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위원장│정책기획위원회
고유환 정책기획위 평화번영분과위원장 인터뷰
“문재인정부는 ‘오직 평화’란 말로 함축할 수 있는 평화 우선의 한반도 정책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노력을 병행 추진해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미 대화를 촉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고유환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위원장(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은 “2017년 전쟁 위기의 정세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비핵화 문제를 연계해 이 프로세스의 큰 그림과 방향이 정해진 데까지 문재인정부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일본 등 주변국과 복잡한 외교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가 과거와 다른 한국이기 때문에 겪는 성장통”이라며 “후반기에는 봉합할 부분은 봉합하고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동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통일, 외교, 안보 분야의 국정과제와 정책을 다루는 분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문재인정부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정책,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을 구현하고 실현하는 정책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강한 안보와 책임국방 부분을 담당하는 ‘안보·국방 소분과’,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를 담당하는 ‘남북관계·통일 소분과’, 국제협력을 주도하고 당당한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통상 소분과’ 등 3개 소분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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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합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일”
-평화번영 분야에서 그동안 가장 큰 성과는 무엇입니까?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라고 봐야겠죠.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 전 남북관계는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실험과 그에 대한 미국의 대북 최대 압박 정책에 따른 긴장,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얘기할 정도로 전쟁 가능성이 상당히 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평화 우선의 한반도 정책을 일관되게 펼치면서 정세를 관리했으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면을 전환해 4·27 판문점 선언을 채택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복원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연계해서 해결하는 방향을 잡았고, 그 합의가 6·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을 통해 재확인됐다는 것입니다. 핵 문제를 남북 의제로 다루지 않았던 과거 남북합의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와 비핵화 문제를 교환하는 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움직일 수 있도록 초기 역할을 문재인정부가 했다는 측면에서 가장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겠죠.
-지금은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 같습니다.
=2018년 정세와 올해 정세가 또 달라졌잖아요. 남·북·미 각각의 국내 구조와 각자도생의 국제정치가 작용하면서 북한도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의 정세 변화가 생겼습니다. 만약 연말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신년사에 새로운 길이나 과거로 돌아가는 길을 선언하면 정세가 굉장히 악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말까지 남은 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모멘텀(전환 국면)을 유지하고 살려서 북한이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관계자들이 조금 지쳐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이 그동안 성과를 성과로 유지할 수 있느냐, 아니면 사라지느냐 하는 마지막 고비라 생각하고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것 같아요.
-이 고비에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남북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때로는 남북, 북미, 이런 양자 게임도 있고, 다자가 적절할 때 개입하고 동력을 살린 다음 빠질 땐 빠지면서 끌고 가는 프로세스입니다. 지금은 공이 미국 쪽에 넘어가 있죠.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따라 북미 간 실무회담이 재개되고 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입니다. 지금은 평화를 향한 긴 여정의 출발이고, 첫 이행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고요. 미국과 북한이 평행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데드라인이 정해진 연말까지 한국이 얼마나 역할을 하느냐가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갈림길이라 볼 수 있겠죠.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신남방정책으로 외교적 지평 넓혀”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어떤가요?
=현시점에서는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후에 잘 풀리면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잘 풀리지 않아 북한이 다시 새로운 길을 간다든가 과거처럼 긴장이 고조되면 지금까지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는 기로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남·북·미 3국 정상들이 내놓은 톱다운 방식의 해법이고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걸린 문제여서 쉽게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겁니다. 연말까지 시한이 있는데요. 이 고비를 잘 넘겨서 북미 간 실무회담이 재개되고 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어쨌든 2017년 전쟁 위기의 정세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비핵화 문제를 연계해 이 프로세스의 큰 그림과 방향이 정해진 데까지는 한국이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외교 분야는 신북방정책보다 신남방정책의 성과가 두드러집니다.
=이 부분도 북한과 관련이 있어요. 북방은 철도·도로 연결이라든가 가스관 등 에너지 사업이라든가 러시아와 관계된 부분이 많은데, 남북관계가 잘 풀리지 않으니 남·북·러 연결 사업도 전반적으로 잘 안 됐죠. 2019년 9월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5차 동방경제포럼에 참가했는데, 예정됐던 남·북·러 회의가 무산돼버렸어요. 중국, 러시아 등 북방의 큰 나라들은 지금 남북과 뭔가를 해 크게 진척 보기는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있는 거 같아요. 남북이 연결되지 않으면 관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에 돌파구를 남방에서 찾았고,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하는 외교적 노력이 신남방 관련 사업일 겁니다.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들을 다 순방하고 인도와 관계도 상당히 진척되고 있죠. 큰 틀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외교적 지평을 넓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9월 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5차 동방경제포럼에 참가한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이 포럼을 지켜보고 있다.│정책기획위원회
“과거와 다른 한국이기에 겪는 성장통”
-일본 등 주변국과 외교 방정식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와 다른 한국이기 때문에 겪는 성장통이라고 봅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또는 선진국 문턱에 있는 국가로 국력이 커지면서 개발도상국 시절 설정됐던 주변국 관계가 새로운 관계로 재정립되는 과정에서 일종의 갈등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 고통을 드러내면서 겪는 방법과 외교적으로 예방주사를 맞으면서 넘어가는 방법이 있잖아요. 지금은 서로 고통을 겪으면서 넘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된 부분이 꽤 있습니다. 한일 관계도 일본이 먼저 수출규제란 카드로 우릴 찔렀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우리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로 맞대응해놓고는 양쪽이 어려운 처지인데 누가 먼저 뺄 수가 없는 거죠. 일본이 먼저 우리를 우방으로 신뢰하지 않겠다고 하니 우리로서도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을 잃게 된 것이지요. 상처를 같이 수습해야 하는데, 그동안 고통과 피를 흘려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슬기롭게 이 성장통을 덜 느끼고 우리 역할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평화번영 분야의 핵심 과제는 무엇입니까?
=이제까지는 커진 국력과 능력에 맞는 국내외적인 재조정기였다면 앞으로는 결실을 거둬야 합니다. 초기에는 바로 성과가 안 나도 기다려보자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그에 대한 답을 줘야죠. 이제 봉합할 부분은 봉합하고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동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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