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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뢰도시가 될 것이다.”
규제자유특구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부산시에 드러낸 기대감이다. 규제자유특구위원회는 7월 23일 부산을 비롯한 7개 지방자치단체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7개 규제자유특구 가운데 이제껏 정부 규제 강도가 가장 높았던 분야인 블록체인으로 특구에 선정된 부산의 행보가 눈에 띈다. 부산은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다. 가상화폐 투기 바람이 불면서 2017년 9월 신규 가상화폐 발행 및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등 이제껏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가 사실상 불법이 되면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도 어느 정도 제한됐다. 그러나 부산에서 블록체인 특구가 안정적으로 운영돼 좋은 성과가 나타나면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부산시 남구 문현금융단지 조감도│ 부산시청
개인정보보호법 등 11건 규제 풀려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규제자유특구로 결정된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산이 블록체인 산업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산업이 부산에서 성공하면 제조업 중심인 부산 경제가 고도화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블록체인의 핵심 허브 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산업 유발 효과 895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629억 원, 고용 유발 효과 681명, 기업 유치 창업은 250개사로 예상했다.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하고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인 블록체인은 중앙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용을 보내준다. 모든 참여자들이 거래마다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이 원활하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데이터가 영구히 보존되는 블록체인의 특성과 개인정보는 모두 파기해야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상충됐다. 부산의 규제자유특구에서는 관련 규제가 풀린다. 개인정보를 오프체인(별도 서버) 저장 후 파기하는 방식을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파기로 인정한 것이다. 위치정보법상 위치기반서비스 사업자가 보유한 개인위치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30일 내에 정보 주체에게 통보해야 하는 의무를 90일로 완화한 점도 눈에 띈다. 이처럼 부산에서 관련 규제 11건이 풀리면서 블록체인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부산 특구에 가상화폐는 허용하지 않고, 블록체인으로 발행하는 부산 지역화폐에 대해서만 조건부 승인했다.
8월 5일 부산시청에서 만난 유재수 경제부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상화폐 논란으로 기업들의 ‘블록체인 망명’이 일어났다.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로 떠났다. 이번 특구 선정으로 한국의 혁신적인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을 육성하려는 정부 의지를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0년부터 3년간 미국 워싱턴 D.C.에 자리한 세계은행에서 선임 금융시장전문가를 지낸 유 부시장은 당시 자금세탁과 관련된 연구를 통해 블록체인에 일찍 눈을 떴다. 부산의 블록체인 특구 진행을 진두지휘하는 이도 유 부시장이다.
▶8월 5일 부산시청에서 만난 유재수 경제부시장
핀테크 허브 육성 탄력 기대
부산의 블록체인 사업은 물류, 관광, 공공안전, 금융 총 4개 분야에서 진행된다. 원산지 위변조를 방지하고 유통기간을 단축하는 미래형 체계 구축(물류), 관광객의 거래정보 공유를 통한 소비 패턴 분석과 상품 개발(관광), 디지털 바우처 발행·유통(금융), 시민 제보 영상 등을 통해 경찰, 소방 등의 실시간 상황 판단을 돕는 데이터 플랫폼 구축(공공안전)이다. 부산의 블록체인은 생활 밀착형이 대다수다.
“하루는 아내와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아내가 ‘한약재로 쌍화탕 같은 걸 만들어줄까? 농산물이 중국산인지 여부도 검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그게 바로 블록체인 세상이야’라고 말했죠. 진정한 신뢰 사회는 효율적이고, 상당히 많은 산업이 뒷받침돼요. 블록체인으로 들어가면 생산물 이력 관리가 되죠. 코끼리 상아 같은 ‘글로벌 희귀 자원’도 이력 관리를 통해 팔 수 없게 만들면 보호가 되잖아요. 이런 기술이 신뢰 사회를 형성하는 거죠.”(유 부시장)
특히 이번 특구 지정으로 부산의 핀테크 허브 육성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모바일, SNS, 빅데이터 등 새로운 IT 기술을 활용해 기존 금융 기법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기반 금융서비스가 핀테크다. 익숙한 사례로는 모바일뱅킹과 앱카드 등이 있다. 금융 신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혁신 사업을 진행 중인 부산시는 문현동에 자리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관련 스타트업 기업을 유치하고 맞춤형 성장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뉴욕, 싱가포르처럼 과거 전통적인 금융 중심지는 글로벌 자산 업무 기능을 담당했죠. 하지만 최근에 새롭게 떠오르는 베를린 같은 도시는 핀테크 기업들이 모여서 금융 중심지를 이뤘어요. 부산은 아직 세계적 기업이 올 정도로 경제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금융)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핀테크 기업들의 관심 분야, 또 일부 성공하고 있는 분야를 보면 굉장히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송금 등 블록체인 기반이 많거든요. 상당히 많은 서울의 핀테크 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이 외에 티몬(티켓몬스터), 예스24 같은 인터넷 기업들도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부산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유 부시장)
부산시는 앞으로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사업을 추가 발굴하고자 심의·조정 기구인 특구 운영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부산시 디지털 바우처 발행 및 관리·운영에 관한 조례도 제정한다. 잠재적 위험요소에 대한 중간점검 추진, 특례범위 외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벌칙 및 과태료 추징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시는 매일 바쁘게 돌아간다. 전국에서 블록체인 전문가를 확보해 위원회도 꾸릴 계획이다.
