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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공감>은 문재인정부 2년 반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제안하기 위해 12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함께 잘사는 나라,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김현철 서울대 교수(전 청와대 경제보좌관)가 사회를 맡고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이태수 정책기획위원회 미래정책연구단장,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좌담회를 ‘경제’와 ‘사회’ 주제로 나눠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경제 여건 나빴지만 최선의 노력 다해 선방”
김현철: 먼저 문재인정부 2년 반 동안 거시·민생경제 정책과 무역 등 대외경제 정책, 그리고 산업정책의 실질적 성과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정해구: 문재인정부가 들어섰을 때 촛불항쟁으로 모든 정책, 특히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요구 수준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경제 여건은 미중 간 무역갈등 등으로 나빠졌습니다. 국민 기대는 높고 대내외 경제 환경은 나빠진 상황에서도 문재인정부는 2년 반 동안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선 고용 문제가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15세 이상 고용률이 올해 8월 기준으로 61.4%입니다. 이는 1997년부터 20년 동안 가장 높은 고용률이고, 실업률도 최근 몇 년 이래 가장 낮아졌습니다. 대외경제도 미중과 한일 간 무역갈등이 있는데도 ‘신남방’이라는 출구를 찾아 열심히 노력했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신성장동력에 대한 여러 가지 준비도 갖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경제 여건은 나쁜데도 문재인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나름대로 선방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태수: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표방한 주요 경제정책이나 전반적 국정의 지향점은 결국 패러다임의 전환이기 때문에 지금 단기적 성과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경제·사회 정책과 방향성을 다양하게 논의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개발주의와 경제성장 지상주의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했죠.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약간의 방향 선회를 시도했지만 이렇게까지 대담하고 지속적으로 하지 못한 채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결국 큰 정책적 선회를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보수정부 10년이 지나고 등장한 문재인정부는 한계에 다다른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선순환을 넘어 일체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득주도성장은 사회정책인지 경제정책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공공부문을 통해 줄어드는 일자리를 메우고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정책도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입니다. 문재인정부 말기쯤 되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나 체질 개선으로 큰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홍장표: 문재인정부가 등장했을 때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강하는 국면이었고 한국 경제도 직접적인 영향을 강하게 받는 상황이라 거시경제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는 임무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 관리 면에서 현재까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우선 재정의 역할이 지난 정부에서 대단히 약했는데, 올해와 내년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면서 대외의 높은 파고를 막아주는 재정의 역할에서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또 하나 산업정책과 관련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됐습니다. 한국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해 문재인정부는 부처(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들면서 변화의 모멘텀(국면)을 마련했습니다. 경제 하강 국면에서 일자리와 소득분배는 악화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성장률이 둔화하는 속에서도 일자리가 늘고 있습니다. 사실 2010년 이후 소득분배가 굉장히 안 좋았습니다. 2018년까지도 안 좋았는데,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분석에서 소득 격차가 완화되면서 ‘아, 우리도 노력하면 그 어렵다는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구나’라는 좋은 신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2년 반의 성과가 국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앞으로 최종적 성과에 좌우되겠지만, 패러다임 전환의 몇 가지 증표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계부채 뇌관 제거, 가계소득이 내수 진작 바탕 될 것”
김현철: 경제 각 분야 또는 경제 전반을 통틀어 가장 큰 변화와 성과는 무엇이고, 가장 잘 진행된 국정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정해구: 가장 큰 성과는 경제정책이 변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과거 재벌이나 대기업이 중심이 돼 수출 주도의 성장을 했고 낙수효과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모델을 바꾼 것이지 않습니까? 사람중심의 경제라는 주제처럼 재벌이라든지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표방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은 경제 여건이 안 좋은데도 일자리가 증가한 게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혁신성장은 한일 갈등 때문에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여러 신성장동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통상정책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일본·중국 중심으로 했지만 이제 신남방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개척한 게 중요한 성과입니다. 물론 구체적 성과는 좀 더 기다려야겠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하면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봅니다.
