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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전만 해도 강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살았어요. 지금요? 여기가 천국인가 싶네요.” 8월 13일 오전 울산시 태화강 십리대밭교 부근을 산책하던 주민 한정숙(54) 씨는 과거는 떠올리기도 싫다는 표정이었다.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걷기운동을 나온 그녀의 차림은 비에 젖어 더 선명해 보이는 태화강의 푸른 물결처럼 산뜻해 보였다.
 

“아침, 저녁으로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게 운동이지요. 애 아빠는 주말마다 애들하고 여기서 자전거를 탑니다. 공놀이 할 때도 있고요.”
 

한 씨의 집은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로 천천히 걸어도 5분이면 태화강 둔치에 이를 수 있다. 한 씨는 “안 믿으시겠지만 태화강 정비 전에는 강변 아파트가 다른 아파트보다 값이 훨씬 쌌다”며 웃었다.
 

한국의 ‘산업수도’로 불리는 울산. 시내와 외곽을 빼곡하게 둘러싼 각종 중화학공장들은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태화강에는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다. 1970년대 이후 정화조를 거치지 않고 밀려든 공장폐수와 생활오수는 태화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었다.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공업용수로 공급되던 맑은 강물은 검붉은 물로 죽음의 긴 기름띠를 두르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인 1990년대 중반의 태화강 모습이었다.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 계곡에서 발원해 미호천이라고도 불리는 태화강의 길이는 48.5킬로미터. 울산 시내로 흘러온 강물은 시의 남구와 중구를 가로지른다. 금모래가 아름다웠던 태화강은 울산 시민들의 젖줄이나 진배없었다.
 

태화강 살리기에 지방자치단체와 시민, 정부가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5년까지 태화강 살리기에 하나가 됐다. 오염 원인을 12개 단위로 분류해 차단해나갔고 폐수 배출의 ‘주범’ 격인 산업체들도 적극 동참했다.
 

15년 동안 가정오수관 4만7천여 개를 설치해 하수처리장으로 연결, 생활폐수를 원천 차단했다. 공장폐수를 처리하는 정수장을 만들고 태화강 바닥에 몇십 년 동안 쌓인 오니(汚泥·더러운 흙)를 준설사업을 통해 제거해나갔다.
 

“지난 10년 동안 시민들이 태화강 살리기에 거의 미쳤어요. 길 가다가 남이 음식물 찌꺼기라도 강변에 버리는 모습을 보면 달려가 야단을 치고 그랬죠. 아까 강변 산책로 보셨죠? 쓰레기 한 점 없잖아요.”

 


 

울산에서 30년째 택시기사로 일하는 김희창 씨는 “태화강에 대한 울산 시민의 사랑과 긍지는 남다르다”고 말했다.

“생각해보세요. 대도시에서 이만큼 강과 밀접하게 사는 곳이 우리나라에 또 어디 있습니까. 자연과 같이 살 때가 사람은 가장 행복한 겁니다.”
 

김 씨의 딸은 경북 구미로 출가했다.
 “딸이 전화할 때마다 말해요. 태화강만한 강이 없다고. 낙동강은 너무 오염이 심하다고 하네요.”
 

그는 “낙동강이 태화강보다 훨씬 길지만 잘 살려놓으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텐데 왜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연 그대로 두자’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전하자 김 씨의 억양이 높아졌다.
 

“강이 다 죽어가는데 뒷짐만 지고 있자는 말입니까? 듣자니 바닥을 준설하면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소리들을 하는데 그거 다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김 씨는 그 자신이 태화강의 준설작업을 지난 수년간 목격했다고 했다.

“그동안 오·폐수에다 마구 버린 쓰레기로 얼마나 바닥이 오염됐겠습니까? 준설해놓으니까 말끔하잖아요. 생태계 파괴? 지금 태화강엔 연어가 돌아왔어요. 낚시할 수 있는 곳에 가면 별의별 물고기가 다 나와요. 생태계가 파괴됐다면 그 고기들은 어떻게 사는 겁니까?”
 

울산시는 2003년부터 2년간 강바닥의 쓰레기 퇴적물을 50만 톤이나 긁어냈다. 시뿐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나섰다. 물속 쓰레기 제거작업에는 울산환경협의회, 태화강시민환경감시대 등 15개 단체가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기업체와 민간단체들도 ‘1사(社) 1하천 살리기 운동’에 동참해 둔치를 청소하고 꽃을 가꿨다. 16만여 제곱미터에 이르는 둔치에는 이제 철마다 다른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 시민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2008년 현재 기업체 94곳과 민간단체 71곳 등 모두 1백65개 단체가 태화강변 곳곳을 자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취수탑을 가동해 하루 3만 톤의 깨끗한 지하수를 강으로 흘려보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1990년대 말까지 특수처리를 하지 않으면 공업용수로도 쓰기 어려운 4, 5급수였던 강물은 이제 수돗물로 사용이 가능한 1급수가 됐다. 게다가 갈수기에도 하루 4만 톤의 맑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태화강 유지수 공급시설을 세워 강우량에 따라 태화강의 수량이며 수질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게 됐다.
 

지금은 ‘십리대밭’이란 이름으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었지만 태화강 중류의 대나무밭은 시민들이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장소로 악용되던 곳이다. 울산시는 쓰레기 투기장인 이곳에 기발한 역발상으로 숲 공원을 만들었다.
 

“공원으로 만드니 쓰레기 투기가 사라졌어요. 내가 산책을 하는 공간에 누가 쓰레기를 버리려고 하겠습니까?”
 

울산 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낙동강 등 4대강 살리기도 그렇게 추진되겠지만, 강변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주민들 삶의 질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태화강 전망대의 한 직원은 “대숲에서 음이온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찾는 시민들이 많다”며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의 단체체험 장소로, 또는 각종 단체의 행사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십리대숲엔 현재 대숲 체험로와 죽림욕장 등이 꾸며져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진규 울산시 환경정책과장은 “되살아난 태화강은 수질보다 고용창출 등 경제효과가 훨씬 컸다”고 말했다.
 

“태화강 살리기에는 건설만이 아니라 환경, 조경 등 경제 전반의 다양한 업체들이 참가했습니다. 고용창출 역시 당시만 아니라 지금도 상당수 인원들이 태화강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습니다. 강 살리기는 몇백억원을 투자하면 몇십조원의 효과가 반드시 발생하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입니다.”
 

그는 “4대강 살리기의 경우 자전거길 등 친수공간을 많이 조성하고 강 주변지역을 정비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8월 21~22일 태화강변에서 열린 ‘울산 태화강 환경체험 캠프’ 참관을 위해 울산을 찾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박진위 사무관은 “태화강을 보며 강이 사람의 삶의 질까지 바꿔준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단순한 치수를 떠나 강이 살아나니 시민들의 라이프 사이클이나 행동방식, 정신적 사고까지 변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애향심과 긍지감도 높아진 것을 알 수 있고요. 물과 친한 삶의 소중함을 절감했습니다.”
 

태화강은 어두운 과거를 딛고 울산의 랜드마크(Land Mark)가 됐다. 이제 남은 것은 4대강이다. 이 4대강을 멋지게 살려내 21세기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글·온종림(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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