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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1개월 맞은 낙동강 부산 화명지구








 

“와~ 헤엄도 잘 쳐. 신기해, 엄마.”

“아빠, 원래 오리가 사람들을 저렇게 안 무서워해?”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10월 10일 일요일 오후. 부산광역시 북구 화명동 화명지구 내에 자리한 수생식물원에서는 조잘대는 어린이들의 청량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퍼져나왔다.

낙동강변 쪽으로 각종 수생식물 등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수생식물원 데크에선 예닐곱 아이들이 한 손엔 과자와 빵 조각을 집어들고 무언가 신기한 듯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데크 아래에 인공으로 조성한 소규모 저수지의 수생식물 사이에서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는 오리떼에 푹 빠져 있었던 것. 저수지 한가운데에 새들의 쉼터로 마련한 소형 정자(亭子)에서는 마치 사람들이 유유자적하는 듯 오리 몇 마리가 가을 햇살과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흰 뺨에 노을빛이 물든 검둥오리가 부리로 재빠르게 작은 물고기를 잡아 꿀꺽 삼키자 아이들의 입에서는 “와” 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아이들이 기쁜 마음에 과자를 던져주자 이를 받아먹으려고 사방에서 몰려드는 오리들로 또 한 번의 진기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부모들도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잠시 넋을 잃고 아이들의 시선을 좇았다.






 

몇몇 오리들은 아예 물 밖으로 나와 가을을 즐겼다. 사람들이 다가가도 일부러 모른 척하는 건지 자신의 털을 고르거나 낮잠에 빠져 있었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튀어 보이는 흰 오리는 그래도 사람들이 좋은지 연신 먹이를 달라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데크 쪽으로 걸어나왔다.

이처럼 수생식물원 주변은 화명지구 준공 후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볼거리 코스로 자리 잡았다. 준공 직전만 해도 간간이 백로 등이 찾아왔으나 이젠 오리와 인근 을숙도에서 날아든 텃새들의 단골 놀이터가 됐다. 오리만 해도 수개월 전 인근 주민이 자비를 들여 몇 마리를 방사한 후 개체 종과 수가 크게 늘어 30~40마리 이상 관찰되고 있다. 그야말로 자연의 자생력을 몸소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인 셈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두 딸과 화명지구로 산책을 나온다는 주민 김정욱(43) 씨는 “아이들이 TV로 한강을 접한 후 자꾸 서울에 가보자고 졸라서 달래느라 힘들었는데 이젠 아이들과 승강이를 벌일 일이 없게 됐다”며 “경치가 좋고 더구나 아이들에게 이처럼 새들이 스스로 생존해나가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어서 교육효과도 큰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이날 화명지구 내 축구장에서는 부산의 한 대학 총동문회 행사가 열렸다. 총동문회 행사치고는 다소 규모가 작았지만 장소를 이곳으로 선택한 이유가 나름 있었다.

우선 화명지구로 들어서면 탁 트인 시야가 압권이다. 화명지구 진입 순간부터 강변 습지경관과 체육시설 등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이 즐겁고 시원한 강바람까지 불어 초록빛 쉼터로는 안성맞춤이다. 이미 주민과 자연이 하나 되는 장이라는 의미에서 화명지구는 지난해 북구청 자체 공모를 통해 ‘휴네이처 공원(Hu-Nature Park)’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직은 걸어서 화명지구로 들어설 수 있는 진입로가 3곳에 불과해 시민들이 접근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부산시와 10월 중으로 화명지구 관리권을 시에서 넘겨받는 북구청은 추후 진입로 확장공사 등을 벌여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는 화명역(국철) 인근 지하도로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려는 차원에서 낙동강변 습지 조성 지역엔 인공 구조물을 전혀 설치하지 않았다. 둔치와 강변을 잇는 산책로가 전부다. 둔치 쪽 주차장 바닥에도 시멘트 대신 돌과 잔디가 깔려 있다.

강줄기를 끌어들여 조성한 습지엔 갈대 등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시각적으로는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선 개구리와 물고기 그리고 말풀 같은 각종 식물이 공존하는 작은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화명지구 중앙으로 길게 뻗은 산책로(4.6킬로미터)와 그 옆 자전거도로(3.5킬로미터) 역시 자연친화형 길로 아스팔트 대신 맨땅과 황토로 조성됐다. 지구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강변 쪽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과 둔치 쪽에서 활발한 시민들의 여가활동 광경을 고개만 돌리면 두루 가까이 접할 수 있다.

체육시설 역시 시민들이 애용하고 있다. 이날도 ‘야구의 도시 부산’답게 두 개 야구팀이 야구장 2면에서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현재 테니스장 10면과 농구장 10면, 인라인스케이트장 1곳과 축구장 2면이 조성돼 있는데, 언제든지 북구청 예약 시스템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이용료는 무료다.







 

북구청은 이용객 편의를 위해 조만간 체육시설에 대한 방송 및 펜스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준공식 당시 자전거도로와 체육시설 사이의 공간은 풀이 무성하게 자란 채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 공간도 최근 깨끗이 정리됐다. 여기엔 또 다른 자연생태환경이 조성된다.

북구청 문화체육과 민인선 체육시설계장은 “이 자리에 유채꽃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체육시설과 조화를 이루는, 특화되고 차별화된 자연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해 연꽃과 각종 나무도 심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부산시와 관리권을 인수인계하는 절차를 밟고 있어서 복잡한 상황이지만 곧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화명지구는 공사 기간이 남아 있는 미완성 녹색 명품이다. 하지만 자연의 품에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만끽하고픈 부산 시민들에겐 이미 ‘너무 가까운 당신’이 돼 있다.
 

글·유재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부산 북구청 문화체육과 ☎ 051-309-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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