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전주산업단지안 폐공장이 ‘팔복예술공장’으로 변신한 모습| 전주시
정부 정책 살펴보니
건물과 기반 시설이 오래되고 낡은 도시 공간은 두 가지의 길이 있다. 하나는 전면 철거한 뒤 다시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살기 좋게 다듬거나 복원하는 것이다. 전면 철거와 대규모 개발은 투자자와 토지·건물 소유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대신 서민의 주거권과 영세 상인의 영업권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개발 이익을 실현하려면 도시를 더 높고 더 빽빽하게 채우는 게 맞겠지만, 시민의 삶터와 일터의 안정을 위해서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다른 선택을 했다.
‘도시의 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면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도시재생특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2018년 3월에 발표했다. 로드맵에는 2022년까지 구체적인 사업 추진 내용과 일정이 담겨 있다. 도시재생은 문재인정부 이전에 수립된 개념이다. 2013년 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도시재생은 기존 재개발·재건축보다 취지와 목적이 더 복합적이다.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 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지역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기능의 도입 및 창출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혁신거점 조성하고 지원센터 구축
문재인정부는 여기에 ‘주민과 지역 주도의 도시공간 혁신’ ‘풀뿌리 도시재생 거버넌스 구축’ ‘원주민과 상가 내몰림 현상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의 전략적 방향과 과제를 덧붙여 기존 도시재생 사업을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개편했다. 그리고 2017년 12월 68개 시범 사업을 선정해 추진해오다 로드맵 수립 이후인 2018년 8월에는 99개 본사업을 확정하고, 2022년까지 50조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정했다.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의 정책 목표는 주거복지 실현과 도시 경쟁력 회복, 사회 통합, 일자리 창출이다. 또 ‘지역공동체가 주도하여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도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3대 추진 전략을 설정했다. 첫 번째 추진 전략인 ‘도시공간 혁신’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노후 저층 주거지를 정비하고 쇠퇴한 구도심을 지역의 새로운 혁신거점으로 재생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노후 주거지의 정비와 개선을 병행한 새로운 지역 혁신거점을 2022년까지 250곳 이상 조성할 계획이다. 두 번째 전략은 ‘도시재생 활성화’다. 새로운 유형의 도시재생 경제조직과 민간의 사업 모델을 발굴해 도시재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도시재생 생태계에 참여하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2022년까지 250개 이상 육성한다는 정략적 목표도 제시했다. 세 번째 전략은 ‘주민과 지역 주도’다. 이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공동체 회복과 사회 통합의 발판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주민이 주도해 사업을 이끌어나가면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형 도시재생을 추진할 수 있고, 둥지 내몰림 현상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자연스럽게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정부의 기대다. 다만 주민 역량 강화와 커뮤니티 활성화가 관건인 만큼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300개 이상의 도시재생지원센터를 구축하고 200개 이상의 도시재생대학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는 다양한 공적 지원이 뒤따른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까지 연평균 재정 투입 규모는 국비 8100억 원, 지방비 5400억 원, 17개 부처와 청 단위의 연계사업 지원비 7000억 원 등 약 2조 원이다. 또 주택도시기금에서 융자 재원과 직접사업비 등으로 연평균 1조 1000억 원씩 지원하고,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지역의 공적 임대주택 공급 재원으로도 연평균 3조 8000억 원의 기금 예산이 책정돼 있다. 또 연간 3조 원 이상의 공기업 투자를 유도해 도시재생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올해 국토교통부 소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예산은 6463억 원으로, 2018년보다 39.9%나 증액됐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원을 위한 각종 특례와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사업 지역에서는 국·공유 재산 사용, 조세 및 공적부담금 감면, 건축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지역 주민에게 사업 지정 제안과 사업계획에 대한 의견 제시 기회도 열어놓고 있다.
▶경상남도 통영시 도시재생 뉴딜 사업 추진 간담회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국토교통부
대부분 역사·문화 복원 등 생활밀착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구체적인 방식과 유형은 사업 추진 지역의 지자체와 주민이 결정한다. 정부는 도시재생 지원 구역을 선정할 때 몇 가지 원칙과 예시 유형을 제시할 뿐이다. 국토부가 예시로 제공한 유형을 보면, 지역 특색을 살린 소규모 생활밀착형 사업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역사·문화 복원, 차별화된 경관과 건축,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임대상가 건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 소형주택 에너지 성능 개선, 청년 창업공간 구축 등이다. 노후 주거지 재생사업으로는 ‘우리동네 살리기’가 대표적인 유형으로 제시됐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낡은 주거지와 쇠퇴하는 도심을 지역과 주민 주도로 활성화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혁신 사업이다.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단순히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라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사람은 보지 않고 건물과 돈만 생각하는 관점에서 벗어나는 게 도시재생 뉴딜의 출발이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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