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장 | 이동영
“젊은 사람들이 치매 환자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교육을 받는 것이 굉장히 좋은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해 그 비용 등을 낮춘 만큼 많은 사람이 용기를 내 조기 검진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1월 23일 서울 종로구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치매 환자 가족, 대학생 등과 함께 ‘치매 파트너’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은 김 여사는 센터에서 진행 중인 어르신 컴퓨터 교육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제가 65세가 돼서 치매 인지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 (결과를) 걱정했는데 막상 와서 해보니 걱정할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스스로 준비해 경각심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고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우리나라 어르신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김 여사가 참여한 치매 파트너 교육은 전국 단위로 시행되고 있는 치매 인식 개선 사업이다. 치매 파트너의 경우 전문가가 일반인을 교육하는 데 반해 서울시가 2014년 시작한 ‘천만 시민 기억 프로젝트’는 일반 시민 중에서 리더를 양성하고, 양성된 리더가 또 다른 시민을 교육해 기억 친구를 길러내는 구조다. 치매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구체적인 대응 방법 등을 시민에게 알리는 기억 친구는 12만여 명에 이른다.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5시간 심화 교육을 받으면 기억 친구 리더가 된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는 리더가 또 다른 기억 친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 등을 제공한다.
이처럼 사회 전반적인 치매 인식 개선, 치매 서비스 관리망 등 치매와 관련된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2006년 개소한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산하에 25개 자치구마다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돼 있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의 중심에는 2007년부터 12년간 센터장을 맡아온 이동영 서울대 교수가 있다. 서울대병원에 국내 최초의 치매클리닉이 개설되는 데 기여한 이 교수를 8월 9일 만나 인터뷰했다.
▶8월 6일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회의실에서 치매관리사업 종사자 취업 규칙 회의가 진행됐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정보 구축하는 일도 10여 년 동안 해”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의 활동과 성과는 어떤지요?
=센터가 하는 일은 5대 사업으로 구성되는데 ‘예방 및 인식 개선 사업’과 ‘조기 검진 사업’ 등이 있습니다. 치매에 대해 치료가 안 된다는 암담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병원에 오지 않습니다. 치료비나 진단에 대한 비용 부담도 있잖아요. 병원을 안 찾으니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입니다. 영상 검사 등 비싼 검사는 본인이 부담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검사들은 무료로 치매 안심센터에서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만약 발견이 되면 그분들을 도와드려야 하잖아요? 치료를 받게 연계해요. 또 고위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앞서 말씀드린 예방적 노력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이를테면 신체 인지 활동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치매 환자의 경우 약을 먹고 인지 재활 등을 받으면 늦출 수 있거든요. 또 실종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걸 관리할 수 있도록 여러 조치들이 있습니다.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치매 환자의 가족들이에요. 가족 교육, 지지 프로그램이 중요하죠.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지역사회 자원강화 사업입니다. 서울에 25개의 치매 안심센터가 있는데 많은 노인분들을 다 관리할 수는 없잖아요. 지역에 있는 다양한 단체를 적절히 연계해 치매 서비스 관리망을 만듭니다. 치매망을 잘 확립하면 비용적으로, 효과적으로 좋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죠. 마지막으로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합니다. 환자 개개인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정책을 발전시킬 수 있게 정보시스템 구축하는 일을 10여 년 동안 해왔습니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는 젊은 치매 환자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도 진행 중이다.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초로기 치매’(젊은 치매)는 점차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7월 집계한 수치를 보면, 노인 기준인 65세보다 젊은 치매 환자가 2009년 1만 7772명에서 2018년 6만 3231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가 72만 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환자 10명 가운데 약 1명이 젊은 치매인 셈이다. 이에 따라 65세 미만 준고령자와 그 가족의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련 서비스가 필요해졌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는 젊은 치매에 관심이 있는 시민과 관련 업무 종사자, 환자와 가족을 위한 초로기 치매 가이드북을 제작해 지역사회 인식 개선 및 정보 제공을 지원했다. 2018년 서울 강동구, 도봉구, 성북구, 중랑구 치매안심센터는 특화사업으로 초로기 치매 지원 서비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맞춤형 1:1 초로기 치매 예방 교육, 방문형 치매 가족 교육 등을 이어갔다. 초로기 치매는 노인성 치매와는 달리 유전적 영향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노년기 치매는 대부분 기억력이 나빠지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데, 초로기 치매는 성격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감정과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나빠지면서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뿐 아니라 참을성이 없어지거나 성급히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8월 7일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교육실에서 치매관리사업 홍보 회의가 열렸다. |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구분해야”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이 많은 가운데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개선 방향은 어떤가요?
