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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떠 있던 부유물질도 정리되는 느낌이다. 찬성하거나 아니거나 강을 살리는 데는 한마음이었으니, 오해와 불신이 조금씩 가시는 모양새다. 재·보궐 선거에 따른 정치적 해석도 있지만,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진행된 전문가 그룹의 깊이 있는 토론이 일반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이 토론의 한복판에 선 사람이 차윤정 박사다….”
지난 8월 9일 <국민일보>의 ‘여의춘추 손수호’ 칼럼은 ‘흑기사 차윤정의 4대강 분투기’라는 글에서 차윤정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을 ‘토론의 한복판에 서 있는 흑기사’로 묘사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일면식도 없는 분인데.”
그러면서 큰 목소리로 호방하게 ‘음하하’ 웃는 모습이 ‘흑기사’답다. 차 본부장은 서울대 산림자원학과에서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거치며 수목분류학, 수목생리학, 수목생태학 등 체계적인 학문적 지식을 갖췄다. 그는 유네스코 장백산 생태계조사단 연구원, 환경단체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본부’ 운영위원 등을 지낸 생태환경 전문가다. 특히 박사과정 때 신갈나무를 의인화해 쓴 <신갈나무 투쟁기>는 ‘말랑한 생태학 책’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어 인기강사로도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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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지난 5월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직을 맡자 일부에선 공무원으로 ‘변신’했다고 폄하했지만 그의 소신은 분명했다.
“평소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통해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생태학’ 하면 곧바로 ‘자연보존’으로 생각하지만 생태학의 본질은 인간과 자연이 친화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 있는 그대로가 좋다는 ‘환경근본주의’ 방식의 보전에는 반대한다. “숲을 가꿀까, 그냥 둘까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가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사람도 편하고 숲도 안정된다면 그냥 자연에 맡겨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 개입하는 게 낫지요.”
그런 점에서 산업화로 말미암아 병들고 높아진 강바닥 때문에 ‘동맥경화’ 현상을 보이는 4대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고 물 부족에 대비해 큰 물그릇을 만드는 일은 인간과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인간의 불가피한 개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금의 4대강은 온전한 자연이 아닙니다. 강의 노쇠 과정이 진행된 데다 인간은 강의 많은 것을 변화시켜왔습니다.”
지금의 강은 ‘이미 자연으로서 존재할 수 없는 상태’라고 그는 말했다.
“강의 생태적 기능을 인간의 편의대로 사용하고 난 뒤 이제 와서 ‘강아,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강이 강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우리 사람이 서둘러 회복시키는 사업이 바로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4대강살리기 사업’입니다.”
강연, 토론회 등을 통해 4대강살리기를 홍보하고 환경·시민단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정책에 반영하는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며 반대모임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가는 그는 8월 31일까지 41일간 4대강살리기 반대 농성이 벌어진 경기 여주군 금사면 이포보 농성 현장에도 다녀왔다.
“제가 경기 광주시에 10년 살아서 잘 압니다. 여름에 폭우가 쏟아져 상류 쪽 충주댐에서 방류할 때 하류 쪽 팔당댐에서는 서울이 물바다가 될 우려 때문에 방류를 자제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주군, 양평군 등 두 댐 사이 지역은 매년 크고 작은 침수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포보 농성을 끝내라는 여주 주민들의 목소리가 절실했던 겁니다.” 
강살리기에 대해 여러 시각이 존재하지만 매년 홍수의 위험에 가슴 졸이는 여주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4대강살리기는 일차적으로 강 근처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현실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됩니다. 수로에 퇴적된 토사를 걷어내 범람 위험을 줄이고 수중보를 설치해 물을 확보하며 수로와 둔치를 다듬어 수중 생태공간을 회복시키는, 말 그대로 강살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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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부본부장은 최근 방영된 MBC <PD수첩>의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편에 대해 “일방적이고 편향된 주장들”이라고 지적했다.
“아직도 운하라는 주장을 펴는 분들이 있으니 답답합니다. 운하를 하려면 한강과 낙동강이 연결돼야 하고, 갑문과 터미널 등 화물선 운항의 최소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지금 4대강살리기 사업에는 어디에도 그러한 내용이 없습니다.”
‘낙동강 운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럴 경우 중간의 보(洑)를 다 뜯어내야 하고, 더구나 낙동강 수계 중 운하 운행이 가능한 6미터 이상 구간이 전체의 61퍼센트(4대강 중 26.5퍼센트)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지나친 비약”이라고 그는 반박했다.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부터 강살리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선 방송에서처럼 ‘전국의 수해 상습지와 4대강 구간이 일치하지 않아 4대강 정비 후에도 수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전제조건부터 틀렸습니다. 전국 수해 상습지는 지방하천을 대상으로 ‘제방이 없거나 낮아 수해가 우려되는 구간’에 지정합니다. 국가하천인 4대강 본류는 지정 대상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지류는 방치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도 연간 1조원 이상을 4대강 외 지류하천 정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는 방송 내용 중 ‘경남지역 낙동강 본류의 홍수 피해는 전체의 1.3퍼센트’라는 것도 통계상 오류라고 지적했다. 낙동강 본류의 홍수 피해액은 제방 피해액만 집계한 것인 데 반해 지류와 소하천 홍수 피해액은 제방뿐 아니라 주변지역 침수 피해와 시설물(도로, 교량 등) 유실 등 관련 피해액을 모두 집계한 것이어서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힘찬 목소리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설명하는 차 부본부장의 모습에서 ‘여의춘추 손수호’ 칼럼의 마지막 대목이 떠올랐다.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이로운 4대강’은 차 박사와 같은 지식인의 역할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차 부본부장과 같은 흑기사들이 더 많기를 기대해본다.
글·박경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