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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경기는 경기 장소에 따라 트랙과 도로로 구분한다. 도로 경기는 경기 날수에 따라 ‘원 데이(One Day)’ 레이스와 투어 경기로 나뉜다. 원 데이 레이스는 말 그대로 하루에 경기가 끝나 승패가 가려지는 경기를 말한다. 투어 경기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주 정도의 기간 동안 다양한 특성의 스테이지(구간을 의미) 코스를 달리며 종합우승을 다투는 경기다. 투어 경기는 매일 치러지는 스테이지에서 우승자가 나오기 때문에 참가하는 모든 팀이 스테이지 우승을 노린다. 물론 최종 승자는 전 구간을 가장 짧은 시간에 달린 선수가 된다.
자전거는 잘 몰라도 랜스 암스트롱을 아는 사람은 많다. 암을 극복한 그가 도전해 7연패라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대기록을 세운 무대가 바로 스테이지 경기인 ‘투르 드 프랑스’다.
투르 드 프랑스는 매년 7월 약 3주에 걸쳐 3천5백 킬로미터가 넘는 프랑스 전역을 사이클로 달리는 경기. 이탈리아 일주 경기인 ‘지로 디 이탈리아’, 스페인 일주 경기인 ‘부엘타 에스파냐’와 함께 세계 3대 사이클 투어로 꼽힌다.
이처럼 스케일 크고 박진감 넘치는 투어 경기가 우리에게도 있다. 바로 ‘투르 드 코리아’다.
2007년에 열린 ‘투르 드 코리아 2007’은 랜스 암스트롱을 초청해 언론과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08년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첫 스테이지를 일본에서 개최해 화제가 됐다. 2008년까지는 엘리트 선수뿐 아니라 동호인이 참가하는 스페셜 경기가 함께 열렸으나 올해는 선수만 참가했다. 지난 4월 8박 9일간 열린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서 동호인을 위한 경기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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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막식을 올린 ‘투르 드 코리아 2009’는 열흘간 총 1천4백11킬로미터를 달리는 대회다. 구간은 서울과 공주, 정읍, 강진, 여수, 거창, 구미, 단양, 양양, 춘천의 10개 도시를 지나도록 설정됐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녹색성장에 앞장서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의 긍정적인 기능을 부각하고 참가 선수들의 열정을 알리는 것이 이번 대회 개최의 취지였다.
매일 도시를 이동하며 달리는 스테이지 경기지만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린 대회 첫날과 마지막 날은 크리테리움이라는 경기가 열렸다. 크리테리움은 교통이 통제된 순환 코스를 반복해 도는 것으로 올림픽공원에 마련된 3킬로미터의 코스를 첫날은 7주회, 마지막 날은 20주회를 달렸다. 승리를 위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던 첫날 우승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팀 네오텔의 놀란 호프먼 선수였다. 호프먼은 팀 동료 장선재의 도움으로 서울시청의 박선호를 3위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고, 투르 드 코리아 2007 우승자 박성백은 2위에 올랐다.
구간 우승 상금 2백16만원을 받은 호프먼 선수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출전한 투르 드 코리아 첫 스테이지에서 우승해 기쁘다. 오늘의 우승은 한국 최고의 장선재 선수와 함께 팀플레이를 해서 이뤄낸 결과라 더 값지고 특별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번 경기에 걸린 총 상금은 1억2천만 원. 매 구간 우승자에게 2백16만9천원, 2위에게는 1백8만원, 3위에겐 54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모든 스테이지를 마친 이후 기록이 가장 좋은 개인종합 우승자에게는 1천84만원의 상금이 추가로 주어졌고, 단체종합 우승팀에게도 1천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개막식의 크리테리움에 이어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도로 경기가 펼쳐졌다. 스테이지 2는 공주에서 정읍으로 가는 1백40킬로미터 구간으로 가장 높은 고개의 높이가 1백11.6미터밖에 되지 않는 평탄한 코스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공주까지 이동한 선수들은 1백40킬로미터의 거리를 약 3시간 만에 완주했다. 우승자는 전날 아깝게 3위를 한 박선호 선수였다. 수십명의 선수가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기 때문에 사진 판독을 통해 순위가 결정됐고, 박선호 선수는 종합 순위 1위로 나서게 됐다.
스테이지 3은 정읍에서 출발해 강진까지 가는 1백64.5킬로미터의 경기로 KOM 포인트가 주어졌다. KOM은 산악왕(King Of Mountain)을 뜻하는 것으로 산악 구간에서 언덕을 가장 빨리 오른 선수에게 포인트가 주어진다. 투르 드 코리아 2009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구간은 스테이지 5의 지리산 성삼재 구간이었다. 약 8킬로미터 구간에서 표고차 약 1천 미터를 오르는 급경사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 평지 구간이 많았다면 스테이지 5를 지나면서는 넘어야 할 언덕이 많아져 경기가 한층 더 힘들어졌다. 6월 11일 열린 스테이지 7에서는 7백3미터의 죽령을 넘었고, 스테이지 8에서는 1천94미터의 운두령과 1천19미터의 구룡령을 페달을 밟아 올랐다. 도로 구간 마지막 경기인 스테이지 9는 대단했다. 해발 0미터인 양양에서 출발해 9백24미터 높이의 한계령을 넘은 뒤 5개의 높은 고개를 더 넘어 춘천까지 달렸기 때문이다. 거리만 해도 코스 중 가장 긴 1백97.2킬로미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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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다시 개막식이 열렸던 서울 올림픽공원. 69명의 선수가 마지막날 크리테리움 경기를 위해 출발선 앞에 도열했다. 3킬로미터를 총 20주회 달리는데, 이 중 10주회는 선도 모터사이클을 따라 대형을 이루며 달리고, 남은 10주회 30킬로미터가 본격적인 승부처다. 지금까지 9일간 가장 빠른 기록을 낸 선수는 스위스의 로저 뵈샤(팀 네오텔)로 2위와는 17초 차다. 순위가 뒤바뀌기 위해서는 1위 선수에게 주어지는 10초의 가산점을 포함하더라도 7초 이상 빨리 골인해야 하는데, 0.1초도 안 되는 순간으로 1위가 결정되는 크리테리움의 특성상 역전은 어려워보였다. 게다가 산악 구간에서 잘 달리는 클라이머보다는 순간가속에 탁월한 스프린터가 유리하기 때문에 개막식에서 순위에 올랐던 선수들이 다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투르 드 코리아 마지막 구간에서 1위를 한 선수는 첫날 경기에서 3위를 차지했던 서울시청의 박선호 선수였다. 그는 결승선 직전의 코너를 통과하자마자 전력을 다해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개인종합 우승은 순위 변동 없이 로저 뵈샤가 차지했다. 아울러 단체종합 1위는 일본의 프로팀 메이탄 홈포, 2위는 세이빙스 앤 론스, 3위는 서울시청이 각각 차지했다.
개인종합 우승자 뵈샤는 “마지막 스테이지 10의 올림픽공원 크리테리움에서는 첫날 경기 때 위치 선정을 위한 매우 심한 몸싸움을 경험했기 때문에 안전하게 달리려고 했다.”며 “마지막 스테이지 순위는 32위지만 종합우승을 차지해 기쁘다”고 밝혔다.
정부의 자전거산업 부흥 의지와 건강, 친환경, 경제성을 지닌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투르 드 코리아 2009의 개최는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통해 자전거 타기 활성화와 자전거인구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글과 사진·한동욱(월간 자전거생활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