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서울 인사동 ‘런닝맨 체험관’ 입구에서 카자흐스탄 관광객들이 런닝맨 캐릭터와 같은 자세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7월 30일 서울 인사동 ‘런닝맨 체험관’은 방학을 맞아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도시 곳곳에 마련된 미션을 해결하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처럼 실내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체험형 어트랙션(놀이 기구)이다. 30~40분씩 기다려야 입장할 정도로 길게 늘어선 줄에는 외국인도 여럿 보였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온 여성 10명은 이런 공간이 낯선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가이드가 체험관의 규칙을 통역했지만 다들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제한시간 60분 동안 가능한 한 많은 포인트를 수집해야 한다. 입장할 때 받은 팔찌를 체험관 곳곳에 숨겨진 키오스크에 대면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12가지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 10대 후반으로 K–팝(K–pop)을 좋아해 한국을 찾았다는 이들은 “런닝맨이 카자흐스탄 방송에는 방영되지 않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입장이 시작되자 한국의 아이들을 따라 체험관 이곳저곳을 신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양발을 빠르게 움직여야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달려라 달려’, 한 바퀴 도는 불빛에 맞춰 뛰어넘어야 하는 ‘디지털 줄넘기’ 등 단순한 미션에 도 즐거워했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공을 구멍에 넣어야 하는 ‘볼 던지기’는 다른 일행이 성공시켜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우렁찬 목소리를 내야 하는 ‘소리 질러’는 한 가족이 일제히 소리를 질러도 미션 달성이 쉽지 않았지만 우스테미로바 나제르케(15) 양은 혼자서 미션에 성공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우스테미로바 나제르케 양이 여러 개의 밴드 줄이 얽힌 미로를 탈출하고 있다.
한국 대표 이미지 한식·K–팝·한국문화 순
제한시간 1시간 동안 획득한 포인트 개수에 해당하는 등급의 런닝맨 배지를 기념으로 받은 이들은 체험관 입구에서 런닝맨 캐릭터와 같은 자세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코네르카조라 아루잔(18) 양은 “카자흐스탄에는 이런 공간이 드물다. 마치 런닝맨 멤버가 된 기분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좋아하는 K–팝 스타를 묻자 일제히 BTS(방탄소년단)를 외쳤다. 이어 엑소나 트와이스도 좋아한다고 했다. 일행 가운데 최연장자인 고려인 김 마가리타(66) 씨는 지갑에서 슈퍼주니어 규현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노래 참 잘해요”라고 말했다.
7월 29일 입국한 이들은 6박 7일 동안 △서울글로벌문화체험센터에서 K–팝 댄스 배우기 △케이블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방청 △BTS 단골 식당에서 비빔밥 먹어보기 등을 즐겼다. K–팝 가수의 꿈을 갖고 있는 아쉬엔 굴자트(16) 양은 한 기획사 공개 오디션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번 한류 관광상품은 서울시가 관광 잠재시장인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 6개국 10개 여행사와 함께 개발한 관광상품 가운데 하나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비트코르스카야 안나(19) 양은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은 K–팝 등 한류를 인터넷에서 접하면서 한국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다. 이번 여행에서 한국의 도시 문화부터 K–팝의 실제 현장까지 경험하면서 한국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접하는 분야는 한류, 기초예술 등 현대 문화(36.2%)였다. 한국의 대표 이미지도 한식(40%), K–팝(22.8%), 한국문화(19.1%), K–뷰티(14.2%) 순으로 조사돼 한류가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8년도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한국을 포함한 16개 나라 8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했다.
▶K–팝을 좋아해 한국을 찾은 카자흐스탄 소녀들이 포인트를 얻기 위해 양발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2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2300만 명으로
한국의 전반적 이미지에 대해서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인은 매우 긍정적(3.8%), 다소 긍정적(50.6%) 등 긍정적인 답변이 54.4%였다. 반면 외국인은 매우 긍정적(34.6%), 다소 긍정적(45.7%) 등 80.3%가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국인들은 한국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한류, 기초예술 등 현대문화(35.3%), 경제 수준(17.5%), 문화유산(12.3%), 한국 제품 및 브랜드(12%), 북핵 문제(5.7%)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2년까지 지역 관광을 육성하고 관광 콘텐츠와 관광산업을 혁신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2300만 명으로 확대하는 ‘대한민국 관광혁신 전략’을 4월 2일 밝혔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BTS와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촉발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관광산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한류와 비무장지대(DMZ) 관련 콘텐츠를 보강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상시 공연이 가능한 중대형 K–팝 공연장을 만들고, K–팝을 주제로 한 체험–숙박–교통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K–팝을 고리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e스포츠 관광과 관련해서는 상설 경기장을 내년 3곳을 포함해 2022년까지 5곳을 만들고, 경기장 주변 시설은 복합문화 콘텐츠 시설로 조성한다. 외국 구단에 국내 전지훈련 공간을 제공하고 e스포츠 페스티벌·투어 등의 상품도 개발할 방침이다.
