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부총리가 2020년 12월 2 9일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새해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은 불가피하게 국민 일상을 제약하고 경제를 위축시킨다. 철저한 방역은 경제의 위험 요인이고, 섣부른 경기 활성화는 방역체계를 위협한다. 그래서 방역과 경제의 균형 잡기는 2021년에도 모든 정부 정책의 기본 원칙이다. 정부는 2021년 우리 경제가 2020년의 역성장에서 벗어나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게 문제다. 특히 2020년 11월부터 본격화한 3차 확산세가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크다. 3차 확산세 지속과 이에 대한 정부의 방역 강화로 민생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와 고용의 위축은 눈앞의 현실이다.
경기 회복의 동력(모멘텀)을 유지하려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유례없는 확장 재정과 완화적 통화 정책이 연초부터 펼쳐진다.
우선 정부는 재정의 경기 버팀목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558조 원으로 편성된 2021년 재정 지출 예산 가운데 정부는 상반기 집행률 목표를 63%로 설정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조기 재정집행률이다. 지방정부 재정도 상반기에 60% 조기 집행이 이뤄지도록 관리하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까지 독려하기로 했다. 또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활용, 금융 공공기관을 통해 연내 495조 원에 이르는 정책 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 적극 지원
정부가 집중키로 한 첫 번째 재정 지원 대상은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1년 첫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 실행 계획’을 확정하고, 1월 11일부터 집행을 시작했다. 우선 방역단계 강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버팀목자금’ 4조 1000억 원을 마련했다.
연매출 4억 원 이하 소상공인 280만 명에게 현금 100만 원 지급을 기본으로 하되,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이 중단 또는 제한된 업종 소상공인에게는 임대료와 같은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각 200만 원, 10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버팀목자금이 신속하게 지급되도록 국세청 등 공공 행정 정보를 활용해 대상자를 선별하고, 특별피해 업종과 2020년 2차 재난지원금 때 수급자 약 250만 명은 별도 심사도 없이 온라인 신청만으로 바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저금리 대출 금융도 약 4조 원 규모로 집행한다. 집합금지 업종에는 소상공인지원공단의 정책자금을 활용해 연 1.9% 금리로 1000만 원까지 대출해주고, 집합제한 업종에는 연 2~4% 금리로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1000만 원까지 융자금을 제공한다. 또 임대료 인하액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50%에서 70%로 확대하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용·산재보험료와 전기·가스요금 납부를 유예해준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프리랜서 등 65만 명에게는 1인당 50만 원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1월 중 지급한다. 2020년 지원금을 받지 않은 특고·프리랜서라면 1월 22일부터 신청을 받아 2월 말 1인당 100만 원의 지원금을 줄 예정이다.
연간 가구소득이 5000만 원 이하면서 2020년 12월 또는 2021년 1월 소득이 전년 동월 대비 25% 이상 감소한 5만 명이 대상이다. 2020년 긴급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던 방문서비스와 돌봄서비스 종사자 9만 명에게도 생계지원금 50만 원이 2021년 처음으로 지급되며, 법인 택시기사 8만 명에게도 50만원씩 생활안정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2021년 1월부터 본격 실시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도 눈여겨볼 정책이다.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청년 미취업자와 장기 실업자, 경력 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 구직자에게 정부 예산으로 1인당 월 50만 원을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으로 지급하고 맞춤형 취업 지원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구직촉진수당을 받으려면 우선 만 15~69세면서 가구소득이 중위 소득의 50% 이하, 가구 재산의 합산액이 3억 원 이하여야 한다. 정부가 예상하는 2021년 지원 대상은 약 40만 명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안착하면 고용보험과 함께 중층적 고용안전망이 구축될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한다.
