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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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 유관순 이야기>
“그럼 누가 합니까?” 일제의 잔인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옥중 만세를 외치며 항거하던 유관순(고아성)은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관순 열사를 알고 있지만 그가 1년간 감옥에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 아는 이는 드물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3·1 만세운동 이후 유관순과 함께 세 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에 투옥됐던 25명 여성들의 1년여간의 이야기다. 사계절을 옷 한 벌로 버텨내고, 누워서 잠도 못 자는 좁은 공간에서 발이 부을까 봐 원을 그리며 걷고 또 걸으면서도 한마음 한뜻으로 아리랑을 불렀던 이들의 용기는 100년 후를 사는 우리에게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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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판수(유해진). 그런데 면접 보러 간 조선어학회의 대표가 하필 가방 주인 정환(윤계상)이다. 전과자에다 까막눈이지만 판수를 반기는 회원들에 밀려 정환은 읽고 쓰기를 떼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이고….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뜬다.
일제가 조선말을 못 쓰게 하던 시절, 조선어학회는 <한글> 잡지에 ‘전국의 말을 모아주십시오’라는 광고를 낸다. 영화 <말모이> 제목은 조선어학회의 ‘말모이 작전’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네 소중한 말을 지키고자 일제에 맞선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가 몰랐던 독립운동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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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일제강점기, 일제 경찰은 독립운동 세력의 내부에 끊임없이 밀정을 심었다. 항일과 친일 사이, 경계선에 선 인물들은 누가 적이고 동지인지 몰라 서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영화 <밀정>은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로 친일을 선택한 인물 이정출(송강호)과 항일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공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암투를 그린다.
영화는 의열단의 ‘김상옥 의사의 종로경찰서 폭파 사건’(1923년 1월 12일)을 모티프로 삼았다. 사건의 주동자이자 일본 경찰의 검거 대상 제1호였던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이 선길(권수현)을 통해 이정출에게 전한 말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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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일본에 노출되지 않은 세 명을 암살 작전에 지목한다.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은 이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영화 <암살>은 친일파를 암살하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이 경성으로 넘어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자현(1872~1933) 지사를 모델로 한 안옥윤의 대사가 인상 깊다. “둘을 죽인다고 독립이 되냐고? 모르지. 그치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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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1923년 간토(관동) 대지진으로 민심이 폭발 직전에 이르자, 일제는 폭동을 막고 천황 중심의 권력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6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무자비하게 학살당한다. 일본은 이를 무마하려 항일운동단체 ‘불령사’에 소속된 박열(이제훈)을 황태자 암살 사건을 주도한 대역죄인으로 체포한다. 영화는 박열이 형무소에 갇히고 세기의 재판이 벌어지기까지 과정을 촘촘히 그린다.
박열의 시에 반해 대뜸 ‘동거’를 제안하는 멋진 신여성이며, 일제의 폭압에도 자기 생각을 당당히 읊었던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존재감도 빛을 발한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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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열전>
100년 전 3·1운동을 기획, 전달, 실행한 인물 중에는 저명한 독립운동가도 있지만 무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만세열전>은 역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3·1운동의 숨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저 해야 할 일’이었기에 독립선언서의 배달을 맡은 열아홉 살 소년부터 아비를 따라 깃발을 들고 만세를 부르며 행진한 열 살 아이들, 학생과 교사, 농민과 노동자 등 100년 전 촛불을 밝혔던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지은이는 당시 신문 자료와 역사 사료, 경찰 심문조서, 예심 심문조서, 공판시말서 등을 샅샅이 훑으면서 고증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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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일제강점기 역사를 다룬 만화 <35년> 시리즈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으로 잘 알려진 박시백 화백의 또 다른 역작이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 병합된 1910년 8월부터 우리 민중의 끈질긴 항일투쟁과 일제의 태평양전쟁 패전으로 해방이 찾아온 1945년 8월까지 꼬박 35년간의 근대사를 촘촘하게 보여준다. 5년 단위로 전체 일곱 권을 낼 계획인데, 1910~1925년 시기를 담은 첫 세 권이 먼저 나왔다. 책은 당시 열강들 사이에 벌어진 패권전쟁의 배경과 영향까지 설명해 세계사와 지정학적 맥락에서 일제강점기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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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마주한 3·1운동>
1700만 명.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초봄까지 이어진 촛불시민혁명에 참여한 연 인원수다. 압도적 숫자도 그렇지만 성별과 세대, 계급과 계층을 뛰어넘어 다양한 이들이 촛불을 들었다는 점 또한 놀랍다. 100년 전, 3·1운동 때도 수백만 사람들이 ‘더불어’ 독립만세를 외쳤다. 누구나 조직하고 누구나 참여하는 ‘자발성’. 바로 3·1운동과 촛불시민혁명의 공통점이다. <오늘과 마주한 3·1운동>은 ‘1919년 봄 만세시위에 참여한 평범한 누군가와 2010년대 후반의 ‘오늘의 나’가 어떻게 이어져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3·1운동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한다. ‘공간, 사람, 문화, 세계, 사상, 기억’이라는 여섯 가지 열쇳말을 주요 화두로 삼아 3·1운동을 새로이 바라보고 3·1운동의 현재적 의미와 의의를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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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
100년 전, 독립운동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함께했던 시민혁명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유관순을 비롯한 몇몇 여성 말고는 여성 독립운동가에 관해 거의 모르고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는 역사의 그림자에 갇혀 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한다. 독립운동은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음을 알리는 책이다. 독립운동의 활동 범위와 역할에 따라 7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해 총 40개 꼭지에 간결하게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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