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 만든 징용 문제 관련 책자
일본 시민단체가 말하는 강제동원의 진실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싸워온 일본 시민단체 연합체인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10월 14일 <징용공 문제 Q&A-징용공 문제란 무엇인가요>라는 책자를 펴냈다. 일본에서 강제동원 문제를 조사해온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모임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등 여러 단체 회원들이 몇 개월에 걸쳐 만든 책자다.
공동행동은 책자를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선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일본 정부와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사죄한 적이 없다”며 “지금이야말로 식민지 지배가 불법임을 인정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존엄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책자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이 무슨 뜻인가요?
=전시 중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약 80만 명의 조선인을 ‘모집’ ‘관 알선’ ‘징용’ 등 다양한 형태로 강제동원한 뒤 탄광이나 군수공장 등에서 일하게 했습니다. 정부는 노무동원 계획을 세우고, 기업은 관헌의 힘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동원했습니다. 이것을 조선인 강제동원이라고 합니다. ‘징용공’이란 강제동원된 사람들입니다. <미쓰비시사>에도 “반도인 징용 1만 2913명”(1945년 8월 기준)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는 임금 체불, 강제 저금, 구속과 감시, 혹사와 학대 등이 횡행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일본의 강제동원을 강제노동조약 위반이라고 인정해, 일본 정부에 피해자 구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말하는데, 이는 강제동원 역사를 오도하려는 발언입니다.
-한국의 징용공 판결(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판결)은 무슨 뜻입니까?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은 강제동원을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 수행에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간주해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했습니다(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일 협정은 양국의 민사적·재정적인 채권 채무 관계를 해결한 것이며,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명했습니다.
개인의 청구권은 국가 간 약속으로 소멸 안 돼
-일본 정부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라고 하는데요?
=청구권 협정에는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경제협력’을 하는 대신 청구권을 포기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소멸한 것은 국제법상의 ‘외교 보호권’입니다. 개인의 청구권은 국가 간 약속으로 소멸시킬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도 “개인 청구권은 소멸한 것이 아니다”(1991년 8월 27일 참의원 예산 위원회, 야나이 순지 외무성 조약국장 답변),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2018년 11월 14일 중의원 외무위원회, 고노 다로 외무상 답변)라고 거듭 말하고 있습니다. 오와다 히사시 외무성 조약국서기관(1965년 당시)도 정책적으로는 소멸시키고 싶어도 이론적으로는 “소멸은 원래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미해결입니다.
-한국에 낸 5억 달러로 배상이 끝났는데, 또 돈을 내라고 말하는 것인가요?
=배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를 ‘합법’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에 넘겨준 5억 달러(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는 ‘경제협력’이지 ‘배상’이 아닙니다. 게다가 10년 동안 “일본의 생산물과 일본인의 역무(서비스)”가 제공된 것이며, 현금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사용처도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배상은 할 수 없었습니다. 한편 한국에 한 5억 달러 원조는 일본 기업이 다시 한국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일본에도 이익이 되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국가와 국가 사이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중요한 점은 식민지 지배 역사에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19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겼음을 인정하고 깊은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습니다. 1998년에는 한일 양국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했습니다. 다만, 지금도 일본은 식민지 지배가 불법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사죄한 적도 없습니다. 이제야말로 식민지 지배가 불법임을 인정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존엄 회복을 도모해야 합니다. 이 점을 빼고 ‘국가와 국가 사이 약속’만 말하면, 서로 간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신뢰도 만들 수 없습니다.
강제동원 피해구제 재단과 기금 설립이 급선무
-한일 관계가 꼬이고 있는데, 정말 해결이 가능한가요?
=기업은 글로벌 규범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일본제철의 ‘기업 행동 규범’에는 ‘법령·규칙을 준수하고 높은 윤리관을 지니고 행동한다. 각국·지역의 법률을 준수하고 각종 국제 규범, 문화, 관습 등을 존중해 사업을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유엔의 ‘글로벌 콤팩트(유엔이 세계의 대기업에 세계경제의 국제화에 동반되는 여러 가지 문제에 적극 대처할 것을 호소한 선언적 맹약)’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콤팩트에는 인권 보호 지지와 존중, 인권침해 비가담, 강제노동의 배제가 있습니다. 신일철주금(일본제철 당시 사명)은 1997년 가마이시제철소에 동원된 한국인 전 징용공 유족과 소송에서 원고와 화해했습니다. 2012년 6월 주주총회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어쨌든 법률은 지켜야 한다”(사쿠마 소이치로 당시 상무)라고 말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도 ‘조선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화해를 위해 2010년부터 2년 가까이 협의를 거듭했습니다.
글로벌 규범을 근거로 해 정치적 환경이나 조건이 갖춰지면, 기업은 판결을 받아들이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강제노동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은 가능한가요?
=중국인 강제연행의 경우에는 가지마건설(하나오카 화해), 니시마쓰건설, 미쓰비시머티리얼이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한 다음 기금을 설립해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으로 화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시 중에 강제노동을 저지른 독일은 2000년에 정부·기업의 공동 출자로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기금을 설립하고 약 170만 명의 피해자에게 보상했습니다. 이는 강제동원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목표로 했던 귀중한 경험입니다. 선례에서 배우면 포괄적인 해결은 가능합니다.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는 수천 명이라고 합니다. 이분들이 살아 계시는 동안 문제를 전체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정부와 시민사회가 지혜를 짜내고 피해자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가야 합니다. 강제동원 피해구제 재단이나 기금 설립이 급선무입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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