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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개 풍수를 ‘묏자리 잡는 술법’, ‘집터 잡는 기술’, ‘조상들의 지리 지혜’, ‘전통적인 환경사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풍수의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정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풍수는 미신도 과학도 아닌 상식에 바탕을 둔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풍수는 땅의 기를 살펴 땅의 성격을 읽어내고, 땅과 인간이 어떻게 올바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풍수는 서구적인 지리 전통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정교한 이론 체계다. 우리 선인들은 풍수적인 사고를 통해 환경을 인식했고 장소에 질서를 부여했다. 그리고 풍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처리하는 방식으로서 우리의 공간 속에 투영돼왔다.
풍수의 논리구조는 인간이 생명력의 흐름인 땅의 생기(生氣)를 받아 사람과 삶터의 생명력과 건강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땅은 저마다 독특한 성격을 가졌다. 산이 많은 곳, 들이 너른 곳, 지대가 높거나 낮은 곳 등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땅의 생김새와 분위기는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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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성격을 서로 다르게 만드는 것이 지기(地氣), 즉 땅기운이다. 지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빛과 바람, 그리고 물이다. 바람과 물은 지기를 운반하는 존재이며, 빛은 바람을 일으키고 물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동력이다.
바람과 물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산이다. 산에서 물길이 시작되고, 바람은 산을 타기도 하고, 산은 바람을 막기도 한다. 물은 산과 함께 흐르기도 하고 산에 막혀 멈추기도 한다. 산과 물의 배치와 모양은 지기의 흐름과 분포를 달라지게 한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엄청난 주장에 대한 최초의 느낌은 황당함이었다. ‘반 섬나라, 반도인데 운하가 왜 필요한 거지?’ 꼭 뱃길이 필요하다면 동, 서, 남해를 통해 어디든 갈 수 있고, 내륙에는 대단위 공업단지도 별로 없으니 배를 띄워 물건을 날라야 할 만큼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운하 사업에 대한 반대가 4대강살리기 사업에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사업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나는 4대강 사업이 현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치료행위라고 믿는다.
말이 나온 김에 환경을 빙자해 반대를 일삼던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하자. 동강댐? 지금 어찌 됐는지 아는가? 여름철만 되면 삼류 유흥장에 쓰레기더미가 된다. 강물을 탄다고 사람도 여럿 희생됐다. 천성산과 북한산 터널은? 수년을 끌며 막대한 예산을 날렸지만 결국 개통됐고, 그것으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청계천 사업에는 필자도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후회한다. 내 반대는 심사숙고에서 나온 게 아니라 “당신 전공이 풍수니까 반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권고에 별 생각 없이 따랐을 뿐이다. 물론 청계천 복원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둑한 곳에서 쥐 떼가 보행인을 놀라게 한다거나, 여름철이면 노숙자들이 많이 몰려든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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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에도 윤리의식과 염치가 필요한 법이다. 환경운동을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운동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반도 대운하 주장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풍수적으로든 상식적으로든 지금 우리의 강들은 죽어가고 있다. 풍수는, 아니 대부분의 민족은 자연을 어머니로 본다. ‘어머니인 땅’, 이것이 풍수의 출발이다. 4대강살리기는 중태에 빠진 어머니를 치료하자는 것이다.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병든 어머니를 방치하자는 데 지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고쳐드려야 한다.
실제 성공 사례도 많다. 청계천이 그렇고 내가 사는 안양천이 그렇다. 어릴 때 살았고 지금도 큰댁이 있는 중랑천도, 가끔 가보는 양재천도 다 그런 사례다. ‘치료’ 전에는 손가락을 담그는 것조차 꺼려지던 썩은 물이 이제는 왜가리와 물오리가 구역 싸움을 벌이는 곳으로 변했다. 당연히 물고기가 많아져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 ‘어머니’인 땅은 중병을 앓고 있다. 치료해드려야 한다. 당연히 치료 과정에 부작용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런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풍수는 치료를 강하게 주장한다. 그래서 풍수는 치유(治癒)의 지리학이다.
글·최창조(녹색대학 풍수풍류학전공 교수,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