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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기르고 보살피는 일은 책임감과 더불어 사물에 관한 애정을 피어나게 해준다. 꽃과 나무를 기르는 일도 마찬가지다. 평소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키움의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깨달음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
이 사회 어느 곳보다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곳은 교도소와 소년원이다. 이에 법무부와 환경부가 나섰다. 이 두 기관은 지난 3월 13일 ‘자생식물 복원 파트너십’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교도소와 소년원의 수용자가 직접 멸종위기 식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올해 미평여자학교와 영월교도소, 순천교도소 등 3개 시설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해마다 대상 교도소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미평여자학교(청주소년원)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총 80명의 원생들을 수용하는 미평여자학교는 여자 청소년만을 수용하는 곳으로 8호(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호(6개월 미만 단기 소년원 송치)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대부분 절도와 폭력 등으로 이곳에 왔다.
이곳에서는 감성교육과 인성교육, 체육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을 교화한다. 김태섭 미평여자학교 교무과장은 “대다수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라며 “이곳에서 5개월 정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관심을 받으면 부쩍 좋아진다”고 말했다.
두 장관은 원예수업을 하고 있는 야외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단양쑥부쟁이를 비롯해 삼백초 등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날은 7명의 원예반 학생들이 미선나무를 옮겨 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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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옮겨 심던 이은희(가명·17)양은 “내 손으로 길러서 더 소중하게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모종삽에 나뭇가지가 다칠세라 조심스런 손길로 나무를 옮겼다. 이양은 “한 번도 나무를 길러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나무 기르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겠다”며 “이곳을 나가서도 식물을 기르는 취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비(16·가명)양도 “나중에 여기서 나가는 날에 내가 심은 나무를 가지고 가고 싶다”며 “힘이 들 때 이 나무를 보면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나무를 기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면서 “우리가 귀중한 나무를 기르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 장관과 유 장관도 장갑을 끼고 밝게 웃으며 학생들과 함께 나무를 옮겨 심었다. 두 장관은 “앞으로 꾸준히 물을 주고 관리해서 큰 나무로 키우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번 협약식으로 미평여자학교 측에선 이번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 교무과장은 “1주에 2시간 원예반 운영을 통해 학생들에게 심성순화교육을 더욱 자연스럽게 시킬 수 있게 되었다”며 “지금 배우는 네일아트와 더불어 사회에 나가서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업무협약식에서 권 장관은 “국제 생물유전자원 보호 협약인 ‘나고야 의정서’(2010년 10월) 채택 이후 국가 차원의 생물유전자원 보전과 복원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수용자들에게 정서순화를 통한 교화효과 향상과 사회적 기업 창업 등 새로운 희망을 키워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법무부는 수용자들에게 정서순화를 통한 교화효과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환경부는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불법채취 등으로 위협에 처한 우리 자생식물을 복원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되었다.
올해 시범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3개 학교 중 미평여자학교는 단양쑥부쟁이 등 9종 2만여 개체를 키우고, 영월교도소는 깽깽이풀 등 17종 1만여 개체, 순천교도소는 한라부추 등 3종 6천여 개체를 키운다. 수용자들이 직접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한택식물원과 한국자생식물원, 대한종묘원 등의 전문기관에서 맞춤교육을 실시한다.![]()
자생식물을 키움으로써 수용자가 사회적 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식용으로 쓰이는 한라부추나 습도조절 기능을 하는 선태류 등은 상품적 가치가 크고 고도의 재배기술이 필요한 식물이다. 이런 식물을 수용자가 사회 복귀 후 스스로 재배해 일반에 판매할 수도 있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멸종위기 식물 1급의 나도풍란이나 한란처럼 재배가 까다로운 식물을 복원함으로써 국가 생물자원 보호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와 환경부는 앞으로 사업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수용자들이 나무를 보살피는 이야기와 감동을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국민에게 널리 알릴 방침이다. 또한 교도소뿐만 아니라 복지시설, 사회적 기업 등 참여계층 및 기관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글·손수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