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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지?” 젊은이는 지체하지 않고 대답했다. “연봉이 많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입니다.” 질문했던 노인은 젊은이의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다시 묻는다. “갖고 싶은 직업 말고 꿈이 뭐냐고?” 젊은이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일단 취직하면 또 꿈이 생기겠죠, 뭐”라고 대답한다. 노인은 부드럽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릴 때 꿈이 뭐였지? 무언가 꿈이 있었을 거야.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차분히 생각해봐.” 젊은이는 심각해졌다. 한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젊은이는 용기를 낸 듯 입을 열었다. “저기요… 꿈이 밥 먹여주나요?” 노인은 그 말을 듣고 다정한 목소리로 젊은이에게 반문했다. “만약 자네가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과 못 이룬 꿈, 둘 중 어떤 것이 더 아쉬울까?” 젊은이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현실은 꿈을 갖기 어렵다. 극심한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젊은이들을 옥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늘어가고 있다. 심지어 인간관계, 희망마저 포기한 채 하루하루 강파른 현실에 끌려가듯 살아간다. 그들에게 꿈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일지 모른다.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금수저, 흙수저로 구분되는 현실에 불만이 쌓인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은 젊은이들을 더 위축시킨다.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2030년이면 인간의 고용이 인공지능(AI) 등 각종 첨단 기술에 밀려 현재의 50% 이하로 떨어지고, 20억 개의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현실을 보면 이런 예측이 설득력 있게 다가선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기능을 장착한 청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청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최근 아디다스는 해외 공장을 독일로 이전했다. 그동안 값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 공장을 전전하다가 이제 본사가 있는 독일로 옮긴 것이다. 아디다스 독일공장이 한 해 생산하는 운동화는 50만 켤레. 중국 등에서 이 수량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근로자는 600명 수준. 그런데 독일 공장의 근로자는 단지 10명. 제작 방식도 진화했다. 소재, 디자인, 색깔, 깔창, 신발 끈 등을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주문대로 만들어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로봇의 힘이다. 특히 3D 프린터의 위력이 이런 기적을 이뤄낸다. 컴퓨터와 로봇이 움직이는 스마트 공장에는 단지 기계를 관리하는 소수 인간만 필요하다. 기존의 공장에선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드는 데 6주가 걸렸지만, 스마트 공장에선 5시간이면 족하다.
융합과 연결 기술이 삶의 핵심으로
어디 이뿐인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보자.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상에 파고들면 버스와 택시, 트럭 운전사라는 직업은 사라진다. 물론 대리기사도 같은 운명이다. 자동차가 알아서 움직이니 운전면허도 필요 없다. 그러니 운전면허 학원도 사라진다. 주자창 관리업자도 필요 없다. 교통경찰도 거리에서 사라진다.
첨단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낸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는 전기·전자공학 전문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공지능 전문가, 통신공학 기술자, 컴퓨터 보안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자율주행 자동차 시스템 엔지니어, 3차원 맵(지도) 전문가 등 필요한 직업의 종사자가 새로 생겨난다. 또 마치 현재의 승마 강사처럼 자동차 레이싱 센터의 강사나 로봇의 윤리적 판단을 돕는 로봇 윤리학자가 생길 것이다. 터널 안에서 걷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을 때 아이를 그대로 치고 달릴지, 차를 터널 벽으로 몰아 차에 타고 있는 이가 다치게 할지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몇 차례 산업혁명을 거쳐 엄청난 삶의 변화를 경험했다. 18세기엔 증기로 기계를 돌리는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기계화 혁명이었다. 19~20세기엔 전기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20세기 후반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정보혁명인 3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4차 산업혁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해 모바일 인터넷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다. 학자들은 2020년까지 인터넷 기술을 사용하는 사물은 무려 260억 개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바야흐로 각 사물에서 수집한 빅데이터가 축적되고, 그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이 산업의 주역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융합과 연결의 기술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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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후츠파 정신’으로 세계 석권
그래서 필요하다. 폭풍처럼 몰려오는 변화를 감지하고 준비해야 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준비하면서 미래의 변화를 알아채고, 기존의 것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 그것이 청년이 이 땅의 미래가 되는 조건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또 미래를 예측해서 의미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준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 미래의 변화를 냉정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럼 관찰하는 것만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경기도의 한 대안학교는 중학교 3학년생들을 일정 기간 여행을 보낸다. 수학여행인데 독특하다. 목적지까지 갔다 오는 데 한푼의 돈도 없이 다녀오라고 한다. 그야말로 ‘무전여행’이다. 학생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 간신히 포항까지 간 한 학생이 버스 터미널에 서서 지나다니는 이들에게 구걸을 시작했다. 그 학생은 두꺼운 종이에 “한푼만 줍쇼. 무전여행 중입니다”라고 굵은 글씨로 써서 목에 걸고 서 있었다. 지나가는 이들은 호기심과 동정에 가득 찬 눈길로 그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 학생은 그런 눈길을 ‘뻔뻔함’으로 버텼다. 그리고 자신의 구걸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 부모에게 전송했다. 부모는 기가 막혔으나 용기를 주는 말로 대답했다.
젊은이들에게 그런 뻔뻔함이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자신으로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민의 독특한 정신문화의 하나인 ‘후츠파 정신’은 그 뻔뻔함을 기초로 하고 있다.
