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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하천복원에 4대강 기술이 간다




알제리 ‘죽음의 강’을 한국 기술로 되살리게 된 배경엔 청계천이 있었다. 지난 2009년 한국을 방문, 청계천을 둘러보고 있던 압둘 말렉 알제리 수자원부 장관은 “청계천이 정말 하수구처럼 사용하던 개천이 맞느냐”며 감탄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러자 동행한 대우건설 이호진 토목환경사업팀 부장이 “청계천도 좋지만 양재천도 아름답다”며 양재천을 소개했다. 양재천을 직접 본 말렉 장관은 “엘하라시 하천을 이렇게 만들려면 돈이 얼마나 들겠느냐”며 “대우건설이 이런 공사를 할 기술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후 알제리의 수자원부 장관 일행은 2011년까지 3년간 한국의 청계천, 양재천, 굴포천, 안양천까지 수도권 일대 하천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이들은 하천복원 기술을 자랑하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의 하천도 모두 답사했다. 그렇게 3년간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대한민국 건설업체에 맡기자’는 것이었다.

환경부와 대우건설이 지난 6월 14일 알제리에서 5억달러(약 5천8백50억원) 규모의 엘하라시 하천복원 사업을 계약한 이면엔 정부와 민간기업의 철저한 홍보작전이 있었다. 대우건설이 수주한 공사는 알제리의 수도 알제 중심을 관통하는 엘하라시 하천의 하구부터 상류까지 18킬로미터 구간을 복원하는 사업이다.



알제리 중앙 북부지역에 위치한 수도 알제는 지중해와 맞닿아 있다. 엘하라시 하천은 각종 하수와 폐수, 쓰레기가 뒤섞여 사실상 ‘죽음의 강’으로 불린다. 하천의 오염도를 나타내는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는 리터당 2백 밀리그램 수준. 이는 우리나라 하수도물과 비슷하다. 알제리는 우기(雨期)가 두 달 정도에 불과해 하천의 유량(流量)이 적고, 생활·공업하수가 하천에 그대로 유입돼 생물은 도무지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이다. 하천 주변마저 쓰레기장으로 사용 중이어서 늘 악취가 풍긴다.

대우건설은 이 하천을 살리기 위해 바닥에서 모래와 각종 오염물질 1백20만톤을 파낼 계획이다. 수질 정화기능이 있는 갈대와 옥잠, 연꽃 등을 대규모로 심어 ‘생태정화시설’을 4곳 만든다.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정화된 물은 펌프를 이용해 상류로 끌어올려 하천에 항상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양재천처럼 하천 주변에 축구장·농구장, 카페, 산책로 등 주민 편의시설도 짓는다.

이번 쾌거는 환경부가 국내 환경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개도국 환경개선 종합계획 수립사업’을 통해 민·관이 협력해 해외 진출을 일궈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환경부는 총괄 사업계획수립과 정부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업무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해외사업 실무 관리업무를 맡아 민간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이 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정부의 지원 정책은 2007년 베트남 등 9개국을 대상으로 시행된 것으로, 환경부는 2012년 현재 칠레, 페루, 방글라데시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계약이 체결된 ‘알제리 환경개선 종합계획 수립사업’은 2011년 대우건설, 동명기술공단, 하이엔텍, 한국바이오 컨소시엄이 수행했으며, 이후 한국 대표단은 사업 수주를 위해 수차례 알제리 정부와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환경부 장관 친서를 전달하는 등 양국 협력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더불어 주 알제리 한국대사관과 대우건설에서 알제리 수자원부 장관을 면담하는 등 수개월간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번 사업을 수주하게 됐다.

대우건설은 1980년대 후반 한강 정비사업과 최근 4대강살리기사업을 수행하면서 하천복원 기술을 축적했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한국 하천을 복원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엘하라시 하천복원 공사에 쏟아붓겠다”며 “알제리 정부의 하천정화시설 공사까지 끝나면 수질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알제리는 유럽 국가보다 한국의 기술 수준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며 “칠레와 페루 등의 하천복원 공사 수주 때도 한국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천복원 공사는 2015년 말 끝난다. 전체 공사금액 중 대우건설의 지분은 70퍼센트(3억5천만달러), 나머지 30퍼센트는 현지 건설업체 코시데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한다.

이번 사업은 20년 이상 축적돼온 한국의 하천복원 노하우가 해외로 전파된 최초의 사례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이번 사업 수주는 앞으로 한국의 우수한 하천복원 기술이 해외로 전파될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하천복원 사업, 중국 합비성 소호 수질개선 사업 등 후속 하천복원 사업 참여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제리 정부는 이번 사업에 대해 “한국의 4대강살리기 사업을 포함한 하천복원 경험과 기술을 높이 평가한다. 그동안 주로 협력했던 유럽국가가 아닌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알제리 수도 중심을 흐르는 하천을 다시 살려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북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하천 복원사업 발주가 급증하고 있어 해외건설 시장에서 새로운 ‘달러 박스’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천·공기정화 등 세계 환경시장의 규모는 2010년 7천9백67억달러에서 2020년 1조9백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연평균 9퍼센트 안팎으로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환경산업 수출액도 2010년 3조3천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8.8퍼센트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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