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10월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개혁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의 핵심은 ‘공정을 위한 개혁’이다. 이에 따라 남은 2년 반 동안 문 대통령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이를 통해 ‘공정사회’를 실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임기 ‘공정’을 국정운영 좌표로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2일 시정연설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27번 언급했다. 2018년 시정연설에서 이 단어를 10번 거론한 것과 견줘 거의 세 배로 늘어난 셈이다. 예산안 설명을 위한 연설인데도 ‘경제’(29번)와 엇비슷한 비중으로 공정을 강조한 것으로, 남은 임기 동안 ‘공정’을 국정운영의 좌표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하게 들었다. 국민의 요구를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2년 반을 맞아 현재의 민심을 점검한 결과, 국민이 가장 열망하는 가치가 바로 ‘공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며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입시제도 등 교육 문제, 채용비리 문제,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을 하나씩 거론하며 공정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삶 속에서 불공정이 개선됐다고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불공정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전방위적 개혁을 예고한 가운데, 검찰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개혁의 시급성”이라며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검찰을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규정하고 ‘국민을 위한 검찰’이 될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국민을 위한 검찰’ 될 때까지 개혁 지속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찰과 공평한 인사 등 검찰이 더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며 검찰개혁을 한층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 국정농단 사건은 문재인정부가 스스로 ‘뿌리’라고 여기는 ‘촛불혁명’의 기폭제가 된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이 사건을 언급했다는 것은 검찰개혁 과제를 무엇보다 엄중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 지지와 협력을 넓혀가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 외교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대폭 늘려 평화와 개발의 선순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한다. 정부는 2020년도 ODA 예산을 올해보다 4000억 원 증액한 3조 5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남북협력기금도 1000억 원 가까이 늘린 1조 2176억 원 규모로 잡았다. 4대 강국과 신남방, 신북방 같은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증액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강한 안보’를 강조하면서 “국방비를 2020년도 예산에 50조 원 이상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비가 50조 원 넘게 편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2020년도 국방예산안을 올해 대비 7.4% 증가한 50조 1527억 원으로 편성해 제출했다. 방위력 개선비는 올해 대비 8.6% 늘린 16조 6915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방위력 개선비는 군의 전력증강 비용을 말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방위력 개선비 평균 증가율은 11%로 지난 정부 9년 동안 평균 증가율 5.3%의 2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전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방위력 개선비 비중은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33.3%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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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국방력 바탕 당당한 주권국가 확립
정부가 이런 규모로 국방예산을 편성한 배경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안보”라고 밝혔다.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 나라의 운명을 지키자는 뜻이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의 안보 중점은 대북 억지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 해도 열강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려면 강한 안보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서운 기세로 군사력을 확장하는 한반도 주변국의 기세에 눌리지 않을 국방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의 2020년도 방위예산안은 60조 원이 넘는다.
정부는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 대응에 6조 2149억 원, 한반도 감시정찰·지휘통제 기반전력 구축에 3459억 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 한국군 핵심군사 능력 보강을 위해 1조 9470억 원 등을 편성했다. 핵·WMD 대응 예산은 올해 대비 22.6%(1조 1000억 원) 증가했다. 문 대통령은 “차세대 국산 잠수함, 정찰위성 등 핵심 방어체계를 보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도 국방예산에 ‘장보고-Ⅲ’(3000톤급 잠수함) 건조에 3304억 원 증액한 6596억 원, 군 정찰위성에 266억 원 증액한 2345억 원을 편성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도에 병사 월급을 병장 기준으로 41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33% 인상해 국방의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병사 월급 인상은 문 대통령의 국방 분야 대선공약 사항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병사 월급을 2017년 기준 최저임금의 30%, 40%, 50% 수준으로 연차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병장 기준으로 병사 봉급은 올해 월 40만 6000원에서 2020년에는 54만 9000원(2017년 기준 최저임금의 40% 수준)으로, 2022년까지 월 67만 6000원(2017년 기준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오른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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