후츠파는 용기, 도전, 뻔뻔함, 당돌함을 뜻하는 히브리어이다. 이스라엘은 첨단기업의 요람이다. 나스닥에서 미국 기업을 제외한 전 세계 상장 기업의 40%가 이스라엘 기업이다. 세계 벤처 투자금의 35%가 이스라엘 기업에 몰린다. 세계 정보통신(IT)의 중심 국가로 세계 100대 하이테크 기업의 75%가 이스라엘에 연구소나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스며들 일상의 변화
흩어져 살아야 했던 이스라엘 민족은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어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느 곳에 있든지 잘 어울리고 섞였다. 의문이 생기거나 이해가 안 되면 주저하지 않고 질문하고, 불확실한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이런 후츠파 정신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 됐다. 실패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어야 도전적인 기업가들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세이고, 건강수명은 72세 정도이다. 평균 28세에 취직해 평균 근로자 퇴직 연령인 53세까지 근무한다면 퇴직해서 20년가량을 버텨야 한다. 이 20년간 자존감을 유지하면서 생존하려면 창업을 하든지, 아니면 없는 직업을 만드는 창직(創職)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의 일상이다. A씨는 아침에 일어나 3D 프린터로 홍콩식 만두와 해물죽을 만들어 식사를 했다. 문을 여니 거래처에서 보낸 시제품이 드론으로 배달돼 있다. 무인 자동차를 타고 회사로 출근했다.
단지 이 짧은 장면에 몇 가지 현재의 직업이 사라졌다. 물건 배달업과 요리사, 택시 운전업이다. 하지만 무인 자동차와 3D 프린터, 그리고 드론을 만드는 직업과 그 기술을 활용하는 다양한 일자리가 탄생한다.
미래학자 제임스 캔턴은 “2025년의 직업 가운데 70%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예측이 정확하다면 불과 6년 뒤에 벌어질 현실이다.
미래학자들은 로봇의 본격적인 등장이 미래 직업을 크게 변화시킨다고 본다. 그래서 로봇 혁명을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고 부른다. 이미 다양한 형태로 로봇이 일상생활에 파고들었다. 인간보다 우수한 능력을 지닌 로봇의 등장은 인간으로부터 많은 직장을 빼앗아갈 것이라는 걱정을 주고 있다. 정교하고 정확하고 지치지 않는 로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이 설치된 현장에는 로봇 설치 전문가, 로봇 운영 전문가, 로봇 소모품 공급자, 로봇 컨설턴트가 등장한다. 또 로봇은 기계이기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과 접목된 새로운 직업도 만들어지고, 로봇 운영 윤리학자, 로봇 보안 전문가 등 현재는 없는 직업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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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다루는 사람이 주역
빅데이터를 이용한 직업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현대인은 인터넷상에 많은 ‘흔적’을 남긴다. 인터넷으로 친구와 소통하고, 쇼핑하고, 기사 검색을 하고, 맛집을 찾아보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긴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이미 다른 이들이 올린 동영상을 찾아서 본다. 이 모든 것이 흔적이고, 데이터이다. 그래서 빅데이터는 ‘정보화 사회의 원유’ , ‘빅데이터를 다루는 자가 미래산업의 주역이 된다’는 말이 생겼다.
빅데이터 전문가는 데이터라는 원석을 가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빅데이터를 다루는 전문가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데이터 과학자)라고 부른다. 구글과 야후, 아마존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빅데이터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 금융기관에서도 빅데이터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가 영입에 몰두하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는 통계학, 컴퓨터과학 등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프로그래밍 실력도 필요하다.
공간 빅데이터 전문가는 도로나 건물, 행정구역 등의 기본적인 공간 정보에 위치 정보를 결합한다. 이제는 필수품인 자동차 내비게이션 길 찾기 서비스에 정보를 제공한다. 마케팅 스토리텔러는 영화나 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언어 체계로 알리는 전문가이고, 데이터 시각화 디자이너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수단을 통해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3D 프린팅은 ‘21세기 요술램프’
‘21세기 요술 램프’로 불리는 3D 프린팅은 소형 기계 부품에서 인공장기, 자동차나 무인 비행기, 건물에 이르기까지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도면과 재료만 있으면 제품을 만드는 시간과 비용이 비약적으로 줄어든다. 지금의 대량생산에서 맞춤형 대량생산으로 산업 시스템이 바뀐다. 3D 프린팅은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근로 환경을 개선할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가 3D 프린터로 만든 제품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3D 프린팅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이 출현할 것이다. 3D 프린터 제작자와 3D 프린터 생산 공정 분석가, 3D 프린팅 소재 코디네이터, 3D 프린팅 컨설턴트 등이 새롭게 태어나는 직업이다.
이 밖에 사물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사물인터넷 서비스 기획자와 사물인터넷 데이터 전문가, 사물인터넷 보안 전문가 등도 각광받을 직업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첨단 분야의 전문가 확보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AI) 인재 1000명 채용이라는 목표를 올해 초 제시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은 “아직 세계적으로 AI 인력이 많지 않은데 이 분야의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며 “1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확보해야 앞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AI 분야 기술 발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길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