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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메, 총각! 몇 살이다요?”
“스물일곱이오.”
“서른이오.”
“얘는 애만 안 낳았지, 총각 아니랑께요.”
“워메!”
손님들의 농담에 깔깔거리는 식당 아주머니의 넉살좋은 웃음소리가 식탁 주변으로 울려 퍼진다. 전남 나주시 과원동 금성관 앞 곰탕집이다. 금성관은 조선시대의 관아건물로, 주변 거리에는 나주명물인 곰탕집들의 간판이 즐비하다.
3대째 이어온다는 이 식당에는 늦은 오후인데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푸른색 앞치마를 입은 아주머니들은 늦은 점심을 먹다 말고 손님을 맞았다. 곳곳에서 들리는 이런저런 대화들이 시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정겨운 남도사투리 때문일까.
나주곰탕은 국물이 뽀얗고, 밥을 말아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한 입 크기로 썬 수육도 듬뿍 담겨 있다. 곱게 채 썬 달걀지단과 파, 고춧가루, 통깨가 고명으로 얹어진 나주곰탕을 한 입 떠 넣으니 개운한 육수 맛에다 통깨가 톡톡 터진다.


금성관에서 서쪽으로 50미터 거리에 있는 나주목내아 금학헌 앞에서는 둥근 지붕을 가진 널찍한 금남동 야외공연장이 시선을 끈다.
야외공연장 앞 넓은 공터 주변에는 흰색 천막들이 일렬로 설치되어 있다.
곳곳에서 천막보다 높이 치솟은 청홍색 솟대가 반기듯 내려다본 다. 지상에는 화려한 색채의 깃발과 창검이 도열해 있다. 물론 모조품이다. 만국기처럼 길게 내걸린 오방색의 긴 광목천들이 곳곳에서 바람에 나부낀다. ‘남도의 서울’임을 자처할 정도로 유서 깊은 역사의 고장임을 자랑하는 나주의 자부심 중 하나가 천연염색이다.
지금 이곳은 축제 중이다. 나주에서는 10월 한 달간 매주 토·일요일마다 이곳 금남동 야외 공연장과 영산포 홍어의 거리 공연장 등지에서 다양한 예술문화를 선보이는 ‘2012 목사고을나주 주말상설공연 판’ 행사가 열린다.
그동안 나주에서는 매년 가을 영산강문화축제가 열렸다. 그런데 올해에는 기존의 영상강문화축제 대신 주중에 쉬고 주말에 열리는 형태의 축제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판’을 주최·주관한 나주시 문화체육관광과의 판 담당자 박길수씨는 판이란 “함께 열고 나누는 소통의 광장과 새로움을 지향하는 발견의 광장, 신명나는 즐거움의 광장을 펼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은 나주예총의 후원 아래 지역의 다양한 문화단체들이 출연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길수씨는 ‘새로운 형식’의 축제에 대해 솔직히 걱정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우려한 게 대부분 아마추어들인 출연자들의 공연에 관람객들이 만족할까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뜻밖에 다들 ‘공연이 볼 만하다’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10월 14일 영산포 홍어의 거리 공연은 기존의 가설무대에서 황포돛배 선착장으로 옮겨 개최됐다. 더욱 의미 있고, 운치 있는 공연을 위해서다. 황포돛배 2척과 왕건호 등 3척의 유람선은 지난 9월 28일 부터 나주영상테마파크에서 영산포 선착장으로 자리를 옮겨 운항되고 있다. 이곳 선착장은 과거 배들이 드나들었음을 알려주는 흰색 영산포등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석양 무렵이면 붉은 노을 아래 영산포등대가 하얗게 빛나며 그림 같은 강변 풍경이 펼쳐진다.
영산포 홍어의 거리는 원래 4월의 홍어축제로 유명하다. 올 가을에는 ‘판’이 이곳에서 열리며 가을축제까지 열게 된 셈이다. 홍어의 거리 입구에는 축제 깃발이 나부낀다. 황포돛배 선착장 뒤로는 배모양 공중화장실이 산뜻하다. 뒷골목을 걷다 보면 일본식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하다.
홍어의 거리에 주말 축제가 치러지고, 유동인구가 늘면서 더욱 바빠진 이들이 ‘홍어 써는’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이다.
이봉덕(71) 할머니는 무려 20년 동안 홍어를 썰어왔다고 한다.
홍어의 거리의 한 홍어 판매점에서 만난 이 할머니는 작은 칼과 펜치를 사용해가며 익숙한 솜씨로 홍어의 껍질을 벗기고 뼈를 발라내 홍어를 반듯반듯 썰었다.

“홍어 썰기가 쉽지만은 않제. 뼈가 있응께.”
종일 한 달쯤 푹 삭힌 홍어와 씨름하다 보면 홍어를 먹지 않아도 홍어 냄새가 코에 밴다. 그래도 불만은 없다. “다 늙은 할매를 시방 여그 말고 누가 불러나 준다요?”
‘판’이 끝난다 해도 이 동네에서 흥겨움이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영산포풍물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5일마다 열리는 영산포풍물시장은 홍어의 거리 남쪽 끝 망봉천변에 자리 잡고 있다.
10월 10일 열린 풍물시장 안, 인근 동네 할머니들이 직접 가꾼 농산물을 내다 팔며 “이리 와 보쇼” “뭐 쫌 드릴까” 하며 손님을 부르고, “가셔잉~” 하며 배웅하는 모습에서 정이 느껴진다. 각종 농수산물과 의류, 잡화, 저렴한 먹거리의 천국이기도 하고, 순한 눈의 백구며, 재래종 닭들, 오리며 고양이 새끼들이 거래된다.
영산강변에서는 매년 5월 담양 대나무축제가, 7월 무안연꽃축제가 열린다. 기존의 영산강문화축제는 새롭게 ‘판’을 짰다. 내년에는 어떠한 판이 펼쳐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도 추억도 잠시 되돌아볼 수 있는 정다운 강변마을이 있는 영산강변의 축제라면 어떤 형식을 빌어도 괜찮을 것 같다.
글·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