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정책이 돛을 달며 우리 외교의 다변화에 길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8~11일 인도, 7월 11~13일 싱가포르를 국빈방문하며 두 나라의 협력 수준을 한반도 주변 4강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관계 발전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문화·인적 교류와 외교·안보·국방 분야 협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한 3박 4일 일정 가운데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11차례 만남을 가졌다. 공식 일정 시작 전 간디기념관 방문,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 참여, 지하철 왕복 탑승을 함께하며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국정 비전을 공유했다. 양국 정상은 7월 10일(현지 시간) ‘한-인도 비전 성명’을 채택하며 사람·번영·평화에 입장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과 모디 총리의 신동방정책을 통해 양국이 미래를 향한 중요한 동반자임을 확인했다.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 500억 달러 달성이란 목표도 설정했다. 각각 세계 7위, 11위의 경제대국인 인도, 한국의 지난해 교역액이 200억 달러에 그친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사람·번영·평화 기반으로 협력 강화
문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모디 총리는 한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신동방정책을, 나는 인도를 핵심 협력 파트너로 하는 신남방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실질화하고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킬 적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인도의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양국의 협력 방안에 동의했다.
두 정상은 사람을 중시하는 공통된 정치 철학을 공유하면서 양국 국민들의 교류를 활성화해 상호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가기로 했다. 청소년 교류, 인턴십, 비자 간소화를 통해 관광·비즈니스 활성화 등 인적 교류를 촉진하기로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7월9일(현지 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지하철로 이동하는 가운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한국의 기술력, 높은 수준의 제조업, 경제개발 경험과 인도의 고속 경제성장,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양국의 시너지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또한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조속한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인도는 평화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양국의 역할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서로가 가진 역량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방·전략 분야에서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외교장관 공동위원회, 외교·국방차관회의, 국가안보실 간 대화 등의 협의체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세계 평화와 인류에 대한 테러리즘, 폭력적 극단주의, 급진주의 위협을 인식하고 모든 테러리즘을 강력히 규탄하는 데 합의했다.
공동언론발표에 앞선 확대정상회담에서 모디 총리는 “(세계의) 정치·외교 환경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환경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는 곳이 한반도”라며 문 대통령의 공을 높이 샀다. 아울러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거론하면서 “평화는 인기와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인도는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에 의료지원부대와 포로송환 감시단을 파견해 도움을 줬다”고 사의를 표하며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 차원 높아진 성과를 담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9일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존의 3P 정책에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더해 ‘3P 플러스(+)’를 인도에 제안하고 싶다”며 “한국은 인도의 ‘Make in India’ 정책에 적극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 3P 정책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에 사람(people)·상생번영(prosperity)·평화(peace)가 담겨 있다는 의미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협력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인도에 진출해 있는 5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자동차, 전자, 섬유 중심에서 탈피해 조선, 의료기기, 식품가공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100개 건설, 주요 도시 간 산업 회랑 건설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 피력했다.

▶ 7월 9일 인도 간디기념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간디 자서전과 모형 물레를 선물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이번 문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열렬한 지지 속에 이뤄졌다. 7월 9일(현지 시간) 우리 동포 약 150명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 모디 총리가 인도 전통예술단을 파견하는 등 이례적인 호의를 베풀었다. 인도 국민들은 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맞이했다. 도로 곳곳에 문 대통령을 환영하는 문구와 사진을 내걸었다. 올해 상반기 50여 개 정상들이 인도를 방문했지만 이와 같은 환영은 처음 있는 일이다.

▶ (왼쪽부터)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7월 10일 단독정상회담장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가 7월 12일 공동언론발표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
싱가포르, 새로운 평화시대 만든 랜드마크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1~13(현지 시간)일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7월 12일 리센룽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한국과 싱가포르는 양국 관계 발전의 든든한 바탕이 될 정부와 국민 간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정상 차원을 포함해 고위급 인사 교류부터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에게 싱가포르는 아세안 국가 중 2위의 교역국이자 1위의 투자국이다. 양국의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활용한다면 발전 잠재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약 200억 달러 수준의 교역 규모를 대폭 늘리고 ‘이중과세방지협정’의 개정을 조속히 마무리해서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싱가포르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교통·인프라 건설에도 한국 기업이 계속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 스마트시티 분야에 공동 진출하기로 했다”며 “양국은 스마트시티 건설 협력을 통해 아세안 역내 도시 간 연계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양국 기업이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제3국에 공동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환경협력, 4차 산업혁명 기술 협력, 자유공정 교역 협력, 스마트그리드 협력, 스마트시티 협력, 중소기업·스타트업 협력 등 여섯 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며 양국의 협력 강화를 기대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기술 강국이며 혁신 주자”라면서 “싱가포르의 많은 기업이 한국의 부동산, 제조, 전자, 교통, 식료품 등에 투자하길 원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이 싱가포르·아세안 지역 진출에 나서길 바랐다.