▶부산 초량동 산복도로에 자리한 관광지 ‘유치환의 우체통’│부산시청
부산-코인데스크 주관 박람회도
블록체인 특구 선정으로 부산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의미 있는 행사도 열린다. 부산시와 코인데스크가 주관하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박람회(DAXPO)’가 9월 2~3일 부산 하얏트호텔과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개최된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 5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2027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는 블록체인으로 기록, 관리될 것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절반이 넘는 인원이 이렇게 예측했다. 그해 세계경제포럼은 떠오르는 10대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선정했다. 현재 단계에서 블록체인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7년 이내 10배 이상 성장하리라는 것이 세계적 전망이다.
“가상 세계와 실물경제를 연관시키면 새로운 도약이 일어날 겁니다. 이제 국경도 의미 없어지고 실물과 가상의 경제는 같아지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가상의 세계’라고 말하지만 저는 ‘또 하나의 세계’라고 생각해요.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고 대한민국의 혁신을 이루려 합니다. 블록체인 특구를 꼭 성공시켜야 하는 이유죠.”(유 부시장)
박유리 기자
전국 7곳 규제자유특구 출범 신기술 신사업 58건 규제특례
혁신적인 기술을 시험하고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자유특구가 전국 7개 지역에서 처음으로 출범한다. 승인된 특구는 디지털 헬스케어(강원), 스마트 웰니스(대구), e모빌리티(전남), 스마트 안전(충북),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경북), 블록체인(부산), 자율주행(세종) 등 7개 지역이다. 울산의 수소그린모빌리티 특구계획은 실증 가능한 시제품이 개발되고 사업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차기 선정 때 다시 심사하기로 했다. 전국 지자체가 신청한 34개 특구계획 중 8개를 우선 신청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 7개를 최종 승인한 것이다.
규제자유특구는 신기술에 기반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핵심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로 4월에 발효된 개정 지역특구법으로 첫 도입됐다. 이들 지역은 2년간 제약 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2년 후에 결과를 평가해 특구 연장이나 확대·해제 등을 검토하게 된다. 규제자유특구는 정부가 지난 상반기 시행한 규제 샌드박스 4법(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금융혁신법, 지역특구법) 중 마지막으로 출범했다.
7개 특구에서 허용된 규제특례는 총 58건으로 특성별로는 ▲핵심 규제지만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개인정보·의료 분야 ▲규제 공백으로 사업을 하지 못한 자율주행차·친환경차 분야 ▲규모는 작지만 시장 선점 효과가 큰 에너지 분야 등이다. 지자체 추산에 따르면 이들 특구에서 향후 4~5년간 매출 7000억 원, 고용 유발 3500명, 400개 기업 유치 효과가 기대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방에서 신산업 관련 덩어리 규제를 풀고, 재정을 지원해 지역 경제를 육성하는 규제자유특구가 첫 단추를 끼웠다”며 “혁신기업이 활발하게 창업하고 자유롭게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제2의 벤처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특구 성과 창출을 위해 특구 내 지역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에 연구개발(R&D) 자금과 시제품 고도화, 특허와 판로,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 유치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도 추진한다. 지자체들이 신청한 예산은 총 1300억여 원으로 향후 국회 심의를 거쳐 예산 규모가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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