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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정책기획위원회
안종주 정책기획위 지속가능분과위원장 인터뷰
“정부가 바뀌면서 안전하고 쾌적한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이에 대해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재난에 대한 국민 불안을 없애며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안종주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은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 산불을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재난대응 사례로 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혼연일체가 된 13시간 조기 진화는 ‘재난학 교과서’에 실릴 만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화학물질관리법이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전과 환경을 희생하며 정책을 후퇴 또는 정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지속가능분과는 환경, 에너지, 안전, 미디어·문화관광 등 우리 삶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갈수록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 영역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정과제 평가와 함께 라돈 침대, 미세먼지 등 소관 분야의 주요 현안에 대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의견을 정리해 청와대에 건의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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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올해 8월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하고 있다.│정책기획위원회
“강원 산불 진화 ‘재난학 교과서’에 실릴 만한 대응”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관리 체계의 중요성이 대두했습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대통령부터 국무총리까지 안전에 대해 특별히 강조해왔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는 있었지만 다행히 대형 재난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노무현정부 때 강원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나 엄청난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까. 올해 4월에도 고성·양양에서 산불이 나 그런 일이 되풀이될 뻔했는데 민·관·군이 총력 대응해 13시간 만에 조기 진화했죠. 중앙정부는 물론 경기도와 서울시 등 지방정부도 소방 헬기와 소방차, 인력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혼연일체가 된 이번 강원 산불 조기 진화는 ‘재난학 교과서’에 실릴 만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게다가 양양과 간성(고성) 사이 국지적 강풍인 ‘양간지풍’이 첫날만 세게 불고 다음 날은 약해져 사람의 총력 대응을 하늘도 도운 셈이죠.
-문재인정부 초기 국내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을 때 정부 대응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살충제 달걀 파동도 잠시 혼란을 겪었지만 빠른 시일 안에 극복했고요. 최근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멧돼지는 말도 안 된다” “북한에서 넘어올 리 없다”고 했다가 약간의 혼란을 겪고 지금은 파주, 철원 등에서 멧돼지가 못 내려오게 막았잖아요. 앞으로 확산 안 된다는 걸 전제로 해서 큰 차원에서 상당히 성공한 것이라 봅니다. 그걸 막기 위해 일선 공무원이나 농민들이 참 힘들었지만 협조를 많이 한 것이죠. 이제는 재난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좀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돼지 살처분한 사람이나 제천·포항 피해자들이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고농도 예보, 사흘 전에 예측 가능”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큽니다. 정부가 올 초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으로 규정했죠?
=기존에 수도권만 대기오염물질 총량을 관리하던 걸 올해 들어 전국으로 확대했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도 시행했죠. 미세먼지가 고농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사흘 전에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하듯 자동차 운행이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미리 줄여놓으면,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오더라도 고농도를 넘어서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환경부가 지하철과 기차,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 차량의 실내 공기질 기준을 기존 미세먼지에서 초미세먼지로 바꾸는 ‘실내 공기질 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거든요. 인체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 대부분은 초미세먼지 때문에 생기니 건강관리 위주로 대응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런 정책들은 바로 미세먼지를 확 줄이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모여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에너지 전환 정책은 평가가 엇갈립니다.
=우리나라는 50년 동안 원자력 신화에 익숙해 있었잖아요. 큰 원전 사고도 없었고, 원전을 국산화했고, 전기를 값싸게 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일부 선진국은 이미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했어요. 지금 포르투갈만 해도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전기 생산의 100%를 담당하고, 독일은 전체 에너지의 33% 가까이 차지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 한 자리 수준인 발전생산량 기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30~35% 올리겠다고 했는데, 너무 적은 거죠. 2050년까지 독일은 100%, 중국만 해도 89%를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하겠다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이렇게 옛 패러다임과 새 패러다임이 부딪칠 때 문재인정부가 후자를 선택해 선언적 의미가 크고 방향을 트는 데 역할은 했지만, 평가가 엇갈리는 게 다소 아쉽습니다. 흔히 ‘원자력 마피아’라고 얘기하는데, 원자력뿐 아니라 석탄·석유로 수십 년 동안 이익을 창출한 대기업이 있잖아요. 엄청난 수익이 걸려 있는 문제다 보니 하루아침에 바꾸거나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쉽지는 않은 것이죠.
-앞으로 정부가 개혁 속도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오랫동안 했는데,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나무의 일생에 비유하면 씨에서 싹을 틔워 줄기를 뻗고 잎이 무성해지죠. 지금은 열매를 만들어 따야 할 때입니다. 기존에 하던 것들의 내실을 알차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지금 경제가 세계적으로 어려운데, 우리 사회는 수십 년 동안 다른 분야들이 경제에 종속돼왔잖아요. 대개 이런 상황이면 안전이나 환경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어요. 일본에서 수출규제 하니까 벌써 경제단체 같은 데서 화학물질관리법이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완화하자고 하잖아요. 혹시라도 동력이 떨어져 예산이나 인력을 덜 투입한다든지, 단속을 느슨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일부 대기업이 오랫동안 측정 업체와 짜고 자기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발암물질 등 유해 물질을 조작하고 숨겨온 것이 얼마 전 밝혀졌잖아요. 그런 것들을 완전히 뿌리 뽑아서 우리 문화나 제도를 혁신해야 하는데 경제가 어려운 시기라 약화될까 봐 걱정입니다.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유심히 살펴보니 교통사고는 상당히 줄어들었어요. 1년에 10% 이상씩 줄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재와 자살은 2018년에 오히려 더 늘었어요. 경제가 어려우면 빈곤이나 절망감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우리 자살률이 세계 1위가 된 거 아닙니까. 지금도 노인 자살 대부분이 빈곤 때문인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전을 희생하며 정책을 후퇴 또는 정지해선 안 됩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