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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인데도 보를 구경하려는 관람객들로 붐비던 10월 27일 오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에 있는 남한강 이포보의 공도교 위로 일단의 외국인 손님들이 들어섰다. 석달 동안 홍수 피해를 입고 있는 태국의 수라퐁 토위착차이쿤 외무장관 일행이었다.
토위착차이쿤 장관은 지난 10월 27·28일 서울에서 열린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수행원, 태국 방송사 제작진 등과 함께 이날 아침 6시반경 우리나라에 입국해 곧바로 이포보 현장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석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태국의 홍수 피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차오프라야 강의 범람으로 50년 만에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태국에서는 10월 28일 현재 4백명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했다.
또 차오프라야 강이 흐르는 수도 방콕의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경제손실 규모는 최대 5천억 바트, 우리 돈 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메콩 외교장관회의는 지난해 10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발족한 국제회의. 메콩강 인근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 후발개도국 다섯 개 회원국과 한국이 외교장관회의를 신설해 개발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포보 좌안에 도착해 소수력발전소부터 둘러보기 시작한 토위착차이쿤 장관 일행 18명은 차분하게 한국수자원공사 측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여기 이포보는 평소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홍수 시기에는 저수를 대량 방류해 드라마틱하게 수위를 낮출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해외기획처의 정 찬 해외투자2팀장이 토이착차이쿤 장관에게 조감도를 곁들여 보의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토이착차이쿤 장관과 일행은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로 정찬팀장의 설명을 들었다.
토이착차이쿤 장관 곁에서 함께 설명을 듣고 있던 차이용 삿지파논 주한 태국대사는 “태국 국민들은 현재 차오프라야 강의 범람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곳에서 한국의 강 관리 기술을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
토이착차이쿤 장관 일행은 이포보 위의 공도교를 걸으며 이곳저곳을 살폈다. 잠시 토이착차이쿤 장관의 발길이 머문 곳은 이포보 우안의 자연형 어도가 내려다보이는 지점이었다.
“저건 어떤 시설이냐”고 질문한 토이착차이쿤 장관은 “물고기가 보의 하류와 상류를 오갈 수 있는 어도”라는 한국수자원공사 측의 설명에 “그럼 (이 길에 대해) 물고기에게는 어떻게 가르치느냐”고 되물어 잠시 주변에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일행은 다시 진지한 얼굴로 공도교를 건너 요트 모양의 카페테리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변으로 내려가 수중정원과 잔디로 꾸민 자연형 호안으로 조성된 강변을 두루 살폈다.
토이착차이쿤 장관은 이곳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태국은 한국과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는 한국 정부로부터 홍수대비 관련 기술과 경험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 태국은 홍수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 홍수관리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토이착차이쿤 장관은 이날 오후부터 이틀간 열리는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안건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메콩강 유역은 세계적인 쌀 생산지입니다. 태국을 비롯해 메콩강 유역 국가들이 홍수 피해를 입게 되면 지역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식량안보가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이번 한·메콩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논의될 것입니다.”
태국적십자사에 전달된 한국 정부의 지원금 20만 달러에 대해 사의를 표한 토이착차이쿤 장관은 “지금 태국은 기술이며 경험 모든 도움이 필요하다. 우방국으로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오늘 이곳에서 둘러본 한국의 홍수대비 시스템에 관해 태국 총리에게 전달하겠다”며 앞으로 한국과 홍수관리에 관한 협력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토이착차이쿤 장관과 함께 방한한 태국 TV CH3 등의 방송제작진 4명은 이포보에 남아 한국의 물 관리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현장을 꼼꼼히 영상에 담았다.
정 찬 팀장은 “이번 홍수가 발생하기 전 한국수자원공사와 태국의 왕립관개청(RID)이 차오프라야 강의 홍수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공동조사(1년6개월간)와 종합계획수립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며 “이번 홍수의 위기를 넘기고 나면 RID와 합의 이행에 들어갈 것이다. 이번 태국 외무장관의 이포보 현장 방문으로 합의 이행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날 이포보 현장에서 토이착차이쿤 장관 일행을 직접 안내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심명필 본부장은 “홍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국과 “앞으로 준설과 홍수대비,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 등 여러 측면에서 태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