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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 작가, 방송인 정재환 씨,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왼쪽부터)가 역사를 왜곡한 ‘군함도 전시관’의 문제점을 짚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대담] 소설 <군함도> 한수산 작가-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한일관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와 소설 <군함도>의 저자인 한수산 작가가 6월 29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넷 스튜디오에서 특별 대담을 열고 역사를 왜곡한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군함도 전시관)’의 문제점을 짚었다. 방송인 정재환 씨가 진행한 이번 대담은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다뤘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정부가 2015년 하시마(군함도) 등 23곳의 산업유산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을 소개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는지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돌변한 이유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약속을 파기한 속내 등도 분석했다. <군함도> 집필을 위해 하시마에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의 비극을 취재한 한 작가는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물이 역사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알기 쉽게 설명했다. 진행자 정재환 씨도 군함도의 참상을 눈으로 목격한 경험을 공유했다. 정 씨는 일본 규슈 지역에 있는 한일관계 역사 현장을 답사하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진솔하게 기록한 책 <큐우슈우 역사기행>의 집필 과정에서 군함도를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 이날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일본의 국가적 범죄 상징적으로 압축된 곳
정재환: 최근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3월 31일 개관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았다가 6월 15일부터 일반에 공개했어요. 문제는 이 센터가 유네스코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거죠. 먼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센터가 도쿄에 문을 열었는데, 과연 어떤 시설인가요?
호사카: 2015년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23곳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7곳 정도가 조선인이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된 시설이지요. 당시 한국 정부는 23곳의 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했습니다. 나중에 일본 정부와 합의를 했지요. 이러한 정보센터 같은 곳에 역사적 사실을 밝히겠다고 일본이 약속해서 그때 등재에 동의한 겁니다.
정재환: 이번에 문을 연 센터를 보면 그때 유네스코와 한 약속이 없지요. 한수산 작가님, 2015년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부터 이게 논란이 되지 않았나요? 그 당시에도 등재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한수산: 등재 자체의 문제도 있고 이 문제가 단순하지가 않아서요. 우선 군함도라는 개념이 중구난방이에요. 군함도의 의미가 뭐냐면, 제가 소설을 쓰면서도 거기에 집착했습니다만, 군함도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가적 범죄가 상징적·집약적으로 압축된 곳입니다. 군함도에서 나오는 탄이 최고 양질의 탄이었어요. 제철소에서 쇠를 만들겠죠? 좋은 쇠가 전량 미쓰비시 제철소로 들어갔어요. 이런 고리 속에 있는 게 군함도의 시발점이에요. 또 의사에 반해서 강제 노역을 당했고 그런 것들을 통해 희생된 곳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저는 <군함도> 일본판이 나올 때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주요 신문기자들 앞에서 그 얘길 분명히 했습니다. 그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이게 문화유산 가치가 있느냐?” 제가 봤을 때 분명 가치가 있어요. 다만 그게 들어가야죠. 중국인 250명 안팎의 사람들과 조선인, 즉 한국인입니다. 750명 전후의,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강제 노역을 당했다는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완벽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가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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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 작가
군함도 등 강제징용 7곳 모두 역사 왜곡
정재환: 한 작가님이 군함도의 강제징용 문제를 말씀해주셨는데 그런 내용이 센터에 담겨야 하는 거 아닌가요?
호사카: 문제는 그런 것이 전혀 담기지 않고 오히려 “차별 같은 게 없었다”는, 당시 거기서 일했던 조선인 2세, 그러니까 그때는 아이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한 증언만 전시돼 있고 영상도 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재환: 지금 전시된 내용 가운데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부분을 소개해주세요.
호사카: 군함도를 비롯해 7곳이 조선인을 강제징용한 시설인데, 군함도가 가장 특징적이기 때문에 많이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7곳에 모두 왜곡된 사실이 있습니다. 여러 왜곡이 있는데 가장 큰 왜곡은 ‘차별하지 않았고, 월급도 차별 없이 일본인과 똑같이 줬다’는 내용이에요.
정재환: 2015년 유네스코가 권고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역사를 설명하라고. 일본은 그때 한다고 약속은 했는데 이행하는 노력을 안 하는 건가요?
