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왼쪽부터) 충남소방본부 119광역기동단 구급팀 김지은 소방장, 서인원 소방위, 김상식 구급팀장(소방령), 김영엽 소방경│ 충남소방본부
2019년 7월 30일 ‘적극행정 운영규정’과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 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적극행정’은 공무원들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여러 사회문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는 움직임으로이른바 ‘철밥통’ ‘책임 회피’ ‘탁상행정’ 등으로 불리던 그간의 소극적인 업무 행태를 끊어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국민의 삶과 기업 현장에서 제기되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더욱 창의적·능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 그 행위 자체를 적극행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 적극행정 우수사례를 만나본다.
충남소방본부 119광역기동단김영엽 소방경
2019년 4월 3일 밤 9시 18분. 충청남도 예산군 예산읍 예산리에서 충청남도소방본부(이하 충남소방본부) 119상황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임산부 김 아무개 씨가 분만 예정일 5일을 앞두고 양수가 터졌다는 내용이었다. 당일 오후 5시경부터 복통이 시작됐고, 통증 간격은 3분 정도로 짧아지고 있었다. 충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서는 임산부 등록시스템에서 주소와 환자 상태 등을 확인해 최단거리 구급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구급대원들이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환자 상태를 확인 후 이송하던 중 임산부는 9시 50분경 구급차 안에서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구급대원들은 산부인과 의사와 통화하며 의료 지도를 받고, 멸균 분만세트를 활용해 응급분만을 시행했다. 산모와 신생아는 건강한 상태로 천안의 한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이는 충남소방본부가 2018년 12월 1일부터 시작한 ‘분만의료 취약지역 임산부 119구급서비스’(이하 서비스) 덕에 이루어진 일이다. 이 서비스는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 병원이 없는 충남의 농·어촌 지역 임산부가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행 중이다.
산부인과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 임산부 정보를 개인 동의 아래 임신정보 긴급구조시스템에 등록하면 119긴급구조시스템에도 등록되게 해뒀다. 임산부가 119신고를 할 경우 임산부와 관련한 정보가 자동으로 나오고, 임산부에 맞춤한 응급처치 및 병원 이송 등이 가능하다. 모든 구급차에는 응급분만에 대비해 응급분만세트가 있다.
“저출생 문제 적극 대응 방법 찾다 보니…”
이 서비스는 적극행정 우수사례 중 하나다. 충남소방본부 119광역기동단 구급팀 김영엽 소방경은 “충남의 3대 문제로 양극화·고령화·저출생이 꼽히는데 2018년도 11월 실국 회의 등에서 저출생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언급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충남소방본부 윤순중 본부장께서 처음 아이디어를 주셨고, 팀에서 구체화해 실행하게 됐어요. 충남이 도농 복합 지역이라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는 곳에 사는 분들이 꽤 많아요. 그런 상황에서 이 지역 저출생이 문제 되니까 저희가 운영하는 구급차를 이용해 임산부들이 더욱 쉽게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돕고, 응급처치 등 서비스도 제공하자는 쪽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죠. 저희 입장에서 저출생 극복에 힘을 보탤 방안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찾은 방법입니다.”
서비스 시행 초기 어려움도 있었다. 임산부 119구급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홍보 부족 등으로 신청자 수가 적었다. 남성 구급대원에 대해 임산부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였다. 구급대원 대상으로 임산부 관련 전문교육도 필요해 보였다. 충남 지역에는 다문화 임산부가 많은 편인데 이들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서비스를 시행하며 이런 문제도 하나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16개 시·군 보건소와 협업해 보건소 진료 방문 임산부들에게 이 서비스의 취지를 알리기 시작했다. 임산부 대상 출동 시 주 처치자로 활동할 여성 1급 응급구조사 및 간호사도 배치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초청해 응급분만 교육 실시
올해 상반기에는 2회에 걸쳐 산부인과 전문의를 초빙해 총 120명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응급분만 등 교육도 실시했다. 하반기에도 2차 전문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외국인 및 다문화 임산부를 위한 119종합상황실 동시통역(10개국어 14명) 시스템도 구축했다. 김 소방경은 “6월 30일 기준 3498명이던 신청자 수가 9월 기준 약 4011명으로 늘었는데 그 수는 지금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 “내년엔 충남 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가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좋은 반응을 얻은 것과 관련해 김 소방경은 “본부장이나 단장, 팀장 등 윗선의 격려와 일선 구급대원들의 적극적인 협력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업무를 하며 그 일과 관련한 여러 일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이를 조직 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곧 적극행정으로 이어질 만한 가능성 있는 시도가 나오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적극행정을 하고 싶은 분위기를 내부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행정 업무를 하다 그게 의도와 달리 실수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무조건 문책하기보단 그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를 격려하면서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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