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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 전선에 어린 서광이 보인다. 경기 부진과 일부 주력산업의 구조조정 여파,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고용 여건은 밝을 수가 없다. 다만 청년에게는 취업 기회가 많아지고 일자리의 질은 높아지는 신호가 여러 지표에서 포착된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청년들의 구직 노력이 이전보다 활발하다는 방증이다.
청년 고용지표의 개선은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흐름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범부처 차원의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을 시행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활성화는 올해도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다. 재정 투입 규모가 더 늘어날 뿐 아니라 정책 대상과 집행 방식도 넓어지고 다양화한다. 산업별, 지역별 특성과 청년층의 수요에 맞도록 일자리 대책이 진화하고 있다.
청년 취업난은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이 오랫동안 쌓인 결과다. 그만큼 한시적 대책으로는 단기간에 해소하기 힘든 문제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고용 여건이 전반적으로 나아져도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17년까지 정부는 모두 21차례에 걸쳐 청년 일자리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청년 고용지표는 거의 제자리를 맴돌았다. 청년 취업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는 덮어둔 채 임시방편으로 대처한 때문이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에도 청년 취업난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청년 고용의 둔화는 경기보다 더 빨리 떨어졌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각 부처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해 2018년 3월 15일 종합대책이 나왔다. 산업과 교육 현장,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까지 고려한 종합대책을 관련 부처 합동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단기적으로는 중견·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적 개선을 통한 청년 고용률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2018 청년취업 두드림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두 마리 토끼 잡기’ 일단 긍정적
그중에서도 기업과 청년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사업은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중견·중소기업 2만 9566곳에서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활용해 기존 노동자를 줄이지 않고 12만 8251명의 청년을 정규직으로 추가 채용했다. 또 중소기업에 취업하거나 재직 중인 청년 가운데 내일채움공제에 10만 8486명이나 새로 가입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청년을 채용하는 중견·중소기업에 1인당 900만 원까지 3년 동안 지원하는 제도로, 올해는 지원 규모가 두 배가량 확대될 예정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견·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이 3년간 600만 원(매월 16만 5000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1800만 원, 기업이 600만 원씩을 공동 적립해 만기 때 3000만 원의 목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자산형성 지원제도다. 정부는 이렇게 하면 미취업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과 장기 재직을 유인하고, 대·중소기업의 임금소득 격차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지원 대상이 서로 다르다. 하나는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청년 취업자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중견·중소기업으로 청년 유입을 촉진해 전체 청년 고용률을 높이고 중소기업의 혁신역량과 경쟁력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 여력도 더 커질 수 있다. 두 사업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노동연구원이 최근 연구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강화된 정책 시행 기간이 짧아 정확한 효과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먼저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활용한 중견·중소기업의 채용 순증가 효과를 2018년 기준 약 7만 명으로 추산했다. 또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청년의 이직 확률이 미가입보다 63.6~85.3%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은 1~2년 안에 효과를 보기 힘든 경우가 더 많다. 청년창업 지원 확대, 사회적 경제 활성화, 직업훈련 강화, 미래 유망사업의 육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은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추진해야 가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도 정부가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예산, 금융, 세제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먼저 만 15세에서 29세까지 청년층 생산가능 인구 가운데 취업자의 비율을 뜻하는 고용률이 높아진 게 눈에 띈다. 청년 고용률은 정부 대책이 본격 시행된 2018년 6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 연간 평균으로는 전년보다 0.6%포인트 높아진 42.7%를 기록했다. 전체 고용률이 2017년 60.8%에서 2018년 60.7%로 소폭 떨어진 것과 대조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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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 참가율·고용률 동반상승 주목
청년층에서도 노동시장 진입이 가장 왕성한 연령대인 25~29세의 2018년 고용률(70.2%)은 1.5%포인트나 높아졌다. 통계청이 연령대별 고용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5~29세 청년층의 고용지표는 올해 들어서도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1월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만 9000명 증가에 그칠 정도로 부진했는데, 25~29세는 10만 5000명이 늘었다.
실업률은 전체 평균이 1년 전에 견줘 0.8%포인트나 치솟았지만 25~29세는 8.1%에서 7.9%로 오히려 떨어졌다. 고용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경우 실업률보다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이 나란히 오르는 흐름에 더 주목한다. 두 지표의 동반 상승은, 청년 일자리와 청년 구직자가 동시에 증가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는 지역이 주도하는 일자리 사업, 구인 기업과 구직 청년의 수요를 반영한 현장 맞춤형 정책 패키지를 적극 발굴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21일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확산 방안’을 내놓으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노사 간 양보와 타협, 시민사회의 참여 등을 통해 지역에 적합한 일자리 사업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월 말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합의한 ‘광주형 일자리’ 합작사업이 바로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이라며 “정부는 이런 상생형 지역 일자리에 적용 가능한 정책 수단들을 함께 묶어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업종별 특성에 맞춰 일정 수준 이상의 고용과 투자 계획을 제시하면, 정부는 재정·세제 지원과 복지·인프라 구축 방안까지 망라된 정책 조합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들 | 한겨레
OECD 평균보다 10%P 낮아 하위권
교육부를 중심으로 한 사회관계 부처는 청년 일자리의 수급 불일치(미스매칭) 문제 해소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월 25일 열린 올해 첫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노동시장에서 고졸 인력 113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직업계 고등학교의 체계를 실무 중심 교육으로 전면 개편하고, 고졸 취업희망자 지원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게 이번 방안의 뼈대다. 고졸 취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공공부문의 고졸 일자리 확대와 ‘선취업-후학습 기업 인증제’ 도입 등도 추진된다.
청년 고용지표가 조금 개선되고 있지만 청년들이 실제 취업난을 벗어났다고 하기엔 아직 미흡하다. 청년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약 10%포인트 낮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청년층의 초단기 불완전 취업자와 구직 단념자, 잠재적 구직자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고용 보조지표3)은 1월 기준 23.2%로 공식 실업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청년실업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고립과 단절의 늪에 빠지면 사회, 경제적 불행으로 전파된다. 출산 기피와 각종 사회적 비용의 증가, 경제적 비효율의 심화, 성장잠재력의 약화 등은 청년실업의 심화가 불러올 예고된 후폭풍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일자리의 양적 확대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와 현실 간 괴리를 좁혀야 한다.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일자리에 청년들이 몰리는 현상은 왜곡된 노동시장 탓이다. 일자리의 총량 증가와 함께 대·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학력, 지역, 업종 등에 따른 노동시장의 과도한 격차를 좁히는 데 정책 역량을 더 모아야 할 때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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