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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깨끗해지니 속이 다 시원해유




곱게 나들이옷을 차려입은 행렬이 찻길로, 뱃길로, 혹은 걸어서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10월 6일 오후 1시부터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리 백제보 좌안에서 열린 ‘금강 새물결맞이 백제보 축제 한마당’에 참석하는 인근 지역주민들이다. 한쪽에서는 도시락을 펼쳐놓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드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주관하고 부여군 등이 후원하는 이날 축제 한마당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한만희 국토해양부 1차관,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승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 구본충 충남도 행정부지사, 이용우 부여군수, 이석화 청양군수 등 각급 기관 단체장과 주민 등 2천여 명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3시 백제보 좌안 벗꽃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린 공식행사에서 먼저 축제 한마당 개최를 축하한 뒤 “부여인구 7만7천명의 15퍼센트에 달하는 1만2천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지지서명을 통해 보여준 염원과 현장 관계자들의 꿋꿋한 사명감이 결합되어 대백제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어 “4대강살리기 사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금강이 충청인들의 소중한 자산이 되어 지역의 경제와 문화가 발전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면서“앞으로 지역주민들이 합심해 사랑과 애정으로 잘 가꾸고 유지하여 아름다운 금강과 백제문화를 후손들에게 전해줄 것”을 당부했다.

‘해상왕국 대백제, 역사의 물길을 열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날 축제 한마당 공식행사는 충남국악단의 식전공연, 4대강 영상상영, 경과보고, 인사말, 주제공연, 개방선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공식행사 이전에는 소망풍선 날리기, 황포돛배 승선체험, 수상스키·윈드서핑·카누 시연, 백제보 지신밟기, 공도교 걷기, 버블 마술쇼, 풍선아트, 4대강 & 백마강 역사 사진전 등이 사전행사로 열렸다. 공식행사에 이어 태진아, 송대관, 추가열, 블락비, 다비치, 김양 등 국내 최정상급 가수가 대거 출연하는 축하음악회가 펼쳐졌다.

축제 한마당이 열린 백제보에는 행사 시작 두어 시간 전부터 완성된 백제보를 보러 나온 주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백제보와 전망대 등을 둘러보며 “짱이네” “고마운 일이여” 등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웃들과 함께 집에서 백제보까지 걸어왔다는 정경남(64·여·부여읍 정동리)씨는 “몇 달 만에 이곳에 나와 보는데, 정말 좋다”며 “무엇보다 깨끗해져서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이날 개방한 백제보는 총길이 3백11미터(가동보 1백20미터, 고정보 1백91미터)에 이르며, 백마강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되살아난 계백 장군(계백위환)을 형상화한 웅장한 모습을 자랑했다. 백제보 좌안에 설치된 소수력발전소는 연간 4천7백55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1천4백6만1천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한다. 우안에는 8백20미터의 자연수로형 어도가 설치돼 있다. 또 백제보 위를 지나 금강 북쪽의 청양군을 잇는 공도교는 6백80미터에 이른다.




2009년 10월 착공한 금강6공구 사업은 총사업비 2천8백26억원을 투입해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청양군 일원에 걸쳐 총연장 17.33킬로미터 구간의 금강을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되살렸다. 백제보 건설 이외에도 생태하천조성 4개소, 자전거도로 21.7킬로미터, 황포돛배선착장 등이 조성돼 있다. 현재 공정률은 97퍼센트다.

금강살리기 6공구 사업은 착공 초기 시민·환경단체는 물론 하천 내 비닐하우스 경작 농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인 부여군개발위원회가 주도해 부여주민 1만2천여 명이 금강살리기 사업 지지선언을 함으로써 사업 추진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금강살리기 사업은 수량 조절과 수질개선, 생태 보전 이외에도 부여지역의 관광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먼저 나루터가 복원되고 강바닥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면서 백마강의 인기 관광상품인 황토돛배와 부여지역의 역사문화유적을 연계한 다양한 관광이 가능해졌다. 백마강 황포돛배는 그간 강바닥에 가득 쌓인 모래 때문에 운항거리가 고작 구드래나루에서 낙화암까지 8백미터 구간에 불과했으며, 갈수기에는 운항 자체가 불가능했다. 금강살리기 사업을 통해 강바닥에 쌓인 모래를 걷어 냄으로써 낙화암에서 끊겼던 뱃길이 백제보 하류 좌안에 위치한 백제보나루까지 약 3.3킬로미터 확대돼 전체 4.1킬로미터로 늘었다.