=가장 이상적인 치료는 완치잖아요. 그다음 좋은 치료는 일찍 발견해서 더 이상 진행시키지 않는 것이죠. 세 번째는 병을 지연시키는 것인데 치매에 있어 세 번째는 어느 정도 가능해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약을 쓰지 않고 그냥 지켜본다고 가정해보죠. 처음에 증상이 가벼웠는데 8년 뒤를 추정하면 요양병원에 입소하게 될 확률이 90% 이상이에요. 그런데 약을 쓰면 그럴 확률이 20%밖에 안 돼요. 완전히 진행이 멈추는 건 아니지만 가족들과 문제가 덜한 상태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죠.
-정확한 의미에서 치매는 무엇인가요?
=치매는 특정 한 가지 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구분을 해야 합니다. 배가 오래 아프고 속쓰림을 겪고 있다고 예를 들어봅시다. 배 안을 들여다보면 위염, 위암, 위궤양 등 다양한 원인 질환이 있을 수 있잖아요? 이처럼 치매라는 것은 기억력을 비롯해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에요. 그런 상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 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흔하며 치료가 어렵고 심각한 병이 알츠하이머병입니다. 뇌에 퇴행성 변화가 생겨서 뇌세포가 죽어가는 병이지요.
-알츠하이머는 불량 단백질이라고 할 수 있는 베타아밀로이드와 관련이 있는데, 베타아밀로이드 관리를 사전에 할 수 있는지요?
=치매 중 70%가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생깁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입니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면 뇌세포가 기능을 잃고 죽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든 치매가 베타아밀로이드와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도 치매 현상처럼 보일 수 있죠. 베타아밀로이드가 왜 생기는지 다 알려져 있진 않아요. 유전적 영향도 있죠. 생활 습관을 바꾸는 방법으로 예방을 할 수는 있습니다. 위험 요인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직접 쌓이게 하진 않지만,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인들 가운데 밝혀진 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소위 뇌혈관을 손상시키는 병변입니다. 그런 것들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성이 올라갑니다. 그 외에 운동과 즐거운 삶을 유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방법입니다.
“혈액검사 상용화되면 증상 전 발견”
이 교수는 혈액검사로 치매 진행 정도를 예측하는 연구개발도 진행했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로 알려졌지만 이 물질이 머릿속에 쌓여 있다고 해서 무조건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의학계에서는 대신 타우라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에는 발생 원인 중 하나인 타우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하지만 타우 단백질 축적 여부를 검사하는 데는 고가의 양전자 단층촬영(PET) 장비를 사용해야 하기에 저렴하고 정확한 진단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대 묵인희 교수는 이 교수와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타우 단백질의 혈중 농도를 분석한 결과, 혈액에서 타우 단백질 농도가 높을수록 뇌에 타우 단백질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1월 21일 국제학술지 <브레인>에 실렸다.
-혈액을 통한 치매 조기 발견 연구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저희가 (연구 중인) 혈액검사가 상용화된다면, 알츠하이머병이 치매로 드러나기 전에 발견을 하게 되는 것이죠. 현재는 치매 증상이 보인 다음에 (병원에) 오셔서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조기 진단 의미는 치매이긴 한데 중증은 아니고 경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이런 기술은 증상이 안 보이는데 간단한 검사로 찾을 수 있으니 훨씬 더 좋을 거 아니에요? 알츠하이머병으로 갈 사람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오래전부터 머리에 쌓이기 시작해요. 아직은 베타아밀로이드를 완벽히 없애는 약이 없지만 개발 중이죠. 그런 약이 나오면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50세가 넘으면 피검사를 하고, 이 검사를 통해 약을 빨리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교수는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에서 사회적 차원에서 치매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치매 조기 발견 연구 등 의학적인 해결 방안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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