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국민권익위원회
문재인정부는 부패방지 대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참여정부 이후 중단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복원해 2017년부터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 개최했다.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는 거대 부패부터 학사·채용 비리, 탈세 등 생활 속 반칙과 불공정까지 다양한 과제를 논의하고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특권과 반칙 없는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커져가고 있으며 사회 전반의 공정성 개선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는 높아지는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특권과 반칙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답했고, 절반이 넘는 국민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나 법 집행, 취업 등 분야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더 투명한 사회, 더 공정한 사회’ 실현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부패방지 대책과 함께 민생경제 분야의 공정성 향상 대책까지 심도 있게 논의하고자 한 것이다. 명칭을 변경하고 기능을 확대함으로써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민생경제 관련 부처를 참여시켜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반부패 정책을 이끌고 있는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유엔이 정한 세계 반부패의 날(12월 9일)을 맞아 12월 10일 인터뷰했다.
“반부패 종합계획에 국민 목소리 적극 반영”
-국민권익위원회는 ‘반칙과 특권 없는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청렴·공정 사회를 위한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요 과제와 성과는 무엇인지요?
=2017년 9월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출범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민권익위와 관계기관이 함께 ‘갑질’ 근절, 학사·유치원 비리 개선, 고소득자의 탈세 방지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부패방지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문재인정부의 부패방지 청사진인 5개년 반부패 종합계획에도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습니다. “채용 비리만큼은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공공기관 채용 실태를 전면 점검해 519건의 채용 비리를 적발하고, 채용 비리 피해자 3000여 명을 구제하는 등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특권과 반칙’을 해소하는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 건강, 공정한 경쟁질서 등을 해치는 각종 공익 침해행위를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공익 신고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했습니다. 2018년 10월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 대리신고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상담 대리신고에 드는 비용도 예산으로 지원하는 한편, 신고자에게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힌 자는 손해의 최대 3배를 물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 밖에도 행정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특정 기업과 공직자에게만 특혜를 제공해 국민 고충을 초래하는 ‘불공정 갑질 행정’도 적극적으로 개선했습니다. 나아가 국제 반부패 논의에 적극 참여해 정부의 반부패 의지와 노력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인정받아 2016년 세계 52위에 머무른 부패인식지수(CPI)가 2018년에는 45위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유럽반부패국가역량연구센터(ERCAS)가 최근 발표한 2019년 국가별 공공청렴지수(IPI, Index of Public Integrity) 평가 결과에서도 우리나라는 117개국 중 19위, 아시아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생활적폐대책협의회 운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특별히 채용 관련 실태조사 결과와 조치가 궁금합니다.
=2018년 11월 대통령 주재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민생 분야 생활적폐 개선 과제와 대책 방안을 보고했습니다. 후속 대책으로 범정부 차원의 생활적폐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생애주기별로 국민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주는 9개 중점 과제를 선정해 분기별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국민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련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9개 과제로는 ① 유치원 및 학사 비리(교육부) ② 채용 비리(권익위) ③ ‘불공정 갑질’(국무조정실) ④ 보조금 부정수급(기획재정부) ⑤ 지역 토착비리(법무부) ⑥ 탈세(국세청) ⑦ 불법개설 의료기관의 부정청구(보건복지부) ⑧ 재건축·재개발 비리(국토교통부) ⑨ 안전부패(행정안전부) 등이 있습니다.
채용 비리는 국민권익위가 추진하고 있는 과제로 2018년 9월 공정한 채용문화 정착을 위해 공공기관 채용비리근절추진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같은 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근절추진단’이 출범했습니다. 지금까지 2017년, 2018년 두 차례에 걸친 공공기관 채용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519건의 채용 비리를 적발했고 피해를 입은 3298명에게 재시험의 기회를 부여해 그중 268명이 채용되는 등 피해자 구제에도 만전을 기했습니다. 또 의료·체육·문화예술 등 전문직 분야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원인분석 및 개선방안 도출을 위한 특별점검을 9~10월에 실시했으며, 12월 9일부터 제3차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전수 조사해 2018년 정기 전수 조사 이후의 신규채용 정규직 전환의 적정성 등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청탁금지법 시행 3년을 맞아 9월 26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청탁금지법, 깨끗한 동행’을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법 생활 속 규범으로 자리 잡아”
-청탁금지법이 시행 3년을 넘으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생활 규범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권익위는 인식 변화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쳤고 성과가 무엇인지요?