특히 기존 구드래나루에 더해 인양나루, 왕흥나루, 백제보나루 등 옛 나루터를 복원함으로써 다양한 수상레저 활동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관광객들이 다양한 백마강의 풍광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백제보 자체도 관광명소로 손색없다. 백제보 좌안에 건립되는 금강문화관, 높이 30미터의 전망타워는 벌써 개방행사를 통해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해 문을 연 부여군 규암면 백제로 백제 문화단지에 비치된 대여자전거를 타면 백마강교를 지나 금강자전거길을 따라 백제보까지 약 4킬로미터를 17분 만에 올 수도 있다.


부여군 택시기사 유민식(52)씨는 “고향 떠난 친구들과 달리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지만 부여가 유적에 묶여 개발이 안 되고, 경주처럼 유적이 볼거리로 정비되지도 못해 안타까웠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볼거리가 마련돼 오가는 사람이 늘고 활기가 돌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승호 대전국토관리청장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공사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백제보를 완공하게 됐다”며 “주민 편의와 활용도를 위해 시설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나가서 깨끗해진 금강과 백제보를 바라보면 정말 가슴이 뿌듯해요. 주변 사람들도 무척 달라진 금강 모습에 좋아하세요. ”

백제보 건설을 담당한 GS건설 금강 6공구 현장사무소 식당 조리사인 김정태(51·충남 논산시 강산동)씨. 백제보 개방 축제에도 앞치마를 두른 그는 떠들썩한 백제보쪽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현장사무소와 백제보는 약 2백미터 거리에 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12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설날과 추석 연휴를 제외하곤 출근했다.

“저와 다른 두 분이 준비하는 식사량이 하루 평균 약 1백40명분이에요. 현장 근무자들이 이곳 숙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그분들의 하루 세 끼 식사를 모두 준비해야 합니다.”

김씨는 매일 새벽 4시반 논산에 있는 집에서 30분 정도 차를 운전해 출근하면 오후 8시 넘어 퇴근하는 강행군을 지금까지 해 왔다.

“그나마 아이들이 다 자라서 다행이었어요. 딸은 외지에서 직장에 다니고, 아들은 대학원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요.”

현장사무소 식당에서 하는 일은 식사 준비만이 아니다. 여름에는 현장 작업자들이 열기를 식힐 수 있도록 각얼음을 채운 찬 얼음통을 준비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숭늉을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

김씨는 자신의 남편도 건설 관련 직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현장 작업자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과 가족처럼 지내 왔다.

“우리 식당 창에서 백제보 전망대가 내다보여요. 매일 식사준비를 할 때마다 바라만 봤는데, 이젠 한번 올라가 봐야죠.”




“죽어 가던 사람 하나 살린 기분입니다. 제가 치운 생활쓰레기가 4천5백톤이 넘습니다.”

금강살리기 6공구을 맡고 있는 GS건설 조병훈(51) 현장소장이 백제보 전망대 아래에서 금강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까맣게 탄 얼굴, 행사를 위해 모처럼 양복을 입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힘들었던 점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고 하는 조 소장은 금강살리기 6공구 착공일인 2009년 9월 23일부터 이곳 현장을 지켜 왔다. 라오스에서 댐 공사 등 수자원개발현장을 경험하고 수자원개발 기술자 자격증도 보유한 조 소장은 이번 현장이야말로 그가 아는 모든 기술을 다 발휘하는 곳이었다고 했다.

공사 현장 밖에서도 바빴다.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각종 설명회, 환경단체와의 대화 등도 이곳 현장사무소의 역할이었다.

게다가 부여군은 문화유적이 많은 지역이다. 공사 진행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환경단체가 청양군의 공사구간 안에 있는 맹꽁이 서식처를 발견했다고 한다.

“공사를 진행하며 새로운 상황을 반영하고 개선하는 게 우리 업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맹꽁이 서식지를 그대로 보전하고 주변지역만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2년간 서울의 집에 가 본 것이 설날과 추석연휴뿐이었다는 조 소장은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며 웃었다. “이제 마누라에게 뭐라고 변명하며 집에 들어갈지가 걱정입니다. 아들 둘이 다 자라 적적하게 지냈거든요.” 조 소장의 차남은 올해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에 입단한 조남기 선수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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