홍장표: 과거 경제정책은 기본 핵심을 기업에 뒀습니다. 그중에서도 대기업이죠. 기업뿐 아니라 가계 살림살이와 소득 문제를 동시에 고민하는 게 문재인정부의 특징입니다. 과거 정부가 부동산 규제와 가계 대출을 완화해 내수를 부양하며 가계소득보다 가계부채에 의존했다면, 그와 완전히 반대의 방향을 추구하고 있고요. 그래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아우르며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통합된 포용국가라는 방향이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문재인정부뿐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기도 합니다. 제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처음 갔을 때 “한국 경제의 뇌관이 뭐냐?”고 물으면 다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제2의 금융위기를 낳을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2016년 가계부채 증가율이 두 자리 숫자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정확히 기억하는데 11%가 넘었거든요. 가계부채를 통해 소비를 여는 게 얼마나 큰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 부분을 끊기 위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제1탄으로 내놓았습니다. 가계부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가계소득을 늘리는 다양한 대책으로 올해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을 3%대로 낮췄습니다. 그렇게 가계부채라는 내관을 제거했고, 앞으로 가계소득이 새로운 내수 진작의 바탕이 되리라는 점을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공정경제, 혁신경제, 포용경제 3가지 선순환”
김현철: 지금 미중 패권 분쟁으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영향이 우리 경제에 직격탄으로 날아오고 있는데,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미리 제거한 게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정해구: 원동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촛불항쟁을 거치며 나타난 국민의 요구입니다. 경제는 발전했습니다만 양극화와 경쟁이 심해지면서 “나라는 선진국으로 가는데, 내 삶은 뭐냐?”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서 경제정책 등 여러 정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문재인정부의 정책 배후에 있는 국민의 요구가 첫째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둘째, 미중 간 경제갈등과 한일 간 무역갈등 등 대외 경제환경이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 중심으로 바뀌며 한국 경제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주어졌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했는데, 문재인정부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게 경제정책의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태수: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공정경제, 혁신경제, 포용경제 세 가지가 잘 얽혀 있는 구조인데, 혁신경제가 자동차의 엔진이라면 포용경제는 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진에서 엄청난 원동력과 에너지를 아무리 뿜어대도 어디로 갈지 방향을 결정하는 게 중요한데, 포용경제로 모두가 성과를 골고루 공유하는 방향으로 잡은 것입니다. 그다음 공정경제는 태생부터 누구는 좋은 의자에 앉고, 누구는 자동차 밑바닥에 앉고, 심지어 누구는 뒤에 매달려 있지 않게 평등한 기회를 가지도록 자동차 구조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기적 파열음도 나고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이 구도를 갖춰놓은 게 문재인정부뿐 아니라 이후 정부에서도 그대로 갈 수 있을 만큼 탄탄한 골조가 아닐까 평가합니다.
“내년에는 자영업 등 골목상권 대책 세심히 마련해야”
김현철: 이렇게 좋은 평가도 있지만 한편으론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진하거나 아쉬운 국정과제로는 어떤 게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홍장표: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미진하고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소득주도성장 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만 이해하는데, 원래 소득주도성장은 임금주도성장만 이야기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처음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할 때 가계소득을 늘리고, 가계의 생계비를 줄이고, 안전망과 복지를 튼튼히 하는 3축을 중심으로 해서 만들었습니다. 가계소득 늘려서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부분은 성과도 나고 있습니다. 특히 근로자 가구는 나름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자영업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정책을 썼습니다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고요. 급격한 소비 패턴의 변화로 돈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오프라인과 골목상권에 돈이 제대로 안 도는데 이 부분의 대응책이 미흡하지 않았느냐? 내년에는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가계소득이 늘고 저임금 근로자층을 줄이고 악화일로의 임금 격차를 반전시키는 계기를 만든 성과가 있는데, 그에 대한 객관적 평가의 장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김현철: 그렇다면 미진한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태수: 첫째, 일관성을 가져야 합니다. 일부에서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을 지금 포기한 거 아니냐고 하는데, 제가 볼 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약진한 정책이기 때문에 계속돼왔습니다. 이제 일관성을 갖고 혁신경제, 공정경제, 포용경제 등 세 가지 정책의 정합성을 밀고 나가야 합니다. 탄탄한 논리적·정책적 기반 아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 입체적으로 가야 합니다. 선후를 가릴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최저임금 인상할 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보완책을 먼저 만들거나 동시적으로 강구해야 했습니다. 그 선후가 정확하지 않으면 일시적 파열음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입체적으로 생각해 선후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총체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경제구조와 사회구조의 강도 있는 개혁에 정치구조가 결합해 총체적으로 맞물려가야 하는데, 지금 정치체제에서는 법이나 예산이 잘 안 풀리는 것이 문재인정부의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치 부분은 정부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고 국민 여러분이 만들고 선택해주셔야 하는 부분이라 집권 후반기에는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이 맞물려 잘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태수 정책기획위원회 미래정책연구단장
“불평등 격차사회 해소가 사람중심 경제의 관건”
김현철: 문재인정부가 청와대에 처음으로 자영업비서관도 만들고 종합대책도 내놨습니다만, 최저임금 인상과 한 세트로 했으면 훨씬 효과가 있고 갈등도 줄였을 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입법도, 국회도, 사회도 다 맞물려야 하는데 지금 그 벽에 부딪혀 진행이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말씀처럼 종합적으로 접근하면서 해결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12월 3일 ‘세계가 바라본 한국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국제노동기구(ILO) 등 주로 국제기구에서 많이 참석했는데,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를 이들도 고민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화두 가운데 하나가 불평등 아니겠습니까? OECD에서 온 분은 “소득 불평등은 시한폭탄”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한 나라와 전 세계의 안정적인 ‘지속가능한 성장’은 가능하지 않다”고 강하게 말했어요.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OECD 국가들이 다 같이 고민하는 문제고,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이 결코 외롭지 않고 함께 걸어가는 길이라는 걸 확인했어요. 또 그들은 한국 사회를 특이하게 보고 있더라고요. “한국 사회는 전형적인 격차사회다” “한국은 이중구조다” 이런 표현을 이구동성으로 했습니다. 뭐가 이중구조냐면 그분들 눈에는 사람들 사이에 층을 나눠놓은 것 같대요.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 근로자 사이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남성과 여성 사이에…. 이 정도는 OECD 국가 가운데 최고의 불평등 격차사회인데, 이런 격차 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건 당연하고,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사람중심의 한국 경제를 만드는 건 가능하지 않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해당사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사·정 사이의 사회적 대화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만, 조금 성과가 안 난다고 포기할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