=시행된 지 3년이 조금 지난 청탁금지법은 어느새 공직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의 생활 속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올해 8월 인식도 조사 결과 일반 국민의 88%, 언론인 79%, 공무원 97%가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도 업무 처리의 공정성이 향상되고 금품 향응, 편의 제공 등 민원인의 부패 경험률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청탁금지법은 과거의 부적절한 관행에 대한 공직자 등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제도 운영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또 청탁방지담당관 워크숍을 연간 9회 개최하는 동시에 각급 기관의 제도 운영 현황을 조사해 중점 추진사항과 유의사항을 각급 기관에 확산했으며 제도 운영이 미흡한 기관은 현지 점검을 통해 개선토록 했습니다.
-국민권익위는 불공정 갑질 등을 일으키는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도 적극 추진했습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되는 연간 400만 건 이상의 민원을 면밀히 분석해 법령과 제도에 숨어 있는 편법, 특혜 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는데요. 특별히 기억나는 민원과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부패의 해결과 함께 최근에는 갑질, 생활 속 반칙 등 국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공정을 해소해 사회 각 분야의 신뢰성과 청렴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모바일 상품권 제도를 개선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바일 상품권은 연 2조 원의 시장 규모에도 일반 상품권(5년)보다 유효기간이 상당히 짧게(30일, 3개월 등) 설정돼 있거나, 유효기간 경과 후 상품권의 잔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등 국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게 많았습니다. 이에 3년여간 관련 민원 1014건을 분석하고, 관련 경험과 개선 방안에 대한 국민 2만 6162명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8월 모바일 상품권 표준약관 개정 등 제도 개선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권고했습니다. 우리 사회 불공정에 대한 문제 인식이 국민에게 깊숙이 자리 잡고 있고, 특히 청년층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의 가장 큰 우군은 민원을 통해 들려주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인 만큼 앞으로도 이를 바탕으로 국민 삶 속에 있는 불공정과 특권을 개선해나가겠습니다.
“2020년 청렴선진국 되도록 노력”
-이해충돌은 사전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실제 이해충돌이 발생하기 전에 잠재적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예방한다는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방향입니다. 잠재적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공직자가 이해충돌 상황에 직면하면 공정한 직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고, 설사 그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해도 국민은 여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해충돌과 관련된 문제는 사후에 위법 사항을 적발해 처벌하는 것보다 사전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7월 이해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여덟 가지의 구체적인 행위 기준을 담아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면 이해충돌 상황에서 생기는 공직사회의 부패 문제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입법 예고안에 대한 법제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2019년 6월 취임 2주년을 맞았습니다. 앞으로 반부패와 관련해 권익위가 추진 예정인 사항은 무엇인지요?
=그간 국민권익위가 다양한 반부패 개혁을 추진하고 일정한 성과도 이뤘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이 ‘우리 사회의 제도나 문화가 충분히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10년의 시작점인 2020년을 맞아 기존의 반부패 개혁 정책과 함께 반부패 공정 정책이 국민의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는 새로운 노력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2020녀 1월 1일부터 새로 시행되는 ‘공공재정환수제도’를 잘 운영해 국민이 229조원에 달하는 보조금, 보상금, 출연금과 같은 각종 나랏돈을 이제는 ‘눈먼 돈이 아니라 눈뜬 돈’으로 여길 수있게 하겠습니다. 2020년 6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부패 포럼인 국제반부패회의(IACC)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청렴 공정 논의를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청렴선진국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