철저한 방역으로 민생과 경제 위기 대응
코로나19에 대한 유력한 대응 수단이 백신이라면, 민생과 경제 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백신은 철저한 방역이다. 감염병 진단·격리·치료 등 단계별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데 2021년 3월까지 4000억 원을 쓴다. 확진자의 포착·격리·치료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선별진료소 확충과 검사비 지원, 방역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인건비 지원 등에 약 2000억 원, 감염병 치료 병상을 제공하는 민간 의료기관의 손실보상에도 약 4000억 원의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접종 일정도 윤곽이 잡혔다. 정부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모더나와 화이자,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벡스 퍼실리티’ 등과 약 1조 원 규모의 구입 선급금 지급 계약을 마쳐 모두 5600만 명분의 백신을 2021년 3분기까지 순차적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긴급사용 허가 심사에 이미 들어갔다.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을 1월 8일 출범해 사전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식약처의 승인이 나오면 2월 말부터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시설에 거주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우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백신 확보와 접종을 위한 사전 준비에 범부처 간 회의체를 구성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2021년 가을이 되기 전에 국내 인구의 최소한 60~70%까지 접종해 집단면역을 완결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 발전 전략 ‘한국판 뉴딜’ 본격 추진
코로나19 이후 경제·사회의 대전환을 선도할 국가 발전 전략인 한국판 뉴딜은 2021년부터 사실상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 마련과 강한 돌파력이 핵심 관건이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 뉴딜이 확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내 산업과 국민 일상생활의 변화를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는 디지털 뉴딜이다. 정부는 2021년 디지털 뉴딜 추진에 2020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2조 7000억 원(국비 7조 6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경제의 고도화와 생태계 강화, 비대면 경제의 기반 확장, 사회기반시설(SOC)의 디지털화 등에 투자가 집중된다.
한글을 인공지능(AI)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훈민정음’을 비롯해 AI 학습용 데이터 150종을 추가 구축하고, 공공데이터 4만 4000개를 전면 개방한다. 농식품 유통, 스마트 치안, 소방안전 등을 적용 대상으로 한 거대자료(빅데이터) 플랫폼 6개를 추가 운영하고, ‘AI 국민비서’ 서비스를 9종에서 39종으로 연내 확대한다. 1월 중 ‘민관합동 데이터 컨터롤타워’를 설립하고 데이터기본법을 제정, 데이터의 생산·거래·활용을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도 정비한다. 초·중등 일반교실 29만 곳에 고성능 와이파이(Wi-Fi) 설비를 구축하고 8만 대의 태블릿PC를 보급하는 등 생활 밀착 분야의 비대면 기반을 확충하는 데도 7000억 원을 투자한다.
미래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도 본격화한다. 2027년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목표로 2021년 국도의 45%에 이르는 구간에 지능형교통체계(ITS)를 구축하고, 일반도로 총 연장 1만 1670㎞에 걸친 구간의 자율주행 정밀도로지도를 만든다. 전국 도심지의 3차원(3D) 지도는 2021년 말까지 100% 구축하는 게 목표다. 아울러 첨단 스마트 공동물류센터를 2곳 신설하고, 민간 스마트 물류센터를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20곳 구축하는 등 물류의 디지털화도 본격 추진한다.
탄소중립 추진 전략으로 그린 뉴딜 탄력
한국판 뉴딜의 다른 한 축인 그린 뉴딜에는 정부가 2020년 12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까지 반영돼 2021년 13조 2000억 원이 투입된다.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이미 다가왔다. 2021년은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파리협정’이 발동하는 원년이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Net Zero·넷 제로)’ 달성을 대내외에 선언했고, 중간 단계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절대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줄이겠다는 구상을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해 2020년 말 유엔에 제출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길은 하나뿐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배출된 온실가스는 최대한 흡수하거나 제거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5대 기본 방향을 마련했다.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와 수소 연료의 활용 확대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혁신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 ▲탈탄소 미래기술의 개발 및 상용화 촉진 ▲순환경제로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 촉진 ▲산림·갯벌·습지 등 자연 생태의 탄소 흡수 기능 강화다.
2021년 정부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투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간의 저탄소·친환경 가속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후 공공임대주택 8만 3000호 리모델링, 그린 스마트스쿨 761개 동 구축 등이 대표적 사업이다. 친환경 에너지를 확산하기 위해 수소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핵심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전국 138만 5000호에 스마트 전력망을 구축하는 등 에너지 관리 효율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도 꾸준히 추진한다. 친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녹색금융’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한다. 투자자들을 위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마련하고, 환경에 관한 투자 근거를 만들기 위해 환경성 표준평가체계를 2021년 상반기 중 마련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저탄소·친환경 구조로 빠른 전환은 기업에 위기적 환경이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데만 급급한 기업에는 위기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는 기회가 열린다. 산업 정책으로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을 발굴, 미래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21년 신년사에서 “디지털과 친환경을 접목해 주력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 한편, 신산업 육성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