한 재정 규모를 결정할 때는 여러 가지 판단 기준이 있을 것이다. 일례로 대전시장은 공공부지를 산업단지나 주택단지 대신 중앙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전시 중앙에 센트럴파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나 마찬가지다. 이 계획을 산업단지나 주택단지를 만드는 계획보다 나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삶의 질이라는 것은 의식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환경,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삶의 질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투자 결정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총장은 한국의 원자력에너지 확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은 점점 천연자원 고갈이라는 시나리오와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 한국이 30년 전 나무 심기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면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보라.
당시 모든 나무를 적절한 곳에 심었는지를 따진다면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부분에 함몰돼서 한국이 나무 심기에 대한 노력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산림자원은 훨씬 더 적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에 대해서도 국민 개개인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는 이러한 문제를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이원주(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