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신산업에 미래차는 핵심 분야 중 하나다. 그중 자율주행차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을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시점을 2020년에서 2025년 사이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0년 전체 자동차 시장의 2%인 2000억 달러를 차지하고 점점 높아져 2035년까지 1조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사람이 핸들을 잡는 대신 자동차가 알아서 움직이는 시대가 정말 코앞에 다가왔다.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 카메라로 얻은 정보를 분석해 주행차로 곡률, 장애물 정보 등을 계산해 입력된 제어값에 맞춰 조향장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자율주행차 제작사들이 차선이탈경보 시스템, 차선유지지원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바로 카메라 모듈이다. 카메라는 사람의 눈을 대신한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와 관련 센서 기술이 가장 핵심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SA)’은 자율주행 센서 시장이 2016년 74억 달러(약 8조 2300억 원)에서 2021년 208억 달러(약 23조 6000억 원)로 연평균 23%씩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카메라 센서 시장은 같은 기간 27억 달러(약 3조 원)에서 2021년 79억 5000만 달러(약 9조 4000억 원)로 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 자율주행 센서 시장에서 카메라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 1 경기 동두천시에 있는 세코닉스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C영상미디어
2, 3 세코닉스가 생산하고 있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 4 빔프로젝드용 카메라 모듈 ⓒ세코닉스
세코닉스는 자율주행차의 꽃인 카메라 모듈을 개발하는 중견기업이다. 1988년 창업 당시 CD용 픽업렌즈로 시작했다가 1996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렌즈를 개발해 휴대폰 카메라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기술이 축적되면서 차량용 카메라 모듈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2005년 캐딜락코리아(지엠코리아)에 차량용 카메라를 납품하고 이후 현대모비스에도 납품을 시작하면서 회사가 급격히 성장했다. 연평균 20%씩 급격한 성장가도를 달리다 보니 일손도 많이 필요했다.
회사가 성장가도를 달리던 2010년부터 세코닉스는 매해 약 100~200명을 채용했다. 2013년 생산공장을 증설하면서 그해에만 신입사원이 300명 정도 늘었다. 생산직 직원만 늘어난 것도 아니다. 전체 파트에 고루고루 채용인원이 늘어났지만 기술개발을 담당할 전문 인력도 180명 정도 늘었다. 세코닉스가 보유한 4개 광학기술연구소에서 일하는 전문 인력들은 앞으로 우리나라 광학시장을 선도할 인재들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업계 최초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세코닉스는 전도유망한 중견기업이지만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취업시장에 나온 청년들 대부분이 대기업에서 일하기를 선호하기도 하고 본사가 경기 동두천시에 있다 보니 출퇴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를 이끌어갈 청년이 부족하다 보니 세코닉스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청년 채용을 유도하기 위해 사내 복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집이 멀어 출퇴근이 힘든 직원에게는 무료로 기숙사를 제공한다. 기존에 여직원들 위주로 사용됐던 육아휴직을 남직원들도 쓸 수 있도록 확대 적용했다. 사회인 야구, 사회인 축구 등 사내 동호회 활동을 장려하고 활동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세코닉스의 자회사 ‘세코닉스 비나’는 8월부터 인사 캠페인을 진행해 전 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을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 주효했다. 업계 최초로 주 최대 52시간 근무를 적용해 기존 2조 2교대에서 3조 2교대 근무로 전환했다. 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장려하는 연차 사용 캠페인도 꾸준히 하고 있다. 덕분에 직원들의 업무만족도도 높다. 세코닉스는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6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18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됐다. 일자리 으뜸기업은 일자리를 늘리거나 일자리 질을 선도적으로 개선하는 기업의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코자 만든 상이다.

▶ 일자리 으뜸기업은 일자리 질을 선도하고 일자리 창출에 힘쓰는 기업에 부여하는 상이다. 세코닉스는 올해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됐다. ⓒ세코닉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세코닉스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바로 전문 인력 양성이다. 몇몇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채용한 인력을 전문교육기관으로 보내 광학기술을 익히도록 하고 있지만 세코닉스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인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광학 분야와 유사한 분야를 다루는 학과만 있을 뿐 광학 분야를 전공으로 다루는 대학이 없다. 시장을 선도할 준비는 이미 마쳤는데 함께 이끌어갈 인재가 없는 셈이다.
김판규 경영지원팀 전무는 “카메라 모듈 분야는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스마트폰에도 수요가 꾸준한 분야라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세코닉스의 채용인원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연구소와 연구기관을 활용해 광학 분야의 전문 인력을 배출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