▶ 7월 12일 싱가포르 국립식물원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동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한편 양국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데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협상은 이제 정상적인 궤도에 돌입했다”며 “결과를 아무도 낙관할 수는 없으나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고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을 모아간다면 북미협상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했다.
이어 “북미 정상 간 합의는 잘 이뤄졌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 마련을 위한 실무 협상은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였다”고 했다. 엇갈리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은 북미가 정상적 과정에 진입해 구체적 실무 협상을 전개하는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미국, 북한이 말해온 비핵화의 개념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한 것은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으로 바라봤다. 문 대통령은 “중요한 점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상응 조치가 과거와 같은 제재 완화나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적대관계 종식과 신뢰 구축”이라며 “이는 북한의 과거 협상 태도와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싱가포르는 문 대통령의 평화를 향한 여정을 전 세계와 응원하며 돕겠다”고 지지를 보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가 한반도와 전 세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 역사적 랜드마크가 됐다며 거듭 사의를 표했다.
“신남방정책 아세안 국가별 특성 맞는 전략으로 접근”
인도·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핵심은 경제협력 강화였다. 정상회담 수행단원으로 나선 각 부처 인사들은 현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순방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월 8일(현지 시간) “그동안 신남방국가와 협력 전략을 하나로 묶어서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공통적으로 적용할 전략과 각 국가별 특성에 맞는 개별 전략을 따로 마련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신남방정책 추진의 개별 접근을 강조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별 특성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는 그 중요성에 비해 중점을 두지 않아 경제성과에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신남방국가에 공통적으로 지원할 분야로 유통망 구축, 자금 조달, 투자 촉진 등을 꼽았다. 김 본부장은 “한-아세안 FTA, 한-인도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으로 시장의 문을 개방했어도 현지 유통망이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 기업 제품들이 원활히 공급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 코트라 등 무역지원기관을 통해 우리 투자 기업들이 현지 유통 채널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원활한 신용보증을 지원하고 은행들이 우리 진출 기업에 자금을 적극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패키지,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등 금융 지원을 통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나서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세계적 국부펀드와 네트워킹을 주선하고 유망 기업 간 협력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국가별 특색을 반영한 일대일 접근 전략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순방지인 인도가 세계에서 수입규제 조치를 가장 많이 발동하는 나라인 만큼 무역구제 조치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4차 산업혁명과 제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인프라 시장 진출을 활성화할 방안도 언급했다. 인도는 2022년까지 100개의 스마트시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어 주요 도시 간 고속도로, 전력망 등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그럼에도 인도는 역사적·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적어 경제협력에도 흔들림이 적다는 강점이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우주항공 등의 분야에서 협력도 가능하다. 인도 인구는 13억 명, 경제총생산(GDP) 2조 5000억 달러, 경제성장률 7%대 등의 환경은 막강한 투자 유인이기도 하다.
김 본부장은 “인도의 진정한 저력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는 이유는 인도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도의 IT 기업은 세계 200개 도시에서 1000여 개의 거점을 두고 있고 빅데이터 분석 역량도 세계 10위 안에 든다. 또 인공지능, AI 기술도 세계 2위 수준이다. 우리 정부가 인도를 4강 수준의 파트너로 격상하고 양국의 경제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려는 이유다.
이어 한-인도 CEPA 개선 협상에 대해서는 “상품 분야에서 일부 핵심 관심 품목의 양허를 개선하고, 서비스 분야에서 전문직 개방 확대, 원산지 분야에서 일부 품목에 엄격한 원산지 기준 완화를 도출하고자 한다”며 방향성을 설명했다.
같은 날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인도가 가진 잠재성·중요성에 집중했다. 인도의 꾸준한 경제성장률과 인구를 강조한 장 위원장은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도시 ‘메트로폴리탄’이 5년 내 4개 이상 생길 수 있으며 젊은 층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또 스마트폰의 비약적 증가, 민주주의·시장경제 제도 기반, 3시간 반의 짧은 시차 등을 들며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젊은이들의 교류를 더욱 넓히기 위해서 스타트업과 벤처를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과 같은 큰 담론도 중요하지만 세부적인 것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7월 11일(현지 시간) “인도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함께 유니콘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과 인도가 함께 스타트업 센터 조성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한국-인도 스타트업 센터가 만들어지면 양국의 스타트업 창업자 사이에 소통·협력 기회가 늘어나 경제 교류뿐 아니라 인적·문화 교류가 확대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홍 장관은 싱가포르가 아시아 교역 활성화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싱가포르는 한국의 벤처기업 투자에 많은 이바지를 해왔다”며 공동펀드 확대 방침을 밝혔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그동안 2002년, 2007년,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2000억 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