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충주시 배대보·양촌지구 농경지 리모델링 현장




 

추석을 한 주 앞둔 9월 15일 파란 가을 하늘 아래로 토사(土沙)가 반짝였다. 강가에서 봄직한 자갈들과 모래로 가득 찬 이곳은 충북 충주시 소태면 양촌리에 자리한 양촌지구 농경지 리모델링 현장. 16만8천 제곱미터의 양촌지구 곳곳에는 덤프트럭과 포클레인 등 장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때 대부분 평평한 공사 현장과 달리 뻥 뚫린 구멍처럼 낮은 지대가 눈에 띄었다. 한눈에도 주위보다 10미터 정도 낮아 보이는 이곳에선 흙을 파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양촌지구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담당하는 장한상(43) 현장소장은 “이곳이 바로 양촌리 농민들이 농사짓던 저지대 농경지”라며 “양촌지구의 경우 하천변 제방보다 최대 10미터 정도 낮은 곳이 많다. 현재 이곳은 준설토로 메우기 전 표토를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주시 가금면 4대강살리기 사업 중원지구에 인접한 양촌지구와 배대보지구는 한강에서 나오는 준설토로 농경지 리모델링을 하는 유일한 곳이다. 금강(19개 지구), 영산강(6개 지구), 낙동강(1백22개 지구)에 비하면 농경지 리모델링 지구 수는 적지만 농민들의 호응은 어느 지역보다 뜨겁다.

그 이유는 한강변에 인접한 농경지 중 매년 가장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어온 곳이기 때문이다. 남한강 지천인 구룡천에 위치한 양촌지구, 영덕천과 원곡천 인근에 있는 배대보지구는 남한강 본류와 합류하는 지점에 자리해 두 지구의 하천변 농경지는 ‘버려진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래전부터 침수 피해가 심각했다.

“아유, 말도 마요. 없는 땅이라 생각하며 지내려 해도 농사꾼한테 땅이 그렇게 된대요? 이 땅에 5년간 농사짓는다고 치면 수확률이 20~30퍼센트밖에 안 돼요. 비만 오면 물이 넘쳐 벼가 잠겨 못쓰게 되는 게 연례행사라니까요. 옛날엔 어떻게든 울고불고 매달려 고쳐보려고 했지만 이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양촌지구 현장에서 만난 충주시 소태면 양촌리 송곡마을에 거주하는 박종석(58) 씨의 말이다. 예전 침수 피해 기억을 떠올려달라고 하자마자 “물난리로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며 목소리가 격앙됐다. 하지만 이내 박 씨는 “이제 지긋지긋하던 비 걱정도 끝이다”며 농경지 리모델링 현장 한 곳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아마 이쯤이 제가 농사짓던 곳이 아닐까 싶어요. 벌써 이렇게 준설토가 성토돼 높아졌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땅이 이렇게 높아지니 물난리로 고생할 일도 없을 테고, 앞으로 용수로, 배수로며 농로까지 설치해준다니 새롭게 변한 땅에 마음껏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해줘 고마울 따름입니다.”

양촌지구 농경지 리모델링 대상에 포함된 박 씨의 땅은 1만4천8백76제곱미터. 하천변 농경지로 벼농사마저 제대로 지을 수 없었던 이 땅에 준설토가 성토되면 농경지 높이가 평균 6미터 정도 올라가고 논과 밭의 돌려짓기가 가능해진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땅값이 4배나 올랐다고 한다.

박 씨는 “땅값이 오른 것보다 땅의 가치가 오른 것이 더욱 기쁘다”며 “벼농사든 밭농사든 ‘양촌리’하면 떠올릴 수 있는 특산품을 재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충주·제천·단양지사 지역개발팀 황일선 차장은 “현재 농경지 리모델링은 양촌지구 64필지(54가구), 배대보지구 1백26필지(87가구)가 해당되며 내년 말 사업이 끝나는 대로 침수 걱정 없는 농지를 확보하게 된다”며 “벼농사에만 매달렸던 기존 영농환경이 시설 원예, 하우스 재배 등 다양한 분야로 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촌지구는 배대보지구보다 준설토 운반이 늦어 전체 공정률이 10퍼센트 정도 진척됐다. 그동안 비가 많이 내려 아직 흙이 축축하지만 성토된 곳을 다닐 때면 지반이 꽤 단단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양촌지구 장한상 현장소장은 “준설토에 있는 서로 다른 크기의 자갈과 모래 입자 등이 압축돼 빈 공간을 잘 메우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성토 및 표토 작업을 마치고 내년엔 농업생산 기반시설 확충공사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박 씨와 또 다른 수혜자인 월촌마을 이장 이인근(58) 씨에게 항간에 나도는 준설토 오염 문제에 대해 묻자 “우리 농민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 씨는 “옛날에 제방이 없는 강 근처만 봐도 개흙들이 쌓여 있는 걸 봤다. 준설토 역시 그런 흙과 비슷한 걸로 안다”면서 “준설토 성토 후 농사짓던 흙인 표토를 50센티미터나 복원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양촌지구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충북 충주시 엄정면 율능리에 자리한 배대보지구는 양촌지구보다 진행 속도가 빨라 벌써 준설토가 98퍼센트나 반입된 상태다. 현장 곳곳에 꽂힌 깃발은 준설토의 높이와 농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배대보지구를 담당하는 농어촌공사 충주·제천·단양지사 지역개발팀 김재구 과장은 “며칠 전에도 영덕천 제방 1미터를 남겨두고 물이 넘칠 뻔했다”며 “이번 농경지 리모델링으로 농민들의 만년 걱정이던 침수 피해도 막고, 친환경 영농환경을 구축한 농경지 덕분에 농민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대보지구에 4천 제곱미터 정도의 농지가 포함된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목계2구 마을 주민이자 식당 주인인 김기영(64) 씨는 “하천 인근 농경지에서 농사짓는 것도 힘든 데다 떨어지는 쌀값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이번 기회에 땅이 되살아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 농경지를 리모델링한 땅에 벼를 열심히 심어 손님들에게 더 맛있는 밥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