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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물이 길을 열었다.’
일제 강점기, 시작(詩作) 못지않은 헌신적인 독립운동으로 무려 17회나 투옥당했던 시인 이육사는 그의 대표작 ‘광야(曠野)’에서 조국 광복에 대한 의지와 확신을 이렇게 장엄하게 노래했다. 이육사의 시구처럼 강물은 어느 민족, 어느 지역에는 미래이자 역사이며 희망이고 상생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모든 원동력의 젖줄은 한반도의 중심을 흐르고 있는 한강이다.
태백산맥 검룡소에서 세상에 솟구쳐 샘으로 발원된 한강은 이 지역 저 지역을 휘돌며 몸을 키우고 불려 비로소 도도하게 흐르는 강다운 위용을 갖춘다. 필자가 살고 있는 양평군은 한강의 두 물줄기가 깊은 포옹으로 만나는 상생과 화합의 고장이다. 양평 사람들은 강이 전해 주는 섭리를, 토착민과 외지인이 하나 되고 예술과 친환경농업이 하나로 융합되는 아름다운 삶으로 재현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상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듯이 지역적 특성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간에는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어깨동무하고 있는 연봉들을 감싸고 흐르는 양평의 두 강물줄기는, 그래서 양평군민들에게 마치 모든 것을 보듬고 쓸어 주는 어머니의 품이다. 우리나라 전역을 통틀어 예술인들이 양평군에 제일 많이 둥지를 틀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예술은 영혼의 외로움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은 우리의 조상들이 각인해 놓은 자신의 정신적 DNA를 해체한다. 벼르고 또 벼른
성찰의 눈을 통하여. 거기에 현대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심미안을 보태어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추구한다. 이렇게 치열하게 자신과 싸우는 에너지의 소진을 강물이 소리 없이 충전해 주고 있다.
“한 방울의 물이 바다로, 다시 바다가 한 방울의 물로 환원되는 과정,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자체 그대로가 예술이다.” 생(生)의 과정이 강물인 것이라고 스스로를 스승처럼 보여주고 있다.
호흡이 생명의 근간이듯 모든 생명체는 숨통이 트여야 산다. 예술과 문화도 시간과 공간의
궤적을 따라 호흡하는 유기적인 생명체다. 양평은 이러한 생명이 활개칠 수 있도록 군(郡), 관(官), 민(民)이 마중물이 되어 예술혼의 승화를 끌어올리고 있다. 예총 산하의 6개 예술단체인 문인협회, 미술협회, 국악협회, 사진협회, 음악협회, 연예인협회의 예술인들은 그
마중물들을 바탕으로 하여 힘차게 솟구쳐 올라 또 하나의 강물을 만들고 있다.![]()
이제 양평을 흐르는 강물이 정비되고 정화되어 물의 숨결이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다. 신선한 물숨을 마시는 자전거 행렬이 건강한 몸마음을 이끌 것이다. 강물의 숨통이 트임에 따라 강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예술문화의 부활 또한 반갑게 예견된다. 양평의 예술인들도 덩달아 숨통이 터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덧없는 살 같은 삶의 가식을 발라낸 예술의 뼈들 속에 물의 정수가 스며들 것이다.
이러한 예술의 정수가 우리나라 곳곳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삶을 담금질하고 있는 모든 예술인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 주었으면 좋겠다.
글·박자방 (양평 문인협회장·시조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