호사카: 안 했죠. 2017년에 이행경과 보고서를 일본이 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강제’라는 말이 완전히 빠져 있었고요. 2019년 2차 이행경과 보고서를 냈는데 오히려 ‘차별’도 없었고 상당히 잘해줬다는 식의 얘기가 들어 있어서 한국 정부가 유감을 표시한 거죠. 지금 와서는 유네스코의 권고, 특히 1940년대 강제징용된 사람들이 본인의 의사가 아닌 상황에서 끌려갔다는 점을 정확히 밝히고 희생자를 기리는 전시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거든요? 2015년에. 그거 다 안 지켰어요. 그러더니 이제 도쿄올림픽이 (2021년) 7월이니까 세계 사람들에게 차별이 없었던 시설로 홍보하려고 이런 시설을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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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교수
피해받았으면 저항하고 과거를 되살려야
정재환: 한국이나 중국에서 반발을 한다 해도 일본은 그런 역사를 감춤으로써 세계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세계가 속을까요?
호사카: 적어도 아베 정권은 극우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계속 노력하는 거죠. 속일 수 있다고 아마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괴벨스가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그대로 실현한 거니까요. 그러나 세계는 속지 않죠. 물론 한국도 속지 않을 거예요. 심지어 일본 안에서도요. 제가 책을 하나 갖고 왔는데요. 나가사키에서 희생된 조선인들을 위한 모임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낸 <군함도에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책이에요. 군함도에서 벌어진 엄청난 차별, 가혹한 노동 등의 내용이 담겼지요. 이런 책을 내는 분들이 일본에 꽤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내에서도 속지 않는데 세계가 왜 속겠습니까?
한수산: 일본은 왜 그렇게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느냐, 독일은 총리가 희생비 앞에서 무릎까지 꿇지 않느냐, 근데 왜 일본은 이런 거냐고. 흔히 묻는 말이에요. 그때 귄터 그라스라는 작가가 대신 되물었답니다. 한국에서는 1년에 일제강점기 소설이 몇 편이나 나옵니까? 1년에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가 몇 편이나 나옵니까? 일제강점기의 슬픔과 비극을 담은 노래가 몇 곡이나 나옵니까? 대답을 못했다는 거예요. 저도 정 선생님한테 묻고 싶어요.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 하면 그렇게 이를 갈면서, 센터와 같은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과거의 역사를 오늘의 문제로 되살려내는 소설이 몇 편이 나오고 있습니까? 영화, 소설, 노래가 나올 때 그걸 지금 우리가 부르고 보니까, 살아 있는 오늘의 현실이 되는 거죠. 과거를 불러 오늘을 갖다 넣는 겁니다. 우리가 그걸 해낼 때, 피해국의 책무도 있는 겁니다. 피해받았으면 저항이 있어야 합니다. 자꾸만 과거를 되살려야 합니다. 문화적 해결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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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신주쿠구 ‘산업유산정보센터’ 내부에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로 악명이 높은 하시마(군함도)의 모습이 파노라마 영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
역사 정의 바로 세워야 미래 내다볼 수 있어
정재환: 외교부에서 여기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성명을 내긴 했는데, 일본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이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호사카: 일본이 그런 것을 만들지 않으면 전반적인 일제강점기의 진실을 밝히는 전시관 같은 걸 서울에 만드는 거죠. 그러나 그냥 전시해놓은 것이면 지금도 있습니다. 좀 더 특수화된, 세계 사람들이 올 때 설득시킬 수 있는 것들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일본도 계속 끊임없이 할 겁니다. 독도를 왜곡시킨 독도전시관도 역시 2020년에 개관했거든요. 도쿄 히비야에, 올림픽을 노려서요. 앞으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전시관도 이상한 거 만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재환: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 이걸 반드시 해야 우리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월 22일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문화유산 등재 취소를 검토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일본은 객관적 자료라는 억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한국 측의 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일본 측의 약속 이행 여부를 정식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특별 대담은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누리집(www.kocis.go.kr)과 코리아넷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GatewayToKorea)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