DMZ 관광의 밑그림도 제시했다. 국민이 DMZ 걷기를 체험하도록 민통선 지역 일부와 철거 감시초소(GP)를 잇는 ‘평화의 길’을 서부·중부·동부 등 3개 코스로 운영한다. 판문점 출입 절차도 완화해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 도보 다리 등을 관광 코스로 만들고, 각종 문화예술·국제 행사도 자주 개최할 예정이다. 전쟁의 비극을 알리고 평화와 통일을 강조하는 ‘평화관광 해설사’를 양성하고, ‘기억의 박물관’ 조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을 방문하려는 해외 관광 수요도 적극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복수비자 발급 대상을 중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현재 4개 도시에서 샤먼, 톈진 등 9개 도시를 추가해 올해 상반기 13개 도시로 확대한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3개국의 단체 관광객은 온라인 비자 신청·발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인도 단체 여행객에게도 단체 비자를 발급한다.
▶아쉬엔 굴자트(왼쪽) 양이 다른 일행이 ‘볼 던지기’에 성공하자 자기 일 처럼 기뻐하고 있다.
관광 창업 초기기업 1000개 육성
상반기엔 동남아에 비자 신청센터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신남방정책과 연계해 아세안(ASEAN·동남아 국가연합)과 인도를 대상으로 특별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세안 국가에 단기비자 수수료를 면제한다. 이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 수를 2018년 기준 1535만 명에서 2022년까지 2300만 명으로 늘리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관광산업 혁신안도 마련됐다. 정부는 초기기업 발굴, 사업체 융자 지원 위주였던 현재의 관광산업 정책을 예비창업–초기창업–성장–선도기업 등 성장단계별 지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해 2022년까지 관광 창업 초기기업(스타트업) 1000개를 발굴,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관광벤처사업 공모를 통해 융·복합 관광기업 창업을 지원하고, 사업화 자금 지원액도 현재 기업당 225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으로 늘린다. 금융자금 지원도 제조업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관광기업육성펀드’를 최대 2000억 원 규모로 늘리며, 관광사업체가 관광기금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신용보증제도’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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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보건·물류·콘텐츠 지원 70조 원 늘려
한류 붐을 타고 콘텐츠 수출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7월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8 콘텐츠산업 통계조사’를 보면, 2017년 기준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88억 1444만 달러로 전년보다 46.7%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산업 수출액 증가율(15.8%)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콘텐츠 수출액은 2013년 49억 2310만 달러, 2014년 52억 7352만 달러, 2015년 56억 6137만 달러, 2016년 60억 806만 달러로 2017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15.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부문별 수출 현황을 보면 게임(80.7%), 출판(17.9%), 음악(15.8%)이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반면 방송(-11.9%), 광고(-15.1%), 영화(-7.2%)는 감소했다. 수출액은 게임이 59억 2300만 달러(해외 매출액 포함)로 가장 컸으며 캐릭터(6억 6385만 달러), 지식 정보(6억 1606만 달러), 음악(5억 1258만 달러) 순이었다. 그 결과 콘텐츠산업 무역수지는 76억 1009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콘텐츠, 관광, 게임 등 서비스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크고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조업의 두 배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와 고용 비중은 주요 선진국보다 10∼20%포인트 낮다. 한국의 서비스산업 부가가치 비중은 2018년 59.1%에 그쳤지만 미국은 79.5%, 일본 69.5%, 독일 68.1%, 영국 79.2% 등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망 서비스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는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을 6월 26일 발표했다. 정책금융기관들은 2023년까지 관광·보건의료·물류·콘텐츠 등 4대 유망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을 70조 원 늘리고,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서비스 연구개발(R&D)에 6조 원을 투자한다.
2023년까지 양질의 일자리를 50만 개 이상 추가로 창출해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을 2018년 59.1%에서 64%로 5%포인트 확대하는 등 정체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