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대한민국에서 대략 세 집 건너 한 집은 1인가구다. 더는 혼자 사는 게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 1인가구 관련한 신조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체에 등장한다. 1인가구는 ‘혼자서 살림하는 가구, 즉 1인이 독립적으로 취사·취침 등 생계를 유지하는 가구’를 말한다.
통계청의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인가구는 584만 9000가구로, 전체 일반 가구의 29.3%를 차지한다. 2인가구 27.3%(544만 6000가구), 3인가구 21.0%(420만 4000가구), 4인가구 17%(339만 6000가구), 5인 이상 가구 5.4%(108만 5000가구)를 크게 앞지르면서 이제는 1인가구가 표준이 됐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등 사회·인구 구조가 변했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1인가구는 국내 산업의 지형도를 바꿨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산업사회의 공식이 깨지고 소비시장 전반에 1인가구를 겨냥한 소형·소용량 제품이 쏟아진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여러 분야에서 1인가구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 직접 나서 “1인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주거·사회복지 정책 등 기존 4인가구 기준이었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닌가”라며 “1인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 패키지를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1인가구 585만 시대. 1인가구 시대 현황과 분야별 정책 정보, 1인가구의 목소리 등을 담아봤다.

▶한 1인가구가 서울의 한 원룸 세탁실을 정리하고 있다. | 한겨레
현황과 정부 대책
이지원(29) 씨는 1년 정도 경기도 양평 부모 집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다 2020년부터 직장과 가까운 곳에 독립해서 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자유다!’라는 설렘도 있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많다. 그는 “소득 규모 등에 맞춰 집을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안전에 대한 걱정 등도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중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주변에 1인가구가 많다는 데 놀랐다”고 했다. “집과 회사 거리가 멀어서, 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성인인 만큼 언젠가 독립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등 저 같은 청년층의 독립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이유가 어떻든 1인가구로 독립하는 것이 아주 일반적인 시대가 된 것 같아요. 꼭 청년층이 아니어도 세대별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세 집 건너 한 집꼴로 1인가구인 시대. 그의 말처럼 ‘나홀로족’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정부, 새해 1인가구 중심 종합 전략 준비
1인가구가 이른바 ‘대세’가 되면서 정부 역시 종합적이고 구체적으로 관련 정책을 살피는 상황이다. 1인가구에 대해선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여러 차례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1인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 패키지를 만들라.” 문 대통령은 2019년 12월 13일 2020년 주요 경제정책방향(이하 경제정책방향)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렇게 구체적인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1인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주거 정책, 사회복지 정책 등 기존 4인가구 기준이었던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1인가구에 대한 언급은 2020년 신년사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주택 공급의 확대도 차질 없이 병행해 신혼부부와 1인가구 등 서민 주거의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1인가구 지원책은 12월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도 담겼다. 1인가구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고, 독거노인을 비롯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2020년부터 가구원 수에 따라 적정한 공공임대주택 대표면적을 산정하고 입주 수요를 고려해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면적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 독거노인 등 취약한 1인가구를 위한 돌봄서비스도 강화한다. 기존의 노인돌봄 재정사업 6개를 통폐합하고 2020년부터 관련 서비스를 6종에서 21종으로, 대상을 35만 명에서 45만 명으로 늘린다. 1인가구와 한부모 가족 등 가족형태별 맞춤형 지원을 위한 가족센터 건립도 2019년 5곳에서 2020년 64개소로 대폭 확대한다.
2010년부터 소형 가구 중심 사회로 변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 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가구 유형은 부모와 2명의 자녀로 이뤄진 4인가구였다. 그러다 2010년 2인가구가 24.3%로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5년이 지난 2015년 1인가구는 27.2%로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등장했다.
2018년 기준, 1인가구 비율은 29.3%(584만 9000가구)다. 이는 2017년 28.6%(561만 9000가구)에서 0.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연령별로 보면 1인가구는 70세 이상 18.3%, 20대 17.4%, 30대 17.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1인가구 증가 현상을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비혼 증가, 사회 전반적인 만혼 현상, 노동시장에 늦게 진입하는 경제 환경의 변화, 중장년 이혼율 증가 등 여러 요인으로 해석한다.
1인가구 증가는 세계 여러 국가나 주요 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한국의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인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북유럽 국가들로 2017년 기준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의 1인가구 비중은 각각 47.5%, 43.5%, 41.7%에 달한다. 일본은 34.5%, 미국은 우리와 비슷한 27.9% 수준이다.
‘국민과의 대화’서도 1인가구 주택 질문 나와
사실 1인가구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이 최근 일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청년 1인가구를 위한 공약을 따로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국가가 혼자 사는 청년의 가족이 되겠다”며 “청년 1인가구 주거 부담을 국가가 줄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2019년 11월 19일 진행한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도 “기존 주택정책은 4인가구 중심이었지만 최근 1인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1인가구를 위한 맞춤형 주거정책을 펴나간다면 청년 주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마이크를 잡지 못한 한 패널도 1인가구를 위한 정부의 배려가 있냐는 질문을 남겼는데, 이에 청와대는 11월 12일 공개한 서면 답변에서 이 부분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는 “2020년부터 노후 고시원 거주자를 위한 전용대출 상품이 신설되고, 2021년부터는 부모와 떨어져 사는 주거급여 수급가구 내 청년 1인가구에는 주거급여가 별도로 지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1인가구 수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47년’에 따르면 1인가구 비중은 2047년 37.3%까지 증가해 832만 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 대통령의 ‘1인가구 정책 종합 패키지’ 주문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정부는 2020년 2분기에 1인가구 시대에 맞춘 종합대응 전략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