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0일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한겨레
정부가 6월 1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의 후속으로, 7월 10일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이하 7·10대책)을 내놓았다.
7·10대책은 다주택 보유와 주택 단기매매에 대한 과세를 크게 강화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10대책에 대해 “주택시장의 불로소득 차단, 청년층을 비롯한 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 복원’, 궁극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에 초점을 두고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어김없이 ‘세금 폭탄론’이 등장했다. 세부담이 늘어나 다주택자들의 퇴로가 차단돼 매물이 안 나오고, 늘어난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말 그러한지 <공감>이 따져봤다.
종부세 대상 전체 국민의 1% 그쳐
부동산 세제는 취득과 보유, 그리고 매각 때 실현되는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로 구성된다. 7·10대책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경우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전 과정의 세금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7·10대책으로 강화되는 부동산 세제의 압권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다.
주택 종부세는 해마다 6월 1일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해서 합계 9억 원이 넘는 자산 평가액에 대해 과세표준 구간별로 0.5~3.2%의 세율을 적용해 그해 12월까지 납부토록 하는 세금이다. 정부는 2019년 12·16대책에서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0.6~4.0%로 인상하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이번 대책에선 최고세율을 6.0%까지 올렸다. 특히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최하가 1.2%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장기 보유 1주택자는 세부담 증가가 크지 않다. 시가 40억 원(공시가격 34억 원) 주택을 10년 보유한 65세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7·10대책을 통해 강화된 세율을 적용하면 종부세액이 882만 원으로 기존 756만 원보다 126만 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여기에는 실거주 조건도 없기 때문에 단순히 ‘보유’만 해도 종부세 공제를 받을 수 있다.
7·10대책의 종부세 인상안은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 뒤 2021년 6월 1일 기준 납부분부터 시행된다. 국세청의 2019년 주택분 종부세 부과 고지 자료를 보면, 종부세 납부 의무자는 약 51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1%다. 이 가운데 다주택 보유자는 20만여 명으로 0.4%에 그친다.
양도세 중과 내년 6월 1일까지 유예 매도 유도
규제지역에서 집을 한 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매매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좁아진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2021년부터 인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 기본세율(6~40%)에 10~20%포인트의 세율을 더해 중과율이 매겨지는데, 정부는 이를 지금보다 10%포인트씩 더 올려 2주택은 20%포인트, 3주택 이상에는 30%포인트의 중과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년 미만 단기보유 주택에 대해서는 다주택 여부와 상관없이 크게 인상된 양도세 중과세율을 적용한다.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인 주택(입주권 포함)에 대한 양도세율은 현행 40%에서 70%로 오르고, 1년 이상 2년 미만은 현행 양도세 기본세율에서 60%로 일제히 인상한다.
이에 따라 주택을 처분하고 싶어도 이번에 함께 높아진 양도세 부담 때문에 퇴로가 막혔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21년 6월 1일 이후 양도 주택부터 강화된 양도세 중과 규정이 적용된다”며 “그 전에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을 매도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화된 규정이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닌 만큼, 유예기간 중에 팔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높이면서 양도세까지 중과하면 ‘거래 절벽’ 현상이 일어나고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종부세 인상 효과는 특정 지역의 고가 주택을 소유한 일부 계층에서만 나타나는데, 이들의 세부담 증가가 전체 전월세 시장의 불안으로 번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2020년 하반기 수도권의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11만여 세대로 예년보다 17%가량 늘어난다는 것도 전월세 시장의 안정 요인이다.
실수요자 보호 위한 입법은 더욱 강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때문에 다주택 보유자나 주택임대사업자가 세입자(임차인)에게 세부담을 마음대로 전가할 방법도 없다. 2년 거주 기간을 보장하지 않고 세입자의 계속 거주를 방해하거나 강제로 내보내면 과태료 부과나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은 세입자 보호 장치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임대차 3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시행하기로 했다.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명문화한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세입자는 4년 이상 임대차 기간을 보장받고, 집주인이 계약을 갱신할 때는 직전 임대료보다 5% 이상을 올릴 수 없게 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신규 계약뿐 아니라 기존 세입자의 갱신 계약에도 바로 적용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7·10대책을 통해 정부가 시장에 보여주려는 원칙과 의지는 확고하다. 주택 투기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낮춰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과 함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